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 광적으로 열광해오던 팬입니다.

일단 1,2편 악당들에 대한 제 견해는 이래요.

 

<배트맨 비긴즈>는 진짜 브루스 웨인을 따라가는 이야기잖아요.

그가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의 뜻을 자기 방식으로 이어가는.. 그 성장 과정의 고뇌가 배트맨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니까..

악역은 주제의식의 일부 같진 않았어요. 팔코니는 썩은 고담시 묘사고(1편에서 젤 멋진 악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ㅋ)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스케어크로는 정신 분열에 걸린 듯한 고담시와 브루스 웨인의 내면 그 자체의 혼란 같았고

리암 니슨은 브루스 웨인이 두번째로 극복하는 유사 아버지죠.

어둠의 사도들-라스 알굴은 전 그냥 배트맨이 뭐 내면 수양하고 무술 익히고 하는 데 필요해서 넣은 오리엔탈리즘이 깔린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고담시를 경제로 공격했는데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가 막았고

이제 화학물질로 테러하는 데 브루스 웨인이 막아내고.. 뭐 이유는 고담시가 너무 타락해서 싹 쓸어버려야 한다? 참으로 오지랖이군 싶었어요 ㅋㅋ

그니까.. 전 1편 악당들은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도와주는 기능적인, 배경이 되는 그런 요소들로 받아들였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그냥 조커가 주제의식을 휘어잡았죠.

조커는 배트맨의 반작용이기도 하지만 시스템 자체의 반작용이기도 합니다.

시스템 - 고담시 - 자본주의 계급 사회에 대한 반작용인 거죠.

조커의 테러는 행위 자체와 과정 자체에 목적이 있었어요.

테러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들을 지켜보며 혼란 속에서 사회 시스템을 다시 보라는 거죠.

조커에겐 자기 표현이고 자기 만족이 중요한 일종의 예술 행위이기도 했고

자본주의 계급 사회의 질서를 비웃고 그 허점을 드러내면서 자기 나름의 공평함과 윤리의식을 전하려고 했습니다.

그게 너무 냉소적이고 비관적이고 파괴적인 관점이긴 하지만ㅋ

결국 하비 덴트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 <다크나이트>의 질서/무질서, 선/악, 시스템의 파괴/시스템의 유지에 대한 메시지는

조커의 테러 자체가 확실히 전하는 바죠. 조커가 단순히 '악'이 아니었던 것도 그 때문이고.

조커는 뚜렷한 목적이 없이 테러 그 자체로 세상이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메시지를 전하려 했어요.

 

근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몇 번을 봐도 이 악당들이 도대체 뭐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용??

초반엔 엄청 흥미로웠어요. 

고아원에서 나온 아이들이, 주식 시장에서 구두를 닦고 걸레질 하던 빈민층들이, 도시의 지하에서 군대를 만들어 혁명을 위해 올라온다.

그들은 어차피 시스템 밑바닥에서 죽어가던 이들이니 올라와 시스템을 파괴해보려는 것도 이해가 되잖아요?

게다가 '먹고 살아야지'하는 셀리나 카일이 '새로 시작하려 해도 어딜 가나 남아 있는 흔적들 땜에 이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부잣집만 털고 다니잖아요. 하녀로 들어와 보석 훔쳐가고..

뭐 여튼    이런 계급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베인이 모든 계획을 말하는 순간 좀 이상하더라구요?

시스템을 망가뜨려 무정부주의 세상을 만든다 까지는 이해가 되요.

폭탄을 설치해 아무도 못 나가게 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사람들은 혁명을 테러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살던 시스템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 할 테니까요.

근데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결국 다 죽일 거라고요? 결국엔 다 터뜨릴 거라고요?

왜?  "거짓 희망으로 영혼까지 파괴시키려고 "가 그의 목적이라는 데..

전 도무지 납득이 안 되네요?

아니 그럼 베인이 하는 연설들은 다 그냥 거짓 희망을 주기 위해서 입니다. 사람들의 영혼을 고문하려고요. ㅋㅋ

굳이 몇달간 도시를 고립시키고 무정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의 의미가 고작 고담시를 없애기 전에 고문하기 위해서랍니까?

그것도 정말 고상한 '거짓 희망으로 인한 영혼 고문'을 위해? 으엥 이거 모야.

전 여기 어떤 의미 부여가 별로 안 돼요. 말 그대로 정말 그냥 '악'인 거죠.  오지랖도 대단한 악.

어차피 다 파멸시키려는 허무주의에 빠진 악당 치고는 무쟈게 부지런하기도 하네요.  

어차피 좋은 세상이 안 올 거라면 세상을 없애버리는 게 낫다고 믿는 건 이해가 되는 데

그럼 그 전에 왜 저런 부지런을 떨어 연설을 하고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냐고요.

차라리 고문 자체를 너무너무 즐겁게 즐기는 악당이던가, 그것도 아니고 얘는 진짜 진지하거든요.

시스템에 대해 계속 얘기하는 데 그의 테러 목적은 그냥 종말, 파멸. 그는 종말, 파멸에 대해 연설하지 않잖아요.

뭐 다른 세상에 본보기를 보이려고? 글쎄요. 그런 건 여러번 봐도 거의 설명 안 되던데.

 

그리고 그 혁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종말을 알고 하는 건지, 지들은 이게 혁명이라 생각하고 참여하는 건데

베인이 결국 다 죽이는 건지 뭐 이런 것도 모르겠고. 다 같이 테러를 즐기다 다 같이 죽자 이런 건가.

 

반전까지 나오고 나면 더 이상해집니다.

베인의 뒤에 있던 그 악당은 도대체 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기로 한 거죠?

그 악당은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겠다 외에 다른 동기는 없어보여요. 

그거에 대한 설명은 그냥 없잖아요. 이야기만 두고 보면 아버지를 증오하는 게 맞는 데

배트맨이 아버지를 죽이고 나선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요? 아니 왜?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요.

 

결론적으로 전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프랑스 혁명이니 월 스트리트 점령 등을 떠올리게 해도

도대체 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해를 도와주세요.

각자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그냥 권선징악의 얘기는 아닌데.

적어도 악당의 테러 의도만이라도 이해하고 싶습니다.

 

ps) 말미에 조셉 고든 래빗이 다리 건너려고 하는 거도 참 이상하지 않나요?

다리 지키는 군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한 명이라도 건너게 하면 도시가 날아갈 지 모르니까

걔네들은 아직 정보도 잘 수집되지 않았고 인명은 지켜야 하고 그러니까

못 건너게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조셉 토끼씨가 다짜고짜 와서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걍 지나가게 해달라고 떼쓰는 거 보면서

전 짜증 났어요. 게다가 그게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 중에 하나니까. 긴장감은 커녕 답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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