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어준 곽노현, 정리글

2011.09.02 00:13

메피스토 조회 수:4750

* 황우석, 디워사태로 저에게 인지된 진중권은 대략 이렇습니다. 정론에 입각하여 각 당사자들의 이익을 분석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죠. 얼핏보면 뒤에서 '반대'만 하는 것 같지만, 역으로 살펴보면 반대를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반대"에 불과하다 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방어해주고 옹호해주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도 '역시나' 마찬가지더군요. 진중권은 곽노현 사건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황우석과 이 사건만 놓고본다면, 김어준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 안보려고 한다가 더 적절하겠군요.

 

김어준류의 주장들이 가지는 문제점은 철저하게 변죽만 울린다는 것입니다. 그 변죽은 물론 대단히 감성적이고 잘 먹혀드는 섹시한 변죽들입니다. 이는 황우석사태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곽노현(황우석)을 믿어야 한다, 곽노현(황우석) 주변에서 어떠저떠한 이야기가 나온다, 곽노현(황우석)이 어떤 음모의 중심에 있으며 그를 어떤 인물들이 둘러싸고 있다...문제는, 이 모든 것이 '선의'나 '믿음'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 이상도 이하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곽노현을 실제적으로 커버해주거나 지켜주지 못하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입니다. 검찰이 표적수사를 한다고 해서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준 금품이 사라지는게 아니라는류의 얘기를 이 주제와 관련하여 아마 10번은 했을겁니다.  어찌보면 종교와도 같죠. 진중권이 부흥회라는 표현을 쓴건 다른 이유때문이 아닐겁니다. 절 비롯한 어떤 사람들이 곽노현의 '선의'를 믿는건, 말그대로 절 비롯한 어떤 사람들이 그를 믿기때문입니다. 믿음이라는 가치는 분명 좋은가치이지만 보편성을 획득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호환성이 좋은 가치는 아닙니다.  

 

이는 진짜 정치인, 정당;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곽노현의 '커밍아웃'이후, 정당들은 곽노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선의'라는 말이 내포하는 애매함과 위험성을 알고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우석 케이스에선 사람에따라 이런 분명한 선을 긋기가 어중간했을겁니다. 느리건 빠르건 실시간으로 일이 '밝혀지는' 상황이었지 뭔가 거대한 사실자체가 초반부터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터진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곽노현 사건과 관련하여 그들은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기본적 견제를 하고 있지만 곽노현을 방어해주기 위한 혼신적인 연대나 지원, 혹은 공개적인 행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중권을 비롯하여, 막말로 진영을 따지면 당연히 진보에 속하는 인사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면 독박을 쓰는걸 알기때문입니다. 만일 곽교육감이 직접적으로 2억과 무관했고, 그렇기에 "난 2억에 대해 모른다"'라고 했다면, 야권세력은 어느정도의 지원이나 연대를 해줬을 것입니다. 여전히 리스크는 있지만, 그럼에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곽교육감은 과감한, 그러나 너무도 위험한 고백을 해줬습니다.

 

"댓가는 없었다. 선의일 뿐이다"

 

이 말은 곽교육감이 전혀 개인적 관계가 없는 불우한 이웃에게 쌀한가마를 사주고 한 얘기가 아닙니다. 선거 단일화 상대에게 2억이라는 금품을 제공한 이유에 대한 답변이었죠.

 

 

* 한나라당은 잃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곽노현을 타겟으로 삼고 표적수사를 한다고 검찰, 혹은 한나라당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원래부터 한나라당과는 무관한 사람들입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댓가성 금품거래에 대한 정당한 의혹제기"라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누가 이야기해도 원론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카드를 쥐고 있습니다. 곽노현은 한나라당과는 관계없이 시작부터 자신의 패를 모조리 보여줬습니다. 그 패의 정체는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

 

"댓가는 없었다. 선의일 뿐이다" 

 

똥패중에서도 상똥패입니다. 어디서 이런 똥패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물론 사람에따라 충분히 먹혀들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섹시함으로만 먹혀드는게 아닙니다. 비웃음으로 먹혀들 수 있죠. "선의? 선의래.....ㅋㅋㅋ" "선의는 개뿔.." "나는 선의다ㅋㅋㅋ.". 사족을 덧붙이자면, 사실 이게 더 일반적인 반응 아닙니까. 공직자가 단일화 상대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는데 그 이유는 순수한 선의다...가 더 대중적이고 잘먹혀드는 얘기일까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단일화의 댓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게 더 대중적이고 잘 먹혀 드는 이야기일까요? 곽노현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일부나 그의 선의를 믿지, 대한민국 정치를 바라봤던 사람들 중 그의 선의를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많은 분들은 진중권을 비롯한 일부 진보인사들이 선거나 대국민 이미지나 정치적 생명, 혹은 이와 유사한 것을 위해 지나치게 리스크관리를 한다고 비아냥거립니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안하여 행동의 반경을 결정한다면, 적어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직면하진 않을 것입니다. 까딱하면 자리에서 머리끄댕이를 붙잡혀 내려오는 정치판에서 살아남는건 생각보다 어렵고 중요한 일입니다. 만일 곽노현이 오늘날 터진 지금 이 상황이라는 리스크를 생각하여 박명기교수와의 관계를 정립하거나 '선의'를 재고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김어준 같은 이들은 리스크를 과감히 돌파해야한다고 하는데, 이건 정치를 도 아니면 모로 하자는 얘기입니다. 이기면 대박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지면 무조건 독박입니다. 곽노현은 박명기 교수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덕에 '무상급식'에서 선전을 하고도 일을 여기까지 끌고왔습니다. 원래 리스크라는 것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닥치지 않았을땐 장밋빛 환상을 제공하지만, 눈앞에 닥치면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죠. 그럼에도 김어준류의 주장들은 여전히 리스크를 감수하고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린 도박이 얼마나 무모하고 나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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