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대해서, 짧게

2012.12.20 20:48

겨자 조회 수:1687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한 교수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골수 민주당원으로, 학교에 민주당 티셔츠를 입고 출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분은 자기가 더 나이먹기 전에, 그래서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해 감각이 떨어지기 전에, 반드시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하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지난 오바마 2기 정부 대선이 끝나고, 뉴욕타임즈비즈니스 위크, 워싱턴 포스트에는 오바마 선거본부가 어떻게 컴퓨터 사이언스를 이용했는지에 대해서 기사가 나왔습니다. 오바마 1기 정부 대선 때 오바마 팀에서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지지자 성향을 여덟 그룹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나는 왜 (여러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를 지지하는가, 성별과 연령과 종교적 믿음 등 여러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지요. 이 팀은 1기 당선 이후 한 번도 해산되지 않고 2기 당선을 위해 계속 확장 유지됩니다. 그리고 이 팀은 오바마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다시 오십그룹으로 세분합니다.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투브 클릭, 이용 성향을 분석해서 그에 맞춰 맞춤형 광고와 맞춤형 이메일을 띄웁니다. (사실 이 프로세스는 불법은 아니지만 과연 합법인지도 의문스러운데, 오픈된 트위터 등에 널려져 있는 유권자 정보를 수집하여 이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 법령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부시 정권 10년동안, 매일매일 무엇을 생각했을까 저는 가끔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물론 이는 짐 메시나 캠프 매니저의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바꿔,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실패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부패, 외교 실정, 경제 삽질, 그리고 중산층 이하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밖에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것은 민주당 전략의 실패입니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박근혜를 뽑는다"라는 말이 나오도록, MB 조지는 주도권을 박근혜에게 뺏긴 것 부터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 통시적으로 (chronologically 시간 순으로), 공시적으로 (지역별로), 연령별로, 소득별로, 공약별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어디서 민주당은 잘못을 저질렀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찬찬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선에서의 실패는 총선에 그 뿌리가 있고, 총선에서의 실패는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총선 이후 반성과 수정이 없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응, 변화, 진화가 생존의 세가지 원칙이라고 합니다. 안철수가 주목받자 이준석을 영입했을 때, 이십대의 분노가 위협이 될 것 같자 손수조를 뽑아 부산에 내려보냈을 때, 저는 새누리당의 '적응'에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개별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 전날 백통씩 전화를 해도, 당에서 한 번 아젠다를 만드는 것만 못합니다. 이걸 가지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여기까지냐고 힘빠져 하시는 건 성급합니다. 개별 민주당 지지자들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주당이 만드는 아젠다마다가 언론과 포탈에서 묵살 당한 면도 인정합니다. 언론 통제도 너무나 심각한 문제입니다만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곰곰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언론 자유국가가 아닙니다. 그럼 이렇게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번 대선은 이길 수 있었던 대선인데 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전략그룹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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