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4 00:48
잘 알아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나오는 영화를 너무나 추운 영화관 제일 앞자리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오들오들 떨며 봤습니다. 얼마나 추운가 하면 웃옷을 껴입고 있었음에도 나중에는 이가 부딪칠 정도였습니다.
자막이 소용없는 관계로 영어로만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후반부부터는 자막 걱정 없이 봐도 되더군요. 그러나 거의 그림만 보고 영화를 이해한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여 기뻤습니다. 별 정보 없이 보러 갔기 때문에 배우들 얼굴 찾기 게임이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제임스 프랑코, 프리다 핀토, 존 리스고, 브라이언 콕스까지는 금방 알아봤는데 톰 펠튼은 끝까지 못 알아봤어요. 나중에 남편과 아들이 계속 "재, 말포이로 나왔던 애야."라고 해도 계속 아니라고 부인하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고야 알았네요. 좀 창피합니다.
솔직히 시저에게서 '사나이'를 느꼈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저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의 경우 배우가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역에의 몰입이 방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극 속의 캐릭터로 보이지 않고 그 '배우'로 보여서 오글거리거나 딴 생각이 드는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저의 경우에는 그런 위험이 전혀 없어 그런지 순수하게 몰입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윌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서의 표정 변화, 그리고 다른 유인원들의 표정 변화, 그리고 그 사이를 걸어가 나무 위로 올라가는 순간 솔직히 감동받았거든요. (물론, 시저 역은 앤디 서키스가 했지만 이런 건 그냥 넘어가려구요)
정말 전형적인 영웅물인데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은 좀 '어라?'하면서 끝난 것 같아요. 윌은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건지?(이봐? 지능있는 유인원들이 다수 풀려 나왔다고. 게다가 인간에게 원한도 있는데 그냥 진정한 집을 찾았으니 끝인 거야?) 그리고 바이러스가 퍼져 인류가 멸망하는 스토리는 예전의 "12몽키즈"를 연상시키더라구요. (그나저나 옆집 아저씨는 정말 불운한 듯 합니다. 손도 뜯기고 괜히 친절 베풀다 감염 되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리 포터보다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았네요. 둘 다 잘 못 알아듣긴 마찬가지였지만. (제 영어 실력은 언제쯤에나 늘까요?)
근데요, 영화 핵심 다 놓쳤다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처음에 윌이 아버지에게 사용한 약과 나중에 실험실에서 실수로 누출된 약은 다른 건가요? 윌 아버지는 약효가 다해 죽는 게 아닌가 짐작했는데 어쨌든 바이러스 감염 따윈 없다고 봤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누출된 가스를 마신 프랭클린은 거의 에보라 바이러스 보균자 신세더라구요. 보신 분들, 설명 좀 해 주세요.(예, 저, 영어 못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