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시

2012.03.29 21:32

brunette 조회 수:1619

오늘 아들 아이가 숙제로 적은 시조입니다. 시조..

 

[봄경치]

 

개나리 피어나라. 진달래 피어나라.

이렇게 주문외는데 어째이리 안피나.

봄경치 꽃이없으면 봄경치가 아니라네.

 

(해설 : 3·4 3·4, 3·5 4·3, 3·5 4·4 등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띄어쓰기 안 함.)

 

 

시 얘기 나온 김에 제가 애장하는 아들의 시 몇 수 적습니다.

 

 

[포도 한 송이]

 

오늘은 미술시간

포도 한 송이 그리다가

아차!

잘못 그렸다.

물감으로 그려서 지워지지도 않고

결국 새 종이 받는다.

아까운 포도 그림.

 

(해설 : 아차! 가 당시 저희 아들의 심경과 표정을 생생히 재현해주어 아주 좋아합니다.)

 

 

[가을]

 

가을이 되면

논에는 허수아비가 참새를

쫓느라 애를 쓴다.

 

과수원은 감따는 아이들을 막다가

결국 빼앗긴다.

 

코스모스는 나몰라라

꽃이나 활짝 피고

 

단풍씨는 멀리가자

하고 잎과 함께

날린다.

 

산에서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을

하고

 

사람들은 곡식과 과일들을

걷는다.

 

빠알간 고추잠자리는

한없이 끝없는 하늘을

난다.

 

(해설 : 시인이 어린 시절(8살~11살)을 보낸 시골마을의 가을 풍경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야구하기 참 힘드네]

 

이얏! 첫번째 공을 던진다.

볼이다.

에잇! 두번째 공을 던진다.

또 볼이다.

이것 참 던져도 던져도

만날 볼이니 참.

야구하기 정말 힘드네.

 

(해설 : 야구연습에 담긴 인생관조의 정서...는 아니고, 가식이 없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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