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 바낭] 건강에 적신호

2012.09.26 15:27

fysas 조회 수:2218

남들이 저희 반지 보고 예쁘다고 칭찬 들을 때마다 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가 있었어요.

얘는 미모랑 건강한 거 빼면 시체예요. 얘는 정말 예쁘고 건강하니까 버릇없어도 돼요 등등...

입버릇처럼, 반지는 정말 생긴 것 자체도 예쁘지만 건강함이 표정에 묻어나서 더 예쁜 타입이었죠.

만 10세하고도 3개월이 된 중년견이지만, 병원에 간 횟수는 정말 적어요.

예방접종하러 가는 거 빼면 오래 전 출산 때, 가끔 귀에 염증 생겼을 때, 다른 개랑 싸우다가 다쳤을 때,

그리고 일이년에 한 번 정도 배탈났을 때... 몸에 칼을 댄 것은 작년에 한 중성화수술이 유일하죠.

8살 때까지 한 집에 살던 푸들 친구 찌루가 종합병원이었던 덕에 병원에 따라간 적은 많았어요.

그래서 반지는 여태까지도 병원에 가면 일단 진료대 올라가기 전까진 놀러가는 건 줄 알죠.

 

그런 반지가, 지난 주에 연례행사인 배탈 때문에 병원에 갔습니다.

원래 스트레스 받으면 한번씩 배탈이 나는 타입인데 이번엔 딱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었어요.

며칠 동안 반지가 좋아하는 제 친구가 와서 오래 놀아주기도 했고, 산책도 매일 했고...

그런 상태에서 토요일 저녁에 탈이 나서 다음 날인 일요일엔 병원 문을 안 열고, 이러다가 괜찮아질 때도

있으니까 이번에도 혹시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런데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구요.

먹은 것도 없이 계속 토하고 묽은 변을 보길 반복, 그래서 월요일날 바로 병원에 데려갔어요.

다행히도 배탈은 별로 큰 증상이 아니었는데 선생님이 청진기로 들리는 심장소리가 안 좋다고 하시네요?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라고 천진하게 되물었지만 당신 수의사생활 25년짼데

이런 심장소리는 십중팔구 심장병 증상이라고,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하셨어요.

일단은 배탈치료가 우선이니까 주사 맞고 약 먹고 치료한 후에 정밀검사 받으러 오래요.

 

 

........여기까진 헉, 진짜 심장 이상인가? 를 걱정하기보단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진료를 받았던 동물병원이 이 동네 이사와서 이제 2년 동안 다니고 있는 병원이었는데,

솔직히 선생님 실력은 좋으시지만 가끔 이건 안 해도 되는 거 과잉진료한다 싶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대부분은 많이 오버하는 거 아니고 이것도 나름대로 병원의 영업스킬이겠지 싶어서 적당히 받아주고

좀 심하다 싶은 건 그냥 안 할게요, 하는 식으로 넘어가긴 했었지만 그래도 좀 그런 면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선생님이 진료 안해도 되는 거 괜히 겁주시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이건 진짜로 이상 있지 않기를 바라는 제 마음의 간절한 바람이었죠.

 

그리고 반지 배탈이 완전히 다 나은 다음, 지난 토요일에 병원에 가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았어요.

엑스레이 찍고 피 검사도 하고 심전도도 하고 그래서 결과는....... 심장비대증이었습니다. ㅠ_ㅠ

선생님 의심한 게 미안하게 그냥 딱 엑스레이 사진 보는 순간, 반지 심장이 많이 크더라구요.

심장비대증은 보통 선천적인 게 아니면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때문에

심장이 무리를 해서 그렇다고, 최근에 반지가 운동하기 힘들어하는 증상은 없냐고 물으시는데....

그런 거 절대 없죠.; 항상 씩씩하게 잘 뛰어다니고, 오히려 제가 쫓아다니느라 힘들어하죠.;;

 

일단 아직은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고 심장비대 증상으로 인해 기관지를 눌리는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약물치료하면서 운동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사람 먹는 거 절대 주지 말고 나트륨 조절해주는 사료 먹고...

등등의 처방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약물치료 하면서 살찌지 않게 하면서 쭉 건강관리에 신경써준다면 평범하게 잘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우리 반지 스무살까지 살아야하는데... ㅠ_ㅠ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반지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 먹이기 전쟁에 돌입했네요.;;;

이 주인이 그동안 좀 더 건강관리 신경써줄걸 하면서 미안함에 폭풍눈물 흘린 것도 모르는 야속한 반지마마는

약이라면 제일 좋아하는 6천원짜리 캔사료에다 섞어줘도 바로 눈치채고 안 먹는 녀석이라.. ㅠ_ㅠ

고집쟁이 떼쟁이에 주인을 우습게 보는 버릇없는 개님이지만, 그래도 이게 피할 수 없는 거란 사실을 언젠가

깨달으면 이 약먹이기 전쟁이 그래도 좀 나아지겠죠.

주인이 운전할 때 무릎 위로 점프하면 안된다는 사실도 드디어 깨달은 영특한(..) 개님이니까요. ^^;

 

암튼 우울하니까 반지 사진이나 몇 장 풀어봅니다!

 

 

 

 

 

주인아, 놀자~~~~.jpg

 

 

 

 

 

먼저 손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 앞발도 없다.jpg

 

 

 

 

 

 

주인이 잠깐 내려놨는데 사라진 두유는 어디로 갔을까...?.jpg

 

 

 

 

 

어이, 인형군 여긴 내 구역이야.jpg

 

 

 

 

 

주인님, 빨래같은 거 하느라고 나랑 안 놀아줄 거야? 그런 거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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