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회창은 왜 두 번이나 실패했을까요. 그의 대세론은 6년동안 한국을 지배했죠. 대통령은 다른 이였지만 실력자는 그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두 번 미끄러졌죠. 첫번째 실패는 정치초년생으로 미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 실패는 이해되기 어렵죠. 4년 11개월을 단독으로 지배하다 단 한 달만에 무너졌으니까요. 그의 패배는 적군들 마저 "우리가 왜 이겼지?" 라는 물음을 그리게 만들었죠. 그의 실패에 대해 이런 저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분석이며 대중이 공감하는 분석은 "병역 비리" 입니다. 두 아들의 석연치 않은 병역 면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은 솔깃하게 들리고, 모든 의문을 해결할 열쇠로 들릴만 합니다. 청렴하고 깨끗한 이미지였던 그에게 치명타로 여겨질 만도 하니까요.


2.  물론 병역 비리가 아예 영향을 끼치지지는 않았을 껍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사안이 주요 변수가 아닌 종속 변수였다는 거죠.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 사안이 치명타가 아니었다는 이유때문입니다. '병역 비리' 사안은 1997년 부터 제기되었던 사안이었죠. 2002년에는 낡은 이슈였습니다. 대중들이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삼기에는 낡았죠. 더 큰 건 이 문제의 정체성이 흐릿했다는 겁니다. 진짜로 병역 비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죠. 김대업은 사짜의 냄새가 풍겨졌고, 두 아들은 정말로 말라보였으니까요. 대중들은 그 동안 이회창이 보여준 행적에 따라 이 사안이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졌을 껍니다. 이런 겁니다. 병역비리가 맞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게 참이냐 거짓이냐라고 보는 대중의 '태도'가 중요했다는 거죠. 이회창은 여기서 실패했다고 봐야합니다. 병역비리에서 시작된게 아니라, 병역 비리에서 끝난겁니다. "설마 그럴까?" 의 태도가 아니라 "그러면 그렇지"라는 태도였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무너진거죠. 이건 병역 비리에서 출발할 문제가 아닙니다. 전후로 보인 그의 태도에서 파생되는 문제죠. 


3. 이회창이 뜬 이유는 '기존 정치권과 다른, 참신한 보수성'에 있었죠.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대쪽이 됩니다. 이 이미지가 흔들리는 때가 2000년에서 2001년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 이회창과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죠. 국회 공전과 말싸움, 대여 투쟁등이 반복됩니다. 이 기간 동안 이회창은 당 내에서 강고해지고, dj는 정국 장악력을 잃어가죠. 이회창 쪽으로는 어느정도 소득이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회창은 이 기간을 거치면서 대중에서 "너도 기존 정치권이랑 똑같구나" 라는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그 이전의 대세론과 그 이후의 대세론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 이전의 이회창은 한나라당이라는 강고한 지지층+ 대쪽에 반한 확장성이 있었죠. 2001년 이후에는 다릅니다. 강고한 지지층은 있지만 확장성은 흔들리죠. 이 기간의 지지율 표를 보면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여권의 인물난에 기인한 것과. 한국 사회의 강고한 보수성이 합쳐진 결과였죠. 강고한 지지층이 많았기 때문에 지지율이 겉으로 보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수면 밑에서는 빙산이 녹고 있었습니다. 대세론이 무너진게 바로 여깁니다. 이미지가 바뀌면서 확장성을 잃어버렸고, 그 확장성을 최대치로 만들 인물이 탄생하자- 노무현이죠- 무너져 내린거죠. 복싱에 비유해 보자면 이회창이 12회에 k,o 당한건 겉으로 보면 11회때 큰 한 방 때문인걸로 보이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전에 잔매에 꾸준히 맞은게 체력을 빼앗아갔고, 그 덕분에 풀려진 다리가 한 방에 주저앉았기 때문입니다. 


4. 제목엔 박근혜 얘기를 걸어놓고 이회창 얘기만 주구장창 떠들어 댔군요. 뜬금없다고 느껴지실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박근헤 얘기를 해보죠. 그녀 역시 대세론이 강고합니다. 안철수 현상에 의해 치명상을 입었다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고성국 박사의 말처럼 박근혜 대세론은 강고합니다. 무너진게 아니에요. 내년 대선에서 그녀는 유력한 1위 후보입니다. 저는 60% 이상 그녀의 당선을 점칩니다. 그럼에도 박근혜가 무너질 가능성 역시 무시하지 못합니다. 이회창때와 똑같은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녀 역시 잔매가 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5. 이회창의 핵심키워드가 참신이었다면, 박근혜의 핵심키워드는 '사사롭지 않음' 입니다. 연민의 정서도 있지만 그거야 전통적 지지층의 정서고, 확장층에게 그녀를 어필하기 위해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사사롭지 않음이죠. 그녀의 언행은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로 사사롭지 않음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짜로 박근혜가 사사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대중이 그녀의 실책에 대해 "그러면 그렇지" 라고 반응하는 경우는 그녀가 사사롭게 행동한다고 느껴질때겠죠. 제가 잔매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는 대중이 박근혜의 행동에 대해 '사사롭다' 라고 느끼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는 것에 기인합니다. 


6. 단적으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죠. 나경원 의원이 단독후보로 나섰고 수차례에 걸쳐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죠. 박근혜 측에서도 여기에서 무너지면 쭉 밀린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에 지원에 나선다는 예측이 확실화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측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나경원의 행보가 친이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복지 정책에서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에서죠. 박근혜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망설임이고 주저함입니다. 


7. 하지만 대중은 그녀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몸사리고 있는 것을 좋아할리가 없죠. 이는 친여측 정서를 가지고 있던 친야측 정서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극적으로 처신한다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에 있죠.사사로움입니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소극적으로 보이는 행보지만, 정작 대중은 '사사롭다'라고 여겨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미지가 탈색되는 거죠. 


8. 이번 한 번 뿐이었다면 별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죠. 길게는 촛불시위때부터 작게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시점에는 적극적으로 나섰고, 아닌 경우에는 침묵했죠. 모든 정치인이 그러하긴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를 포장하기 위해 원칙을 내세우죠. 박근혜의 경우에도 원칙이 있을껍니다. 사안 마다 자기가 왜 나서는 지. 안 나서는지 설명했을 껍니다. 근데 그게 뚜렷하지 않아요. 대중의 머릿속에 왜 박근혜가 나서는 지 안 나서는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이미지화 되죠. 잔매가 늘어가는 겁니다. 이회창이 00년 01년의 대여투쟁 당시 합리적으로 이를 설명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9. 계속 말하지만 정치인이 이렇다고 말하는 것과. 대중이 '그럴 것'이라고 느끼는 것에 격차가 있다면 옳은 건 대중의 정서입니다. 정치인이 아무리 내가 이런 사람이야 라고 설명해도 대중이 아니야. 라고 느끼면 말짱 황인거죠.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 스스로가 나는 정말 사사롭지 않아라고 느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대중이 그녀에 대해 '사사롭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확장성이 점점 갇혀지고 있는거죠. 뭐 억울하기도 하고 변명꺼리도 있을 껍니다. 어느정도는 이해되기도 하죠. 그럼에도 지적할 수 밖에 없죠. 


10. 저는 그럼에도 박근혜 대세론은 강고하다고 봅니다. 이회창때와 마찬가지로 강고한 보수층이 있죠. 더군다나 연민의 정서도 있구요. 이는 쉽게 무너질 문제가 아닙니다. 그녀가 이회창 처럼 확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이회창은 우연의 요소가 결합해 무너졌고, 박근혜때도 이게 반복된다고 보는 건 박근혜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죠. 박근혜는 무너질꺼야. 수첩공주야. 라고 말하는 것들은 그냥 바람이에요. 종교적 기원이죠. 대중을 너무 만만히 보거나. 너무 좋게 보는 거죠. 다만 지적하는 건 이겁니다. 그녀의 대세론에서 한 축은 강고한 보수층에 덧칠하는 확장성이었죠. 그 확장성의 기반이 되는 이미지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 그렇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거죠. 그녀 역시 잔매를 맞기 시작했다는 거죠. 대세론이 무너진 건 아니지만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 건 확실합니다. 



ps) 오늘의 핵심 사안은 박영선-박원순 단일화인데 뜬금없이 박근혜 이야기냐고요? 다들 박영선-박원순 단일화 얘기하는 데 저까지 그 얘기 해봤자 뭐합니까. ㅎㅎ 나름 블루오션인 셈이죠... 그럼에도 누가 이길꺼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드리겠습니다..


아마 박원순 후보가 이길껍니다. 민주당의 조직력은 사람을 실어올 수는 있어도, 그 사람들에게 특정 인을 강요하지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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