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는 미국드라마의 한 여주인공이 최근 불임선고를 받았어요. 이 와중에 남자친구는 프로포즈를 하죠.

두 사람의 대화를 요지만 정리해보면


남자 : 결혼하자. 널 사랑해.

여자 : 나 불임이야. 지금 프로포즈를 철회해도 괜찮아. 이 정보를 잘 생각하고 선택해.

남자 : 상관없어 결혼하자. 아이는 입양을 하거나, 여러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어.

여자 : 난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를 가지거나 기를 생각이 없어. 니가 원하는 인생에 아빠가 되는것이 한 부분이라면 나랑 결혼해선 안돼. 난 절대 아이를 원하지 않아.

남자 : (나타나진 않지만 프로포즈를 철회하고 떠나죠.)


그러니까 사실 이 여주인공은 원래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어요. 

불임은 '혹시나 어쩌면' 했던 미미한 가능성을 차단한 것일뿐. 입양이건 수정관이건 대리모건 어떤 방법이든 간에 아이를 가져서 기를 생각이 없었던 거죠.

이제까지의 캐릭터를 봐도 굉장히 독립적이고, 자신의 커리어를 중시해서 '사랑보다는 일'을 선택해 왔었구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의 룸메이트이자 베스트 프렌드(남)와의 대화입니다.


여자 : OO(구남친)이 떠났어. 나 불임이거든. 그리고 아이도 원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니까 결혼 못하겠대.

남자 : 나는 그래도 널 사랑할 수 있어. 니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대도 좋아. 널 사랑해.

-여자의 놀란얼굴과 함께 엔딩 크레딧-


한국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죠.ㅋㅋ

저도 이제 결혼 적령기이고 주위에서 결혼을 많이 하다보니 이 상황에 대해 작꾸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떠난 구남친을 욕할 순 없어요. 남자건 여자건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인생에서 결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 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재고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와 결혼을 생갈할 땐 '이 사람이 내 아이의 아빠/엄마가 되는 것'을 상상하잖아요.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남자들은 특히 더 '이 사람이 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사실 이 여자의 마음이 이해돼요.

결혼은 하고 싶은데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음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과 만날때 누가 이쁜 애기를 데려오면 다들 한번 안아보고, 아이가 좀 컷다면 말한번 걸어보고 하는데 전 딱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안들어요.

아무리 귀여운 아이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아요.

감기가 심해져서 집주위에 늦게 까지 하는 병원을 찾았더니 소아과 밖에 없더라구요. 병원에 사람이 많았어요. 

저보다 나이가 얼마 많이 보이지 않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려왔더라구요. 

종합병원도 아니고 동네 작은 소아과라 가벼운 감기 환자만 있어서 (저를 제외한) 대기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사랑이 넘쳤지만 부럽지 않았어요.

'아, 나도 결혼해서 저렇게 행복했으면 좋겠어'하는 마음이 안들었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아이를 기르기 싫다고 하면 나랑 결혼하겠다는 남자가 있을까?'하는 거였어요.


'난 아이를 낳을 생각도 기를 생각도 없어'라고 하는 여자와 사귀는 남자는 있을까요? 

여자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조금은 움찔할 것 같아요. 우리의 유전자가 선택한 최적의 배우자가 종족보존을 거부하는 거죠.

그렇다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한 조건일까요?

지금 시대에 연애와 결혼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귀긴 하지만 결혼은 할 수 없는 여자가 될까요?


듀게인들은 어떠신가요?

아이를 낳기도, 기르기도 거부하는 애인. 사랑 또는 결혼하실 수 있으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9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59
126918 [넷플릭스바낭] 2023에 나온 옛날 영화, '바튼 아카데미'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8.07 21
126917 갑자기 문득 떠 오른 사업 아이템 new soboo 2024.08.07 28
126916 프레임드 #879 [2] new Lunagazer 2024.08.06 33
126915 [K-Mooc] 현대인을 위한 감정 다스리기 [1] new underground 2024.08.06 109
126914 데이빗 린치 감독님 폐기종이시라네요. [10] update LadyBird 2024.08.06 269
126913 중본철사(中本哲史) catgotmy 2024.08.06 55
126912 [게임바낭] 허술한 듯 재밌는 변종 디펜스 게임, '쿠니츠가미: 패스 오브 가디스' 엔딩을 봤네요 update 로이배티 2024.08.06 116
126911 오늘 주식 시장 슈카월드 라이브 [5] catgotmy 2024.08.05 375
126910 에피소드 #101 [2] update Lunagazer 2024.08.05 37
126909 프레임드 #878 [4] update Lunagazer 2024.08.05 36
126908 한국에서 성룡의 초기작들 [2] 돌도끼 2024.08.05 170
126907 로키 시즌 2 후기: 운명과 자유의지의 문제(우리 로키가 달라졌어요) [1] 상수 2024.08.05 152
126906 뿔테의 불편함 [2] catgotmy 2024.08.05 157
126905 데드풀과 울버린(2024) feat.노스포 [6] skelington 2024.08.05 199
126904 240803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Sonny 2024.08.05 174
126903 신사망유희 돌도끼 2024.08.05 83
126902 [넷플릭스바낭] 그 '악녀' 말고 대만산 스릴러 '악녀' 잡담입니다 [9] update 로이배티 2024.08.05 187
126901 조코비치가 금메달 땄군요 [4] daviddain 2024.08.05 151
126900 요즘 이소룡 영화 얘기가 많아서 문득 궁금한게 [5] 정해 2024.08.04 247
126899 혹성 탈출 설정에 대해 궁금한 점 [4] 정해 2024.08.04 2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