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인 것보다 솔직한게 더 나을까요?

글쎄... 모르겠습니다.

위선이 너무 극단적이라면 '아 내가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지만 적어도 입으로나마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는 있고, 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입으로만 떠드는 나 자신에게 적어도 내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조금의 양심의 가책은 느낀다' 라는 정도라도 정말 박수를 쳐줄 것 같아요.

요즘 잇달아 터져나오는 '나는 박근혜를 지지한 젊은이이다 왜냐하면'류의 고백(?)들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듀게에는 젊은이는 아니고 중년의 자산가가 등장하셨던가...

차라리 그 여자가 정치를 잘 할것 같아서, 그 여자가 공약을 이행할것이라 믿기 때문에 라고 말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요.

하지만 대놓고 '박근혜=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야 나의 재산증식에 도움이 된다' '나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비춰볼때 나는 극우 기회주의자들이 재집권을 해야 당장 물질적인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세태가 전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넌 엉터리로 알고 있고 잘못 살아왔어 이젠 깨어나라'는 식의 계몽주의 훈장질, 일베충의 역겨운 표현을 빌리자면 '선비질'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일까요? 아니면 상식과 정의를 부르짖는 운동권 스타일에 대한 반동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정치세력의 지지 이유가 민주주의, 정의, 공정과 같은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보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관용을 요구하는 태도는 정상이 아닙니다. 제 기억으로는 적어도 중고교에서 선생들이 그렇게 가르치진 않습니다. 텔레비젼에서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자기 이익이 중요하고 보다 추상적이고 공동선에 관련된 가치는 무시될 수 있으며 그런 태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좋다 라는 막장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은 없는 것 같거든요.

원래 민주주의니 정의니 준법이니 하는게 높다못해서 박제화되기 쉬운 이상일수도 있고 또 너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 잘 와닿지 않는게 당연하기도 하고, 그걸 항상 실천하면서 살 수도 없어요. 우리가 친일파 욕하는데 솔직히 그 시절에 생존과 더 나아가서 부귀공명을 보장하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극소수인게 당연하다고 봐요. 옳은게 뭔지 알아도 실천하기 어려운게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면, 적어도 뭐가 옿고 그른지를 판단하고 또 입으로라도 '그래 이게 옳은거야' 라고 말이라도 하면서, 지가 못할거 뻔히 알지만 말은 맞는 말로 하는 정도의 태도는 어려운 걸까요.

제가 너무 순진한걸지도 모르겠고, 또 그시대를 살아본적도 없으면서 촌티나고 밥맛없는 취급당하는 운동권스러운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엔 정치학과의 교양수업을 하나 들었는데 어떤 파트를 하다가 나온 얘긴지 몰라도 강사가 '네가 옳다고 믿는 가치와 충돌하는 행동을 하도록 압력이 가해질때 어떻게 할것인가' 뭐 이런 식의 질문을 학생들에게 일일이 던진적이 있어요. 회계사 합격생도 있고 사법시험 행정고시 치르고 온 애들이 대여섯 있고 그랬는데, 이를테면 공무원이 되었는데 누가봐도 명백히 비윤리적이고 부정한 일을 상사가 지시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사 등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게 명백하고 그렇다고 이행한다고 해서 위험부담을 지지는 않는 경우 넌 어쩔거냐? 라는 질문. 하나같이 너무나 당당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신념을 굽히고 지시를 이행하겠다라고 말하더군요. 솔직히 멘붕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할거라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난 그렇게 할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게 일베충들이 말하는 '입진보의 선비질없는 솔직하고 우직한 싸나이의 세상'인가요?

양심, 부채의식, 옳고 그름, 정의... 죄다 낡아빠지고 촌스럽고 쉰내나는 가까이하고싶지 않은 뭔가로 취급하고, 또 그런 태도를 아예 발가벗고 드러내면서 스스로 아무런 정서적인 차원에서라도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그 ..거시기.. 그것이 참 희한합니다.

진짜로 한 점의 티없는 독립투사의 삶을 살것이고 또 그렇게 살았어야만 옳은 소리할 자격이 주어지는거고, 그게 아니라면 전심전력을 다하는 친일파가 되어 스스로 한점의 의혹도 품지 않고 남에게도 당당해지는게 이게 정말 옳은걸까요?

    • 인지부조화일으키는 것보단 나은듯 한데요. 적어도 자기가 뭘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는 있으니 말입니다.
    • 적어도 자기 계급에 충실한 투표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것만으로도 한국 정치 의식의 발전이죠. 불쌍해서, 박정희 딸이라서, 동향이라서 찍어 주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 자기한테 물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람만 새누리당을 지지하면 이런 투표결과가 나올 수 없죠.
    • 서경식 교수의 이 칼럼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9637.html
      ----
      “여러분이 나치시대 독일인이라면 유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장차 교사가 될 학생 31명 중 19명이 “끊겠다”고 답했다. 그들은 그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교과서적 정의’는 이미 씨가 말랐다. 능력을 최고 기준으로 삼을 것, 자기 보신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것, 이것이 옳은 일이 된 것이다.
      ...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에 전 그들답다. 그런 일본 젊은이들도 패배자요 약자라며 변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옹호론은 죽임을 당할 마이너리티에겐 아무 구원도 될 수 없다. 자기변명자들 개개인은 작고 약하고 때로는 사랑스런 존재들이지만 집단으로서의 그들은 가공할 냉혹성과 폭력성을 휘두르고 있다.
    • 반대로 세금 덜내는 사람이 각족 복지혜택을 누리기 위해 좌파를 지지하는것도 물질적 이득을 위한거죠.
      자기 이득을 위해 누군가는 피땀흘려 번 돈을 가져가겠다는 거니까요.
      오히려 지키겠다는 것보다 뺐겠다는거니 더더욱 않좋게 보이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6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