Beneath You (7X02)

각본
더그 페트리 Doug Petrie

감독
닉 마크 Nick Marck

주연
제임스 마스터즈....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미셸 트라첸버그....던
Michelle Trachtenberg....Dawn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카리나 오프랑....낸시
Kaarina Aufranc....Nancy
DB 우드사이드....로빈 우드 교장
DB Woodside....Principal Robin Wood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버피는 드디어 서니데일 고등학교의 카운셀러로 취직했습니다. 윌로우는 아직도 서니데일에 돌아가는 걸 주저하고 있고요. 그러는 동안 잰더는 거대한 지하 괴물에게 쫓겨다니던 낸시라는 여자를 만납니다. 낸시를 쫓아다니던 괴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뛰어다니던 스쿠비갱은 그 괴물이 아냐가 변신시킨 낸시의 옛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와중에 돌아온 스파이크가 스쿠비갱을 돕는답시고 따라다니면서 온갖 트러블을 일으키는 건 당연하고요.

도입부
이번 에피소드 도입부에서도 슬레이어 지망생 하나가 살해당합니다. 겨우 두번째인데 벌써 지치는군요. 앞으로 도대체 몇 명이나 죽어야 하는 건지.

오늘 도입부는 [앨리어스]의 노골적인 패러디입니다. 빨간색으로 물들인 슬레이어 지망생의 헤어스타일, 음악, 유럽 나이트클럽의 현대적 분위기... [롤라 런]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앨리어스]의 그 장면이 [롤라 런]의 흉내이므로 이 경우는 [앨리어스]에서 직접 따왔다고 믿는 편이 더 적절할 거예요. 하여간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경쟁 의식이라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스파이크 쇼
'Beneath You'는 스파이크 쇼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영혼을 업고 돌아왔다니 어떻게 캐릭터가 변했나 한 번 보여주자는 거죠.

이 에피소드에서 스파이크가 보여준 행동도 대충 이치에 맞습니다. 우리가 스파이크라는 캐릭터한테서 기대할만한 행동이죠. 거칠고 폭력적이고 과시적이며 요란합니다. 자체 논리도 대충은 맞습니다. 스파이크같은 친구가 이런 고난을 그대로 얌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요. 원래부터 거칠거칠하고 불편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니까요.

그러나 이치에 맞는 것과 결과가 좋다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오늘 스파이크의 이야기는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몇 가지 면에서 부족합니다.

첫째로 그 과시성이 문제입니다. 스파이크의 행동은 매우 스파이크적이긴 하지만 그 지나친 과시 때문에 정작 캐릭터가 겪는 고통의 깊이가 진지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나르시시즘이 강하죠. 교회에서 십자가를 끌어안는 스파이크의 마지막 행동은 인상적이지만 원래 의도했을 진짜 고통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보여지기엔 너무 앞의 쇼들이 강하단 말입니다. 제임스 마스터즈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이 에피소드의 각본은 맘에 와닿을만한 정서적 깊이가 부족합니다. 아마 앤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한 시도였나본데 이런 식으로 일부러 갔던 길을 피해가는 건 그렇게 좋은 해결책은 아닌 듯 합니다.

두번째 문제점은... 글쎄요. 이 에피소드의 많은 부분은 그냥 불쾌합니다. 연출 때문일 수도 있고 각본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특히 스파이크가 자기에게 영혼이 있다는 걸 눈치챈 아냐를 구타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스파이크가 원래 그런 캐릭터라는 건 아니까 행동 자체가 등장하는 건 불쾌하더라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걸 보여주는 방식은 그런 이해를 조금 넘어서서 그냥 기분이 나쁘군요. 모르겠어요. 아냐가 스파이크를 조금 더 패주었다면 보기가 좀 편했을지.

그래도 버피와 일당들이 스파이크의 강간 시도를 잊고 있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건 좋았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제가 걱정했던 것만큼 스파이크에게 관용적이지는 않았어요. 특히 전 던이 스파이크에게 하는 야무진 협박이 아주 맘에 들었답니다.

DAWN: Spike. You sleep, right? You. Vampires. You sleep.
SPIKE: Yeah. What's your point, niblet?
DAWN: Well, I can't take you in a fight or anything, even with a chip in your head. But you do sleep. If you hurt my sister at all... touch her... you're gonna wake up on fire.

잰더
요새들어, 제가 이 캐릭터에게 야박해진 걸 눈치채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6시즌 후반부터 잰더는 눈에 거슬리는 짓만 했습니다. 가장 큰 죄는 'Hell's Bells'에서 아냐를 결혼식장에 버린 것이겠고, 두번째는 'Grave'의 그 끔찍한 '노랑 크레용' 연설이 차지하겠죠. 그 형편없는 주절거림을 들었을 때처럼 제가 절실하게 지구 종말을 바랐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전 아직도 잰더가 거대한 노랑 크레용에 깔려죽는 꿈을 꿉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잰더는 별로 잘하는 게 없습니다. 낸시를 구해준 건 스쿠비갱의 임무니까 자기 일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뒤에 잰더가 아냐 앞에서 보여준 행동은 정말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엎드려 기면서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인데, 아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뭐냔 말이에요. 아마도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는 '염치없는 남자들'인 모양이에요.

오늘의 괴물
오늘 에피소드에서 아냐는 낸시의 남자 친구 로니를 땅속을 기어다니는 거대한 벌레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이 괴물엔 '슬러고스 악마 sluggoth demon'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군요.

원래 낸시는 로니가 벌레가 되길 바랐지요. 이 변형에 대해 아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Same phylum. It's not cheating, I just embellished." 아냐와 같은 복수악마들에겐 매정한 유머 감각이 있는데, 아마 그 때문에 이들의 소원이 늘 재앙이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악의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오늘의 벌레 괴물은 론 언더우드의 유쾌한 괴물 영화 [불가사리 Tremors]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입니다. [불가사리] 역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에 나오는 모래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자체적으로 굉장한 가치가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냥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수단이죠.

다른 사람들
오늘 버피의 역할은 아주 작습니다. 드디어 첫 출근을 했고 슬레이어답게 사람 하나를 구했군요. 나머지는 스파이크 쇼의 조연에 불과했고요. 윌로우와 자일즈는 여전히 영국에서 반쯤 약물에 취한 사람들처럼 굴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왜 이들이 영국까지 갔는지 모르겠어요.) 낸시의 역할이 얼마나 커질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오늘의 대사
당연히 아냐의 명대사를 뽑아야죠. "Bite me, Harris." 이 대사의 오디오 파일은 벌써 인터넷 이곳저곳에 떠돌고 있더군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굉장히 6시즌적이었습니다. 특별히 저번 시즌보다 밝을 것도 없었고 소프 오페라 느낌이 덜한 것도 아니었어요. 브론즈의 소동을 본 낸시의 대사는 비교적 정곡을 찌릅니다. "Is there anyone here that hasn't slept together?"

기타등등
아무래도 스파이크에겐 노출증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이 친구 벗은 몸을 보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좋은 구경도 한두번이지. (02/10/08)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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