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m (3X20)

각본
마티 녹슨 Marti Noxon

감독
데이빗 솔로몬 David Solomon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데이빗 보레아나스....앤젤
David Boreanaz....Angel
카리스마 카펜터....코딜리아
Charisma Carpenter....Cordelia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세스 그린....오즈
Seth Green....Oz
알렉시스 데니소프....웨슬리 윈덤-프라이스
Alexis Denisof....Wesley Wyndam-Pryce
크리스틴 서덜랜드....조이스
Kristine Sutherland....Joyce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대니 스트롱....조나단
Danny Strong....Jonathan
브래드 케인....터커 웰즈
Brad Kane....Tucker Wells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어떤 정신나간 학생이 졸업 무도회에 뇌를 먹는 헬 하운드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스쿠비 갱은 참사를 막기 위해 수사를 벌이지만 버피는 도대체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군요. 둘 사이가 잘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된 앤젤이 버피 곁을 떠나기로 했거든요.

'The Prom'
'The Prom'은 절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버피]는 어쩔 수 없이 미국 고등학교물로 시작한 시리즈니까요. 어떻게 이런 시리즈가 졸업 무도회 에피소드를 빼먹을 수 있겠어요?

물론 이 에피소드에는 다른 역할도 있습니다. 앤젤과 코딜리아가 빠지고 아냐가 새 멤버로 들어오는 4시즌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이 에피소드의 작가가 커플 깨뜨리기 전문가인 마티 녹슨인 건 당연합니다.

앤젤
이 에피소드에서 앤젤은 버피를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 친구를 독립시켜 따로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들려는 게 진짜 이유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 캐릭터의 퇴장은 자연스럽습니다. 'Choices' 에피소드에서 시장이 지적했던 것처럼 둘 사이엔 미래가 없으니까요. 아무리 슬레이어의 평균 수명이 짧다고 해도 말이죠.

결정적으로 앤젤의 기능은 드라마틱한 멜로드라마의 동기를 제공해주는 데 있었습니다. 정작 캐릭터가 전면에 노출되고 일상화될 때, 앤젤은 아주 허약한 존재가 되어버리거든요.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 버피와 앤젤을 떼어놓는 것이었습니다. 2시즌에서 거창한 작별을 했으니, 3시즌에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담담한 이별이 전체적으로 맞았지요. [버피]의 성장물적인 성격에도 어울렸고요. 결론지어 말하자면, 스핀오프 시리즈는 이별의 해결책이었지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코딜리아
코딜리아 역시 [앤젤] 시리즈에 합류하기 위해 퇴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여기서는 아버지의 탈세 때문에 코딜리아의 가족이 파산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죠. 3시즌이 끝나면 코딜리아는 LA에서 배우가 되려고 시도하다가 앤젤의 사립탐정소에 합류하게 됩니다.

코딜리아도 [앤젤]로 이사가는 편이 더 유리한 캐릭터였습니다. 특히 3시즌 이후로 이 캐릭터는 늘 스쿠비갱 주변을 맴돌기만 했으니까요. [앤젤]은 코딜리아에게 보다 분명한 역할을 제공해준 편이었죠. 어떻게 보면 [앤젤]은 인기는 있지만 극적 역할은 불분명한 캐릭터들을 위한 망명지였습니다.

하여간 코딜리아의 퇴장 준비는 꽤 괜찮습니다. 전 잰더와 코딜리아의 마지막 실랑이가 졸업식 이야기의 감상주의를 잔뜩 담으면서도 캐릭터의 매운 맛을 놓치지 않은 좋은 작별 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냐
복수 악마 아냐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잰더의 댄스 파트너로요. 이 역시 아냐가 스쿠비갱 멤버로 활약하는 4시즌의 초석을 다지는 준비 작업입니다. 시작은 가벼워 보이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냐와 잰더가 버피버스에서 가장 장수한 커플이라는 걸 아시는지? 'Hell's Bells'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그 기록이 참으로 의미없게 느껴지지만 말입니다.

졸업 무도회
'The Prom'에서 버피의 공식적인 임무는 헬 하운드 무리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이 임무 자체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다른 어떤 악당들이어도 상관은 없었을 거예요. 그 증거로 이 시리즈의 악당 터커는 아주 가볍고 얄팍하게 묘사됩니다. 터커의 헬 하운드들도 비교적 약한 괴물들이고요. 이들의 극적 임무는 단 하나입니다. 버피가 이들을 처리하면서 '젠장, 난 이렇게 애들을 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는데, 누가 내 고생을 알아줄까?'라고 투덜거리게 하는 거죠.

진짜 중요한 건 무도회 자체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맥없게 보일 정도로 이런 영화들의 클리셰를 따라하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좋은 핑계도 있습니다. 진부한 공식은 위로의 힘이 강하거든요. 마지막에 앤젤이 턱시도를 입고 무도회에 등장하는 장면 같은 건 굉장히 도식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이들의 이별을 덜 감상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졸업 무도회의 진짜 하일라이트는 졸업생들이 버피에게 'Class Protector'로 임명하고 상을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 역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작위적일 수도 있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린 버피가 그 정도 대접을 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억지처럼 보여도 이 정도 장면은 있는 게 좋죠. 그리고 이 에피소드 이후에 이어지는 시즌 피날레의 마지막 액션을 정당화시키려면 버피의 업적을 졸업생들이 알고 있다는 설정은 중요했습니다.

'The Prom'은 여러가지로 뿌듯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상실과 성장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극복할만한 끈질긴 낙천주의를 보여주는 이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과연 버피의 후반 시즌들이 '성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기타등등
1. 오늘의 삼류 악당 터커는 6, 7시즌에 나오는 기크 트리오의 마지막 멤버 앤드루의 형입니다.

2. 모두 영국 남자 학교 출신인 자일즈와 웨슬리는 졸업 무도회를 겪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마 이건 사적인 농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조스 위든도 영국 남학교 출신이니까요.

3. [버피] 3시즌에서 웨슬리가 코딜리아에게 품었던 연정은 나중에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앤젤]에서는 그 흔적도 보이지 않잖아요. (02/12/17)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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