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 분명 전에도 여러 번 봤는데요.

생각할수록 와닿는 것 같아요.

지난 두 번의 민주 정부는 어쩌다 땡잡은 거였고, 사실 한국은 아직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거 아닐까요.

50대 이상은 확실히 대부분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좀 더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치 이론을 잘은 모르지만 그분들이 옹호하는 민주주의랑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똑같지 않은 게 분명해요.

물론 투표권이 생긴 것 자체로 큰 발전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87년은 생각보다 먼 과거가 아니었던 거죠.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길들여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겪었던 세대라고 해서 반드시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건 아닐거구

어제 올라왔던 글과도 조금 이어지는데

서구의 역사가 긴 민주주의에 대해 구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젊은 세대가

물이 끓기도 전에 라면 넣으려고 했던 걸까 궁금하네요..

아직 한국은 걸음마 떼는 수준이었는데 괜한 꿈을 꾼 건지.

민주주의도 민주주의지만 일단은 

객관적인 정보를 싹 무시하고 오로지 감정, 이미지, 과거의 기억에만 치우쳐 투표하는 것은 잘못된 거다

토론을 하면 좀 듣자.. 아니 토론 자체가 꼭 필요한 거다, 정책을 아는 것도 필요한 거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부터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제발

이렇게 말하면 엄청 선생질하고 내려다보는 느낌이라는 건 아는데

이번 선거 치르면서 저런 상식이 마구마구 짓밟히는 장면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x무한대 많이 봐서 

사람에 대해 갖고있던 기본적인 믿음마저 없어지는 느낌을 이미 19일 전에도 여러 번 받아왔고 그게 너무 싫었어요ㅠㅠ

저도 정치에 대해선 무식함에 훨씬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정말로. 

짧게 한 가지만 예를 들면

제가 (아주 친하진 않은) 대학 친구들 네 명 앞에서 (마침 반값등록금 얘기가 나오길래) 박근혜 반값등록금은 이름만 반값이고 경제사정에 따라 깎아주는 거더라

라고 말했더니 "와 너 운동권임?;;;:" (신기함+경멸+조소+멀어지고싶음+골치아픔이라는 감정이 뒤섞인 눈빛은 보너스)

이런 반응을 얻은 적도 있거든요. 저건 사실 요약한 반응이고, 실제로는 더 골때렸습니다. 제 쪽에서도 더 이상 친해지고 싶지 않을 정도였어요. 

정책을 알고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정치 가지고 유난떠는 사람 취급받는게 말이 됩니까ㅠ

평소에 독서 스터디도 열심히 하길래 그래도 기본 상식은 있다고 생각했던 (그러나 정치얘기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기에 더 충격이 컸던 건지.. 

아무튼 이러한 상황을 대개 나이많은 분들 사이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너무 자주 겪었는데

선거만 이기면 그래도 치유되었을 멘붕이.. 역풍을 제대로 맞았죠 

그리고 아직도 그 얼티밋 멘붕에서 회복이 안됐나봐요ㅠㅠ 그나마 듀게가 있어서 숨이라도 쉴 수 있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54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84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5272
127092 에릭손 사망 [3] daviddain 2024.08.26 299
127091 미일 합작 넷플 애니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로 예고편 상수 2024.08.26 152
127090 에피소드 #104 [2] Lunagazer 2024.08.26 33
127089 프레임드 #899 [4] Lunagazer 2024.08.26 41
127088 [핵바낭] 'Smells Like 차우차우 Spirit' 외 무쓸모 일상 잡담입니다 [6] update 로이배티 2024.08.26 188
127087 연세초등한자사전 catgotmy 2024.08.26 85
127086 바낭잡담 - 어떤 과거의 끝, 정상 상태에 대한 한국사회의 강박(생판 남의 문제는 무시할 필요가) 상수 2024.08.26 146
127085 펌프킨헤드 3 [1] 돌도끼 2024.08.26 82
127084 다시 보는 추억의 다큐 3일 한화 이글스 [3] daviddain 2024.08.26 96
12708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4.08.26 268
127082 에이리언 로물루스 드디어 봤습니다. [11] update moviedick 2024.08.26 339
127081 은퇴한 한국 남자의 고립 [1] catgotmy 2024.08.26 263
127080 [웨이브바낭] 할 말이 별로 없어서 좋습니다. '끝없음에 관하여' 잡담 [6] 로이배티 2024.08.25 225
127079 프레임드 #898 [4] Lunagazer 2024.08.25 42
127078 생강은 어디서 나는가...이제 봤어요 시리즈 [8] thoma 2024.08.25 241
127077 선지해장국 daviddain 2024.08.25 107
127076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살짝 추천 [8] LadyBird 2024.08.25 443
127075 [넷플릭스바낭] 착하게 삽시다. '위험한 정사' 잡담입니다 [14] 로이배티 2024.08.25 366
127074 나쁜 음식? 줄이기 [7] theforce 2024.08.24 292
127073 마케팅 참 이상하게 하는거 같다는 소리 듣고 있는 아이돌 소속사 [1] soboo 2024.08.24 4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