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9 14:01
3권을 읽긴 할 것 같지만, 사실 전 이 소설이 그렇게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하루키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읽었고(에세이들 포함),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이유들-이를테면, 고유명사들의 남발, 그 특유의 감수성,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너무 가벼운 무언가-들도 제 취향엔 거슬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독자였는데, 이 길고 긴 장편 소설에서는 저런 점들이 마냥 거슬려요.
그냥, 제 개인적으로 자꾸 눈에 거슬리는 점들을 나열하자면,
등장인물들이 뭘 어떻게 요리해 먹나, 어떤 옷을 입나, 샤워는 몇번 하는가, 맥주는 얼마나 마시나, 하는 것들이 불필요하다(두둥!)고 느껴질때가 있어요--이게 하루키 소설에서 어디 한두번 나오는 것들이냐 하시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정말 불!필!요! 하게 느껴져요. 만약 주인공들의 성격, 심리를 묘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면, 전 그냥 이 방법이 이 소설에서는 유달리 얄팍하고, 비효과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할래요. 그리고 종종 어색해요! 소설의 전체적인 톤과도 따로 노는것 같구요.
또, 영어단어들의 사용: 에, 그러니까 말이죠. '시스테매틱'이 전 참 거슬려요. 이 소설 배경이 1984년(혹은 1Q84년)이라는걸 감안해도, 이런식의 영어단어 사용 조금 촌스러워요. '온더락'같은 고유명사들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저런 형용사들까지 영어로 남발하는게 이 소설에선 유독 눈에 거슬려요. 아무래도 소설이 길다보니 그런것 같지만...
그리고, 다음 불평...이건 조금 스포일러일수도 있으니까, 스킵하실 분들은 스킵해주세요.
십대 소녀들이 '다의적'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등장인물들 중 성인 남자들과 성교를 하는 내용, 그리고 그걸 묘사하는 부분들이, 전 많이 거슬렸어요. 그냥 그 부분들의 의도나, 효과가 아직 완결된 소설이 아닌 이상 모호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전 이 부분들이 너무 도덕적인 개념이 없는것 같아요. 특히 덴고가 '당했을땐', 물론 어리둥절하고 그렇겠지만, 그냥 그 부분 묘사나 전개가 참 허허롭더군요. 그냥 허허허, 덴고, 자네 이게 뭔고? 싶더라는...-_-;
이 밖에 몇가지 더 있지만,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줄이면...제가 앞서 불평한 이런 것들이 하루키 소설들에서 하루 이틀 등장한 요소들도 아닌데, 이 길고 긴 장편 들에서는 유독 거슬리고, 그냥 한마디로 전 '설득당하지 못했어요'. 소설의 완결까지 읽으면 나아지려나요?
제가 생각한 이번 소설의 미덕들은, 문장들이 참 많이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문장 자체로서 완성도가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 몇몇 장치나, 극의 전개가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들 정도에요. 그의 장편으로서의 바로 전작인 '해변의 카프카'와 비교해봐도, 문장들이나 극의 전개가 훨씬 더 훌륭한 '숙련되었다'고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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