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양, 하얀 속눈썹

2012.10.07 23:53

liece 조회 수:3886

 

 

1.

 

얼마 전에 실제 살아있는 양을 보았어요.

그 전까지는 주로 책이나 만화책에서 글자로 '메에에'하고 우는 모습만 보았기에

희귀한 동물은 아님에도 묘하게 신선했어요.

...진짜로 '메에에'하고 울더라구요.

양은, 진짜로 '메에에에'하고 울어요

것도 어린애가 칭얼대는 투로...

속으로 웃겼음...

 

홍대에 있는 양카페였는데, 카페 문 밖에 작은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안에 양 두 마리가 집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그냥 저냥 노닐고 있더라구요

그 울타리 앞에 의자 놓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데 처음에는 집안에만 있는 거예요

울타리 앞에서 반응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둘러싸여 있다 보면 참 귀찮기도 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뭐 그래도 저렇게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으니 그걸로 괜찮겠지 싶기도 했어요

진짜 살아있는 양을 자세히 보는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는데

어쩐지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동물이더라구요

상상 이상의 덩치가 온통 뭉실뭉실한 양털이어서 당장 끌어안으면 푹하고 구름에 빠지듯 빠질 것만 같았어요.

물론 (기억이 많이 미화된) 지금 회상하기론요. 당시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냄새에 기회가 있다 해도 도저히 안을 엄두는 나지 않았어요.

조용하고, 가끔 메에에(ㅋㅋㅋ)하고 우는데다 입매는 어쩐지 언제나 웃고 있는듯한 모양이길래

처음엔 입매가 원래 저런 모양인가, 그래서 저토록 평온하고 행복하고 즐거워보이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생각보다 섬세한 성격인지 늘상 웃고 있지만은 않고 외려 살짝 쳐지던 순간들도 있었어요.

감정에 따라 귀 움찔대기도 하고요, 하얀 속눈썹이 드리워진 검은 눈동자의 움직임도 미묘하게 달라지기도.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을 가리고 친한 사람이 보이면 그 쪽으로 가고 싶어해요.

전 그냥 조용히 그림만 그려서인지 나중엔 와서 손도 핥아줬는데

...아마 손에 지푸라기 같은 게 있나 하고 기대하며 핥은 거 같아요(..)

그러는 동안 눈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요,

눈이

 

정말로 예뻤어요...

;ㅁ;

 

 

검고 커다란 눈망울에 길게 드리워진 하얀 속눈썹...!!

예뻤어요.

 

 

 

 

 

 

 

 

2.

그러고 보면 전 언제나 새하얀 속눈썹을 좋아했어요.

연세 있으신 분이 아닌 이상 그런 속눈썹을 자연스럽게 가진 사람은 찾기 힘들지만요. 음.

동물에게선 흔히 볼 수 있는 거잖아요

하얀 속눈썹을 보면 청순하고 순수하고 신비한 느낌과 더불어

그런 대개의 동물들을 보며 마음이 편해지던 느낌도 함께 떠올라요

그러고 보면 하얀 속눈썹은 대개의 비비드한 눈화장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언젠가 하얀 속눈썹 마스카라가 유행했으면 합니다.

 

아래는 잠깐이나마 '하얀 속눈썹은 예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급 모은 사진들(...)

 

 

 

 

 

 

 

 

 

 

 

 

 

 


생김새가 제 집 강아지랑 비슷해요

 

 

까만 눈망울이 아니어도 하얀 속눈썹... 충분히 잘 어울리네요


 

 

눈동자가 드러나지 않아도 그저 눈 감은 모습 그대로 예쁜 속눈썹

검은 피부에도, 어떤 색에도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65
127017 바낭 - i can (not) control...? new 상수 2024.08.18 20
127016 알랭 들롱 사망 [6] new daviddain 2024.08.18 160
127015 좀 됐지만 [파묘]에 대한 이야기 new Sonny 2024.08.18 111
127014 [EIDF] 2024 EBS국제다큐영화제 new underground 2024.08.18 59
127013 잡담 - 여름노래 이야기(신화의 으샤으샤(?!)를 오랜만에 들으면서), 지금 이 순간의 만족과 후회, 가을이 오면 상수 2024.08.17 82
127012 [넷플릭스바낭] 한국산 SF란 쉽지가 않네요. '원더랜드' 잡담입니다 [8] update 로이배티 2024.08.17 301
127011 프레임드 #890 [3] Lunagazer 2024.08.17 49
127010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 뒤로 갈수록.... [1] S.S.S. 2024.08.17 230
127009 이런저런 잡담...(스케처스) 여은성 2024.08.17 99
127008 피네간의 경야 18p catgotmy 2024.08.17 45
127007 이강인 골 daviddain 2024.08.17 87
127006 (스포) [트위스터즈]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4.08.17 201
127005 영화 <괴인> 후기 [9] 첫눈 2024.08.17 230
127004 SF장르 이야기들의 근본적인 문제점... (에일리언, 건담) [4] 여은성 2024.08.17 280
127003 [넷플릭스바낭] 소니 스파이더버스의 미래는... '마담 웹'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8.17 238
127002 프레임드 #889 [4] Lunagazer 2024.08.16 46
127001 오늘 강변북로를 막은 폭주족 [1] 남산교장 2024.08.16 184
127000 [KBS1 독립영화관] 만분의 일초 underground 2024.08.16 80
126999 [듀나인] 주인공 왕자가 진정한 시인이 되어가는 소설 제목을 찾습니다. [2] update cat 2024.08.16 163
126998 [넷플릭스] 기대보다 진지했던, ‘핍의 살인사건 안내서‘ [9] 쏘맥 2024.08.16 3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