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카페 노란코끼리

2012.01.17 12:26

beirut 조회 수:4165




우리가 아는 카페들에선 하루에도 수십 수백잔의 커피를 만듭니다. 그런데 과연 그 원두는 어디에서 올까요? 커피를 파는 곳은 길거리 어디에든 널려 있지만, 그 원재료의 공급과정은 잘 드러나 있는 편이 아닙니다. 어떤 카페에선 코스트코의 대용량 분쇄커피를 사다놓고 쓴다는 말을 들었어요. 깜놀. 출처도 로스팅 날짜도 불분명한, 그것도 이미 분쇄된 커피를 대용량으로 사다 쓴다는 것은 제 기준에선 이미 썩은 음식을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샵에서는 라바짜나 일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두 공급회사에서 물량을 받아다 씁니다. 이런 곳들은 그나마 검증된 콩을 쓰는 곳이죠. 대부분 그 공급처의 로고를 자랑스레 박아놓고 광고를 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거대 기업에서만 원두를 받아 써야 할까요? 요즘엔 대기업들도 커피생산국의 환경을 위해서 애쓴다고들 하지만 그게 빛좋은 개살구일 거라는 생각은 저만 하는 게 아닐 겁니다. 최소비용/최대효용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것보다도 일단 해외에서 가공해 들어오는 원두는 아무리 밀폐를 하더라도 최상의 상태라고 할 수는 없죠. 제게 커피는 우유와도 같은 신선식품입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카페들은 스스로 로스팅을 합니다. 제가 소개했던 많은 샵들은 대개 그런 로스팅샵이었죠. 자신의 샵과 어울리는 생두를 엄선해서 바로바로 볶아 판매도 하고 커피추출도 합니다.


얼마 전, 커피 잡지 로스트(Roast)에서 중소규모 로스팅 팩토리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소신을 갖고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자 하는 중소규모 로스팅샵은 커피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커피에 대한 열정, 로스터의 이름을 건 자부심은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입니다. 

미국같이 커피소비가 많은 나라에선 로스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엔 개인 로스팅샵과 대규모 공급업체 사이를 메꾸는 중소규모 로스팅업체들이 거의 없었죠. 그러나 연남동 커피 리브레를 필두로 로스팅에 주력하고 커피 교육을 병행하는 활기찬 커피랩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곳들에서 볶은 원두는 개인에게 소량판매하기도 하고, 스스로 로스팅할 수 없는 개인샵들에 공급하기도 하죠. 


오늘 소개할 노란코끼리는 소규모 로스팅 샵입니다. 




노란코끼리라면 북카페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거에요. 맞습니다. 지금의 카페 헤이마가 있던 자리에서 운영하던 북카페 노란코끼리가 이 노란코끼리 맞습니다. 그 노란코끼리가 우여곡절 끝에 가게의 컨셉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로스터를 영입해 작년 9월 성미산 마을 근처에 다시 카페를 열었습니다.


성미산 마을과 그 주변은 자전거를 타기에 러블리한 환경이죠. 노란코끼리가 성미산 마을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며칠 전 부터 자전거를 탈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날은 좀 추웠지만, 한적한 동네를 골목골목 탐방하다 노란코끼리에 도착했습니다. 

 


북카페의 흔적 혹은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위한 노란코끼리의 작은 발걸음 정도 되겠네요 :)





원두 통에는 자신들만의 라벨을 디자인해 놓았어요. 예쁩니다. 






저 예가체프 오가닉은 얼마 전 제가 생두를 구해다 볶아보기도 하고 마셔보기도 한 커피에요. 딱 저 그림이 표현하는 맛이었습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란 말이 있죠. 그러나 노란코끼리의 커피 맛은 라벨로 판단하는 게 딱입니다.

 



로스터는 T3와 태환입니다. 

 



테이블은 단 하나. 봄여름가을에 사용하는 야외테이블까지 세 개가 있네요. 느긋이 커피를 맛보고 가는 보통 카페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컨셉. 그래도 테이크아웃을 포함해 커피를 추출해 팔고는 있습니다. 아직은 원두를 구매하고자 하는 분들께 테이스팅을 제공하는 개념 정도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앞으로 매장을 확장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노란코끼리에선 누가 내리든 동일하게 좋은 맛을 내는 원두를 볶아내는 것을 목표삼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란코끼리의 싱글오리진 추출은 모두 클레버(Clever)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분량의 그라인딩 된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기구죠. 최근에는 커피메이커에 맞는 로스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맛좋은 로스터리 샵에서 사온 원두가 막상 사무실의 커피메이커에선 같은 맛을 내지 않아 실망한 적 있으시죠? 노란코끼리에선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셈이죠.



로스팅에 대한 화학적인 분석을 다룬 책이 있었어요. 무려 40만원이나 합니다.

 



선물 세트. 정말 예쁘군요!


원두와 함께 판매하는 커피용품들. 저 가운데 있는 게 클레버.

 


커피맛은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클레버 추출은 보통 밋밋한 맛이 납니다. 하지만 그런 클레버 추출의 단점을 잘 보완했더군요. 니카라과를 마셨는데 산뜻하고 풍부한 향미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내부에 있는 유일한 테이블.

 


노란코끼리는 지역사회와 연대를 꿈꿉니다. 주변 사무실에 신선하고 맛있고 간편한 커피를 공급하고, 성미산 마을과 유대해 커피를 판매합니다. 그 밖에도 독립잡지 후원, 해외 결연아

동 후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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