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까마귀 기르기] 봤어요. 사실은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님 GV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다음 영화 표를 예매해놨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감독님을 뵐까 싶어서 눌러앉아서 GV 구경했습니다. 감독님 연세가 적은 것도 아니고,

내일 마스터클래스를 보러갈 수도 없고 해서요.

일단 영화를 만들고 나면 다시 관람하지 않으신다던 감독님, 그래서 몇십년만에 까마귀 기르기를 다시 보셨고

관객 여러분들이 저보다 이 영화를 더 많이 보신거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던 귀여운 어르신. 영화에 세 번인가

등장하는 냉장고 속의 닭발은 약간 기괴한 이미지와는 달리 감독님 어머님께서 감독님 어린 시절

닭발을 많이 해주셔서,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라고 하시더라고요(사전적? 민속학적?으로는 유럽에서

닭발이 마녀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제곡인 Porque te vas는 영화 나오기 전부터 유럽 여러 나라에서

유행했던 곡이었는데 제작사에서 쓰지 말라고 했고 심지어 아역배우들까지 다 싫어했던, 현장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노래였지만 오기로 쓰셨다고;;;

이 영화를 만들 때는 프랑코 정권 말기였고 감독님 얘기로는 프랑코가 죽고 나자 스페인 사람들이 모두 집안에서 건배를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 죽음의 기운이 떠도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고, 감독님도 영화를 만들고 나서

해꼬지가 두려워서 한참동안 집에만 계셨다는군요.

 

오늘 같은 자리에 계셨고 지금 미드나잇패션 보고 계실 R님, 감독님이 나중에 사인해주실 때 찍은 사진에

R님 뒷모습도 살짝 나와있었고 사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나중에 보니까 촛점이 안맞;;; 덕분에 밀면 잘 먹었어요.

부산에 열몇번쯤 왔다갔다하면서 오늘에야 처음 먹어봤습니다.

 

다른 영화 얘기도 살짝 하자면 이번에 부산에서 본 영화는 [13인의 자객], [아웃레이지], [까마귀 기르기]였는데

[13인의 자객]이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미이케 다카시의 색깔이 짙게 들어가있으면서도 원작의 정수를 뽑아낸

리메이크작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는 구도 에이이치의 1963년 원작과는 몹시 다른 영화가 되었지만, 원작을

훼손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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