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뚱맞은 얘기지만.

소싯적에 약간 애매한 관계(?) 였던 학교 후배 여자애랑 애매한 식사를 하고 애매한 차를 마시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영화를 보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 취향과 아무 관계 없이 시간과 장소에 의해 강제 선택된 그 영화의 제목은 '고스트 맘마'. 한지승 감독에 최진실, 김승우가 나온 환타지 신파(?) 영화였는데... 뭐 각설하고.

영화가 끝나고 '우왕ㅋ 진짜 구려ㅋㅋ'라고 생각하며 옆자리에 앉아 있던 후배 애를 보니 온 얼굴을 일그러뜨려가며 눈에서 검은 눈물이 좔좔좔 뿜어내고 있었...;


...방금 전, 드라마가 끝난 직후 저와 제 가족분의 상황이기도 했다는 얘깁니다. -_-;;



아니 뭐 이 드라마가 법정 드라마를 빙자한 로맨틱 환타지 멜로 드라마라는 건 알아요.

이 드라마의 법정 씬은 그냥 흥미를 끌기 위한 소재이자 드라마를 전개시켜 나가기 위한 도구라는 것도 알구요.

하지만 정말 최소한의, 지이이이인짜 최소한의 신경은 써 줘야 할 것 아닙니까!!! 극 중에서 이렇게 중요한 재판 장면이라면 말이죠. ;ㅁ;

장 변호사 엄마가 살해당한 현장에서 아무 증거도 찾아낼 수 없었다는 것부터 도저히 납득이 안 가구요. (워낙 이 드라마엔 완전 범죄 전문가들이 넘쳐나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증거가 없었다고 쳐도 그렇담 아무 증거도 없이 민준국이(배우들 발음 때문에 항상 '중국'으로 들립니다. 민중국중국중국) 왜 살인 혐의 받고 구속까지 됐는지도 모르겠고.

매수까지 해서 데려온 증인의 허접한 행동도 황당하지만 고작 거기서 증인이 그렇게 한 마디 한다고 해서 '정황 증거 밖에 없다'던 상황이 뭐가 달라지길래 거기 그렇게 매달리는지도.

그리고 막판에 차 변호사가 증인에게 무슨 회심의 놀라운 역전 반전 카드처럼 날리는 대사도 도대체 그게 뭐길래 증인이 그렇게 당황해서 했던 말 번복하는지도 모르겠구요;


법정 얘기에 자신이 없으면서 왜 법정 드라마를 쓰시는 겁니까 작가님!!!!!!!!!!!!!!!!!!!!


쓰지마!!!


쓰지 말라고!!! 그냥 로맨틱 코미디 쓰면 되잖아!!! 아우 씨 진짜 열 뻗쳐서!!!!!!



휴우.


이 쯤에서 진정하구요. 'ㅅ')y~


하아...


저런 부분을 덮어두고 '그냥 드라마' 부분만 놓고 보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드라마에선 필연적인 '잠깐 다들 가라앉고 침울하고 울고 불며 궁상 떠는 부분'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곤 꽤 괜찮았어요.

장 변호사가 검사, 판사네 집에 가서 무릎 꿇는 장면도 막장스럽지 않게, 심정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구요.

차 변호사가 민준국을 돕기로 하는 장면도 (민준국의 사기가 너무 허접했지만-_-) 캐릭터의 일관성을 놓지 않고 꽤 그럴싸하게 표현했던 것 같구요.

수하 캐릭터의 분노나 슬픔이나 뭐 이런 것들도 다 적절했습니다. '어차피 겪어야할 지루한 파트' 치고는 꽤 성의있게 드라마를 잘 짜 놓고 전개했다고 봐요.

게다가 수하가 장 변호사 챙겨주는 장면들이 참 뻔하면서도 깔끔하게 잘 연출이 되어서 보기 좋더라구요. 설거지 장면이나 수족관 장면이나 뭐 다 괜찮았습니다.

키스씬은 너무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특유의 '노린 명장면' 같은 거였지만 뭐 역시 괜찮았구요.

차 변호사 발음이 너무 새는 것만 빼면 (쿨럭;) 배우들 연기도 다 적절하게 괜찮았습니다. 특히 종석군 연기 많이 는 게 보여서 좋더군요.


뭐 그렇게 괜찮았으니까 가족분도 소리 없이 눈이 팅팅 불도록 울고 있었겠죠. 네. 그랬을 거에요. 설마 그냥 이쁜 종석이가 불쌍해서 그랬겠습니까. 네???



...로 이번 주 소감은 끝입니다. -_-;



+ 중간중간 비장한 장면에서 짧게 깔리는 음악이 아무리 들어도 '라스트 모히칸' 사운드트랙 같아서 거슬리지 말입니다.


++ 도대체 수하의 능력을 차 변호사에게 감춰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도 답답하다면, 차 변호사를 믿게 하고 싶다면 능력 좀 까면 되잖아요. 남도 아닌데. <-


+++ 처음 이 드라마 잡담을 적을 때도 했던 얘기지만, 아니 달리는 차에 정확하게 타이밍 맞춰 90도 각도로 달려들어 들이 받았고, 그 후엔 쇠파이프로 확실하게 죽이는 짓까지 했고, 또 그런 증언이 모두 받아들여져서 민준국이 옥살이를 했던 건데 말입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무도 민준국의 범행 동기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 수족관에서 수하가 '엄마도 당신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어' 라며 영매처럼 주절주절 얘기하는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식스센스'.


+++++ 재밌게 보신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ㅠㅜ 저도 예상보다 괜찮게 보긴 했는데 이젠 더 이상 이 드라마의 재판씬을 견디기가 힘들어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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