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시간이 어중간하게 붕 떠서 가까운 극장에서 의뢰인을 봤습니다.

듀나님의 평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고, 컨테이젼, 카운트다운, 의뢰인중 뭘 볼까 하다가 고민했는데 컨테이젼은 보고나서 좀 찝찝하다는 평이 있었던터라 일단 제외되고, 

전도연+정재영 vs 하정우+장혁+박희순  에서 후자가 이겼습니다. (물론, 저라면 전도연쪽이었지만....쿨럭)


영화는 장혁이 새벽에 집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요. 집에 도착하고 나니 경찰들이 모여있고 침대에는 피가 흥건한데 경찰이 오더만 아내 살인범으로 체포한답니다.

그뒤부터.. 영화는 법정물 미드 덕후가 발로 뛰지 않고 미드만 열심히 보고나서 쓴 시나리오대로 흘러갑니다.


(이후부터 스포일러라 하얀글씨로 처리합니다.)


우수한 검사였던 하정우는 지금 돈벌이가 좋은 변호사가 되어 있는데 브로커(성동일)의 계속된 부탁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혁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성동일과 장혁 또는 그 대리인과 접촉하는 장면 같은게 안나옵니다. 

즉, 장혁이 하정우에게 변호를 맡기고, 또 하정우가 받아들이는 부분이 전혀 설득력도 없고, 이해할 수고 없이 그냥 장면 전환 되면서 넘어갑니다.

일단, '영화 현상소의 일개 직원인 장혁이 비싸보이는 변호사인 하정우에게 변호를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그런 배경설명도 전혀 없습니다.


성동일은 브로커인데 또 하정우의 개인 수사원 같은 역활까지 합니다.  대체 왜? 


김성령이 또 발로 뛰는 사무장으로 나옵니다. 김성령은 이기는 것을 하정우보다 중요시 하는 캐릭터 인듯 한데, 그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영화는 내내 장혁이 무죄인데 검찰이 무리하게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한 피해자인것 처럼 그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반전'이랍시고 던지는데 전혀 반전스럽지가 않습니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피식' 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최후의 10분 사이에 장혁이 사실 범인이었음! 이라고 보여주는데, 그게 하정우나 기타 인물들이 추리로 밝혀낸게 아니라 두가지 사실을 알아낸 하정우가 장혁을 추궁하는 와중에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그때 일어난 일을 플래쉬로 보여주는게 다입니다. 장혁은 자신이 범인이다 아니다 한마디도 인정을 안합니다.


하정우가 추궁하자, 뜬금없이 장혁은 자살을 시도합니다. 정말 뜬금없습니다. 장혁이 사이코패스인지, 살인마인지 아무 설명 없습니다. 그냥 장혁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여주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정우의 고발로 장혁은 체포됩니다.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한 하정우는 당연히 변호사직 박탈입니다.. 그런데 '뭐 괜찮아 어떻게 되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이게 미드였다면 주인공이 변호사직을 박탈당하지 않으면서도 의뢰인은 범인을 잡아낼 수 있는 트릭 또한 사용되었겠지만, 작가는 거기까지 신경쓰기엔 너무 지쳤었나 봅니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이 영화를 괜히 봤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박희순의 아버지도 법조인인데 아버지와 갈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버지가 박희순을 좋아하지 않는지 전혀 언급이 안됩니다.


박희순은 부장검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사건을 진행하는데, 이런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장혁을 범인으로 몰고 가려는데는 뭔가 큰 음모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딴거 없고.... 박희순이 담당했던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일한 용의자였지만 증거가 전혀 없어 풀어줄 수 밖에 없었던 장혁.. 하지만 담당경찰과 담당검사인 박희순만 장혁이 범인이라고 단정내리고 1년동안 괴롭힌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부장검사면 부하검사의 집착을 막아줄 생각을 해야지 이게 뭔가요.



솔직히 듀나님이 별 3개를 준 이유는 시나리오를 떠나서 하정우, 장혁, 박희순, 김성령, 성동일 등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캐릭터들이 열심히 뛰어다니기 때문인듯 합니다.

법정스릴러라는 장르로서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별 2개도 아까울 영화였습니다. 

미드의 첫화도 아니고 중간에서 한편을 뚝 떼와서 1시간짜리 시나리오를 억지로 2시간으로 늘려놓은 느낌이었달까요.

캐릭터들도 전혀 설명이 안되고, 사건의 진행이나 추리과정도 그냥 작가 편한대로 흘러가는데 관객은 '헐.. 참 세상 편하게 돌아가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시나리오는 괜찮은데 편집의 문제인지, 아니면 영화로 만들어 지는 상황에서 많은 손질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몇달전에 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랑 비교가 너무 되어서... 난감했습니다. 


첨언) 주진모(젊은 주진모 말고)씨가 판사로 나오는대 대사 할때마다 주변에서 빵빵 터집니다. 문제는 이게 웃길려고 하는 대사가 아니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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