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혐오 증오에 대한 나름의 판단..

잘 읽었습니다. 더 나아갈 부분들이 있는데 맴도는 것 같아 저도 안타까워요.

주구장창 분노의 공감대를 위한 글만 쓰니 증오와 혐오가 민주주의가 권하는 가치가 되버리는거죠. 합리적인 증오와 혐오란 존재하지 않아요. 보통의 사람들은 반성과 회의, 또는 감시와 견제라고 표현합니다.
일베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이제 처벌대상과 범위로 제발 진도 좀 나갔으면 좋겠어요.

글쎄요..여기 어떤 글들이 깊이있는 얘기가 없던가요? 나름대로 일베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들이 나왔다고 보이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나온 얘기 가지고 이상하게 말 돌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좀 혐오스러웠다는 것 정도?

그리고 일베를 양산하는 근간에 대해서는 다들 합의가 되는것 같은데요. 살인적인 우리의 경쟁 사회 시스템 말입니다. 이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데 이것에 대한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진도가 못 나가는 이유, 또는 인터넷 상의 논쟁이 대개 개판이 되는 이유는, 스크린 너머의 세계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지 않나 싶어요.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과 '+1'으로 나타나는 무비판적 '공감'.

그래서 eE가 언급하듯 [반성과 회의, 또는 감시와 견제] 대신 [합리적 증오와 혐오]를 권하는 사회가 된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bigcat/일베에 대한 분석은 제 판단으론 아직 부족한 듯 합니다. 일단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선 고발형태 혹은 경험담 정도로 나오고 있지만 표창원 교수의 분석조차도 사실 개별적 판단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그 과정에서 필요없는 noise가 과도하게 끼었다고 판단하고 있구요. 일베라는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고 확산된 이유들에 대한 논의도 어캐 보면 상당히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락씨/인터넷상의 논쟁이 개판이 되는 이유에 대해서 극히 공감합니다. 저는 인터넷 공간이 운전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멀쩡한 사람이 운전대만 잡으면 X가 된다는 것은 흔한 이야기죠. 개인적으로 좌우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자세로 [합리적 증오와 혐오]를 권하는 사람들의 내부 심리가 궁금하기도 하고 짐작이 가는 바도 있는데 대단히 위험한 태도입니다.

후유증에 어떤 것이 있습니까. 회의와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부당한 일에 대한 혐오와 증오, 분노는 어떤점에서 문제가 됩니까.

전 분명 아까 쓴 본문에서 혐오와 증오라는 단어가 가진 언어적 한계점이 이 개념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분노들;예를들어 그릇된 편견에서 출발하고 그것의 원동력이 되는 혐오와 증오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고 얘기했습니다. 우린 정의롭지 못한, 부당한 일에 분노합니다. 반사회적인 행동을 혐오하며 그럼에도 그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철시키려는 인간이 있다면 증오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최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람들은 그 사건에 분노합니다. 그 범죄자의 행위와 범죄자를 혐오하고 증오하죠. 이 감정은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경우 그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정책이나 입법의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전 이 논란을 둘러싼 몇몇 이야기들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다른 주체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은 결국 하나의 현상에 대한 대단히 '감정적인 접근'이 그 출발입니다. 논리적인 접근만으로 모든 것이 시작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논리적인 접근은 중요하지만, 감정이 논리를 방해할 경우에나 논리적인 접근이 중요해집니다. 그럼 '아동강간'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논리적 판단을 방해합니까?

옳다 그르다에 대한 논리적 토론이 어려워진다고 하셨지요? 어떤점이 어려운겁니까. 도대체 이 사안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장애물이 되는것은 무엇입니까. 끊임없이 논리적인 토론이 어렵다, 가치판단이 어렵다....이 논쟁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야말로 분석대상이 되어야겠죠.

대부분의 사안에서, 감성이 덜어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는 좋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대상자체가 이미 분노와 혐오가 불필요한 합리적인 가치판단만으로 사유가 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일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 사안이 그렇습니까? 이 사안을 둘러싼 본문같은 글들은 그저 막연한 인상론입니다. 명백히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들에 대해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내린 가치판단에 근거한 감정들을 그저 분노라는, 각종 매체에서 부정적으로 여기는 감정이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인상론이죠.

자. 지금 일베유저들을 잡아죽이자는 광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차별적인 분노와 증오, 혐오도 없죠. 있다해도 유의미할 정도로 많지도 않으며 대상이 되는 일베라는 곳은 백보 양보해도 쓰레기장입니다. 이조차도 가치판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모욕당한 민주주의 희생자들을 두번죽이는는 일이겠죠. 일베에서 가장 많이 써먹히는 논리이기도 하고요. 다시 처음으로, 몇몇분들이 우려하시는 광기에 빠진 사람들은 현재 없습니다. 아동강간따위같은 부당한 가치관이 난무하는 그 배경;잘못받아들이거나 학습된 다양성 존중,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의 접목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저들이 있을뿐이죠. 그런데 몇몇분들은 이런 분노를 단지 배고프면 밥에 눈이 뒤집힌다 식의 단순한 '감정'으로 폄하합니다.

얼마전 5.18이었죠. 시민들이 군부에 대항하여 일어난 배경에 반성과 회의, 감시와 견제만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본문이 착각하는 것은 반성과 회의, 감시와 견제라는 개념은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완성되거나 자성이 가능할 정도로 시민의식이 어느정도 성숙되었을때나 유용하게 써먹힐 수 있는 개념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 학살의 주역들에 대한 가치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반성과 회의, 감시와 견제는 어떻게 써먹힐 수 있습니까.

하나만 더 덧붙이죠. '감정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누가 많이 하는지 아시나요? 기득권입니다. 대중이 권력의 부당함을 비판하거나 견제하려고 할때, 마치 그것이 잘못된것인냥 폄하하며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접근하세요"같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레토릭 자체는 대단히 유의미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상대방이 지나치게 논리보다 감정을 앞세울경우 써먹는 이야기이고요. 하지만, 권력이나 기득권이 써먹는 '감정적이다'라는 말;사안에 따라 이 말이 가진 목적과 배경을 생각해보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메피스토/
[대상자체가 이미 분노와 혐오가 불필요한 합리적인 가치판단만으로 사유가 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일 경우], [감성이 덜어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는 좋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사안이 그렇습니까?]
-> 여기까지 보자면, 우리의 차이는..
'일베의 일탈행위들은 굳이 분노와 혐오를 동원할 것 없이 합리적인 가치판단만으로 사유가 가능하다'와 '그렇지 않다'의 차이였나보군요. :)

아마 각자 스스로에 비추어 생각하고 있을테니, 이 이견은 좁혀질 수 없을 듯.

타락씨/
오독하셨던가 제가 잘못썼던가 둘중 하나겠군요.

합리적 논리적 사고와 감정을 무조건 엮는게 잘못이라는겁니다. 감정이 덜어진 합리적 사고도 가능하지만, 감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그걸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겁니다. 물론 이는 반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감정이 합리적 사고를 못하게 만들수도 있고, 별다른 감정이 없어도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할수도 있겠죠. 그 이유에는 정보의 부족이나 논리체계의 문제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말입니다.

감정이 다치지 않는 성숙한 토론문화가 한참 먼 것 같구요.. 익명성 뒤에서 감정적인 해소부터 하는 분위기는 온라인의 어쩔 수 없는 특징인가 싶기도 합니다. 공감대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에만 그치고 더 발전적인 생각을 못하는 것도 아쉽지만 어차피 여기 모인 우리는 그 공감대에 목마른 사람들이라..암튼 원문 공감합니다

하 너무 늦게 댓글을 확인해서 미안합니다. 메피스토님의 댓글 보니 아마 제가 명확하게 쓰지 않은 듯해서 부언합니다.

저는 분노/증오/혐오가 다 정도의 차이 혹은 작동하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하고/미워하고/싫은 것은 다 감정입니다. 덧붙여서 저는 감정이란 것이 일종의 에너지라 간주하는데 실제 행동을 일으키는 계기이자 동력원이라는 거지요. 따라서 감정이 수반되지 않은 움직임이란 허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바는 어떤 사안에 대해 논의의 초창기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분노에서 증오나 혐오로 번지는 것은 감정의 자연발생적인 확산으로 볼 수도 있으나 거기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이 부작용은 2가지로 나타나는데 옳고 그름에 대한 초기적 판단을 공유했던 내부 집단에 대한 과도한 공격과 개선을 도모해야 할 외부집단의 내부 구성에 대해 섬세하게 구분하지 아니하고 일괄적인 매도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민주화 이후 지겹도록 보아온 부분이고 소위 진보적 담론을 주도했던 집단이 스스로 흑역사화 하고 권력화해 버린 반증(혹은 자기위안이나 개인적 사익의 추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