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잘 하셨나요

2012.12.28 13:32

turtlebig 조회 수:2143

몇년만에 군대 동기한테 전화가 왔는데 안받아버렸습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없어서요(어디 만화에선가 뜬금없이 전화와서 만났더니 다단계 소개하더라는 에피소드도 생각나고;)

 

듀게 연령대로 보아(?) 남성 회원중에는 군필자가 많을거 같은데 군생활 잘하셨나요. 저는 못했거든요. 쫄병때는 '내가 왜 이런 부대에서 이런 일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못버려서 항상 불만에 가득차있고 조금씩 티나게 고참들한테 개기는 골치아픈 놈이었고, 정작 내가 고참이 된 후에는 '규정대로 해'라는 식으로 후임들 갈구는 악당이었구요.

 

지금은 더 달라졌겠지만 그때도 이미 구타같은건 엄두를 못내는 시기였기 때문에 주로 이런식으로 갈궜죠. 주로 교범에 나온 요령같은걸 제대로 할때까지 연습시키는거. 주말에 분대원들 집합시켜서 방독면 시간내에 착용하기, 총검술 연습 같은걸 시켰는데 물론 지나가는 소대장이나 중대장은 훌륭한 분대장이다 칭찬해주고 뭔가 껀수 생기면 포상휴가라도 챙겨줄 정도로 신임을 했지만 후임들에겐 정말 X같은 새X였을거에요. 근데 저는 그때 후임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자각이 전혀 없었다는게 흠좀무. 워낙 제 아버지군번이나 선임들이 후방의 당나라부대 병사들답게 헐렁헐렁 대충대충 개판이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대신 내무부조리랄만한 짓은 좀 오버다 싶을 정도로 꺼렸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애들 삥뜯고 짖궃게 괴롭히고 수틀리면 인격살인 수준으로 모욕주고 했던 부조리고참들이 오히려 후임들하고 좀 끈끈하게 지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 짓을 옹호하는건 아닌데, 제 방식에도 좀 문제가 있었던 거겠죠. 규칙대로 하자, 난 정당하고 수칙이 나의 정당성을 입증한다!(ㅋㅋ)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좁은데서 부때끼며 지내는 생활인데 인간적 유대같은 부분에는 전혀 신경을 안썼으니까요. 넌 니가 할걸 해라, 난 내가 할걸 하겠다, 확실히 지나친 감이 있었던거 같아요. 딱히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닌데, 처음 주특기 받고 자대배치 되고 보직을 받는 과정에서 느꼈던 참담함이 어떤 원한?같은게 되서 스스로를 경직시켰던게 아닌지... 유치한 얘기지만 나름 인텔리 대접(?)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영락없는 말단 땅개가 되서 공구리와 삽질만 2년내내 했거든요. 근데 그 원한을 엉뚱하게 후임들에게 풀었으니...ㅎ

 

동기들하고도 별로 사이가 좋진 않았던거 같네요. 제가 짬을 먹고 나서는 포상휴가에 또 목을 맸거든요. 부대에서 무슨 날 맞으면 연례행사로 하는 공모같은거, 혹은 분교대 파견... 그때는 은근히 백안시하는 동기들에게 오히려 화가 났었죠 '아니 내가 남에게 피해주는것도 아니고 내가 노력하는건데 왜 흘겨봐?'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군바리가 군바리다워야지 더럽게 꼴깝떠네, 라든지 휴가좀 나가보려고 쇼하네 지만 재미보면 그만인가, 이런 생각 할법 했을거 같네요.

 

그러니까 결론은 진짜 군생활 못한것 같아요. 의외로 전역 후에도 동기나 후임들 고참들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런거 보면 딴 세상 얘기같고 막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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