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바낭) 황장엽, 손학규

2010.10.11 10:33

jim 조회 수:2463

1. 사망 원인에 대한 음모론이 난무하지만 일단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이 지점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정립하고 뿌리 내린 장본인인 황장엽에게

이른바 보수진영(사실은 수꼴)에서 현충원 안장을 주장하는 게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는 거죠.

김일성 통치 시절의 황장엽은 누가 쉽게 건드릴 인물이 아니였죠. 있다면 싸가지없는 김정일 정도?

김일성 사후 김정일로 권좌가 세습되면서 이뤄진 숙청 대상에 황장엽이 껴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남한 망명이란 선택을 했을 텐데, 그는 왜 하필 미국이 아닌 한국을 택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황장엽의 언행을 보면 그는 결코 자신의 평생 과업인 주체사상을 스스로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발언을 한 기억이 없어요.

즉, 그는 여전히 주체사상파죠. 주사파의 대부인 황장엽이 정치 판세의 급변으로 선택한 남한행에 자신의 사상까지 동행시켜 왔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는 반주체사상이 아닌 반김정일 노선에 있었던 사람이었을거란 생각입니다. 현실적으로 그가 현충원에 안장될 리 만무하지만

이른바 보수진영의 그런 드립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김대중 대통령의 현충원 안장에 가스통 들고 설치던 사람들이(심지어 무덤에 불까지 질렀죠) 주체사상의 대부인 그를

현충원에 안장하자고 주장하는 대한민국 (수꼴)사회가 괴물처럼 느껴집니다.

 

2. 여론조사를 보니 대선후보로 손학규 지지도가 급상승해서 박근혜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더군요.

게다가 범야권 단일 후보로 손학규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국민 10명 중 7명이 야권 단일 후보가 나온다면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다음 대선에선 진보적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상당히 높았구요.

(부동의 반대세력 30%는 막강!!!)

손학규 밑으로 (믿고 싶지 않지만) 정동영, 유시민, 한명숙, 김두관 등으로 이어지더군요.

다음 대선의 박근혜 혹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유일한 필승카드는 역시 단일후보밖에 없다, 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단일 후보 내는 게 요원해 보이죠?

찌질한 정동영이 손학규로 대선 후보가 굳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볼 위인이 아니라는 점,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반목,

이회창옹의 똥고집과 전혀 매치시킬 수 없는 정치노선 등 힘겨운 길이 펼쳐져 있죠.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으로 확실히 기운 상태라 정동영 버리고 소신 투표할 수 있었지만, 다가올 대선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손학규가 대선후보로 나오는 게 마뜩찮습니다. 한나라당에서 오래 몸담은 사람인 데다가

그의 정치적인 포지션이 진보적인 것과는 온도차가 심하게 나죠.

100일 민심대장정 등으로 서민 이미지도 강하지만, 그는 당적을 옮기면서 철새 이미지 역시 강하게 박혀 있어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뻘짓을 하지 않는 한은 민주당 대선후보는 손학규로 굳어질 공산이 큽니다. 호남 쪽에서 80%를 상회하는 지지를 얻었거든요.

호남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깊은 곳이라 누구든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줄 후보가 있다면 거기에 올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동영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학습했죠. 노무현 대통령이 세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로 선출된 건 몰표에 가까운 호남표 덕이 컸죠.

지금 상황에선 유시민이나 한명숙 카드는 버거운 게 사실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김두관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인지도나 지지도는 거론된 후보 중에 제일 낮지만, 그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예상을 뒤엎는 상황이 연출될 거란 데 신사임당(5만원)을 조용히 겁니다.

김두관이 경남 출신이라는 점(한나라당으로 갈 표를 상당히 잠식할 거라는 생각), 시골 이장 출신으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남 도지사로 당선된 점,

노무현의 정치적인 직계라는 점 등 플러스 알파 요인이 상당히 많아요. 다만 아직 경력이 일천하고 나이도 어려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드리 게 될 다음 대선인데, 아 머리 아프네요.

야권 단일화가 안 된 상황의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른다면 진보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은데,

지금의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나 마땅히 내세울 인물이 없죠.

 

결론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하게...(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5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8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273
126908 한국에서 성룡의 초기작들 [2] new 돌도끼 2024.08.05 34
126907 로키 시즌 2 후기: 운명과 자유의지의 문제(우리 로키가 달라졌어요) [1] new 상수 2024.08.05 51
126906 뿔테의 불편함 new catgotmy 2024.08.05 52
126905 데드풀과 울버린(2024) feat.노스포 [6] new skelington 2024.08.05 100
126904 240803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new Sonny 2024.08.05 109
126903 신사망유희 new 돌도끼 2024.08.05 63
126902 [넷플릭스바낭] 그 '악녀' 말고 대만산 스릴러 '악녀' 잡담입니다 [6] update 로이배티 2024.08.05 121
126901 조코비치가 금메달 땄군요 daviddain 2024.08.05 99
126900 요즘 이소룡 영화 얘기가 많아서 문득 궁금한게 [5] update 정해 2024.08.04 209
126899 혹성 탈출 설정에 대해 궁금한 점 [4] update 정해 2024.08.04 167
126898 프레임드 #877 [1] Lunagazer 2024.08.04 38
126897 설리의 자살 원인 [2] catgotmy 2024.08.04 284
126896 모든 연속극을 시즌제로 만들어버린 올림픽 [2] update 돌도끼 2024.08.04 264
126895 인사이드 아웃 2 역대 영화매체 흥행수입 10위 달성 [1] 상수 2024.08.04 128
126894 [왓챠바낭] 간만에 망작 국산 호러 기행,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4.08.04 240
126893 이소룡과는 1도 관계가 없는 '신당산대형' [4] update 돌도끼 2024.08.03 124
126892 글리 캐스트가 뭘 한건지는 모르지만 완전 귀여운 풋루스 영상 공유해요 [5] 쏘맥 2024.08.03 137
126891 갤럭시폰을 처음으로 샀습니다 [4] catgotmy 2024.08.03 179
126890 미 대선 잡담 080324 [4] theforce 2024.08.03 192
126889 프레임드 #876 [4] Lunagazer 2024.08.03 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