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 할머니와의 대화.

2011.08.07 22:57

외팔이 조회 수:3726

심심해서 글로 옮겨보니 이상하게 웃기네요. ㅎㅎ;;

 

이하 말투는 평소의 제 말투가 아닌 할머니와 대화시에만 나오는 말투입니다;; 표기는 어찌해야하는지 몰라 그냥 들리는데로...

 

 

할머니:뭔 마늘씨를 까고 앉았냐.
나:가게서 까놓으리야.
할머니:시방?
나:잉. 내일 아침부터 써야 한다고 혀서.
할머니:깔 줄은 알간?
나:그냥 식칼 갖다가 까면 되는거 아녀?


5분 후
나:할매. 이거 어떻게 까?
할머니:일로 와 봐. 근데 뭘 이렇게 많이 갖고 왔어.
나:그래도 가게서 쓸 긴데 두 접은 까야 안하겄어?
할머니:하이고. 한 접 깔라문 한나절을 까야혀.
나:그려? 그냥 볼 때는 두 세시간이면 다 깔 것 같은디.

 

30분쯤 후
나:하따 그냥 까면 되는 줄 알았는디 이것도 겁나게 어렵네잉.
할머니:어디 쉬운 일이 있는 줄 아냐. 이게 얼마나 대간한 일인디.
나:긍게 말이여. 손도 겁나게 쓰라리고 말여.
할머니:손이 얼마나 애리다고. 잠깐만 있어봐.

 

부스럭 부스럭.
나:뭔 밴드여.
할머니:이거 요렇게 두르면 안 애리고 할 만혀. 이렇게 손가락에다 감싸면.
나:ㅇㅇ.
할머니:영인 엄마는 어떻게 하는 줄 아냐. 고무장갑 있잖여. 그걸 위에만 똑 잘라갖고 낑궈서 마늘씨 까드라.ㅋㅋㅋ
나:ㅋㅋㅋ 바늘질 할 때깜시롱?
할머니: 잉 ㅋㅋㅋ

 

나:하따 근데 겁나게 안 줄어드네잉.
할머니:원래 마늘씨는 하룻밤 물에 푹 담궛다가 까야하는거여.
나:그럼 잘 까지간?
할머니:그려. 얼매나 잘 까진다고. 그리고 이거 마늘이라고 사 온거 봐라. 요래 찌끄만거는 더 까기 힘들어. 동글동글하니 큼직한 게 훨씬 잘 까지지.
나:그려.
할머니:잉 그려.

 

할머니:근데 비가 징그랍게 온다잉.
나:긍게. 찬수(가명)는 언제 온디야?
할머니:15일이나 온댔나. 19일이랬나.
나:금방이네?
할머니:뭘 금방이여. 왔다 바로 간다드만.
나:군인잉게 ㅋㅋㅋ
할머니:대간하겄다. 비가 점드락 오니께. 욕본다 욕 봐.
나:내일도 비 온다드만.
할머니:그래도 곧 그칠 것이여.
나:어찌 알어.
할머니:사람 많이 죽었으니께 곧 그칠 것이여. 원래 큰 비는 사람 많이 죽어나가야 멈추는 것이여.
나:에이. 뭔 소리 하는겨...;;
할머니:어디 봐라. 보면 알지.

 

할머니:근데 요기 앞집 있잔여.
나:어디. 요 앞에 2층집?
할머니:아니, 거기 말고. 쪼 앞에 있잖여. 부엌 앞에.
나:아. 거긴 뒷집이지.
할머니:하여간에.
나:ㅇㅇ
할머니:그 집 아들 있잖여.
나:ㅇㅇ
할머니:일도 안하고 맨날 집에서 놀면서 그 집 할매 얼마나 속썩이는가. 하이고.
나:몇 살인디?
할머니:한 50줄 먹었나. 니 아빠보단 어리다데.
나:근데 그 양반이 뭐.
할머니:저번에 설거지 하다 보니께.
나:ㅇㅇ
할머니:담장 앞에서 하드 먹고 있다가.
나:ㅇㅇ
할머니:다 먹으니께 담장 밖으로 쓰레기 던지드라ㅋㅋㅋ
나:ㅋㅋㅋㅋ
할머니:한 두 번이 아녀. 뭐 먹기만 하면 밖으로 던져 ㅋㅋㅋ
나:ㅋㅋㅋㅋ

 

나:인제 그냥 들어가 자. 내가 알아서 깔 텡게.
할머니:아녀. 좀만 더 까고. 너 혼자서 이거 다 못까. 마늘씨 까기가 얼마나 대간한 일인디.
나:근디 아까도 양로당 갔다 왔스?
할머니:ㅇㅇ
나:가면 뭣 헌데.
할머니:뭣 허긴. 밥도 먹고. TV도 보고. 얘기도 하고. 
나:집 밥보다 맛나간?
할머니:ㅇㅇ 얼매나 맛나는디.
나:뭐 해먹는디.
할머니:집에서 반찬도 갖고 오고. 가끔 돌아가면서 돈도 내고 해서 맛있는거 해먹지. 
나:ㅇㅇ
할머니:그리고 읍사무소서 돈도 주니께 그걸로 뭐 시켜먹기도 하고.
나:뭐 시켜먹는디?
할머니:닭도 시켜먹고 짜장도 시켜먹고.
나:잉? 근데 왜 집에서 내가 시키면 안 먹는겨.
할머니:난 통닭 맛도 없더라 야. 니끼(느끼)하니. 난 그거 뭔 맛으로 먹는가 모르겄어잉.
나:ㅎㅎ;;
할머니:난 신 것도 잘 안먹어. 단 게 좋드라.
나:ㅋㅋㅋ
나:그리고 또 뭐혀?
할머니:뭐 허긴. 화투도 치고 동네 약장시(약장수)들 오면 구경도 가고.
나:약장시?
할머니:가면 재밌어. 볼 것도 많고. 공짜로 휴지도 주고 라면도 주고. 
나:근디 그런 데에 가서 뭐 안 사면 장사꾼들이 눈치 안 주간?
할머니:눈치 주지.
나:근디 뭐 사온 적은 한 번도 없잖여.
할머니:다 뻥인거 아는디 뭣 허러 사. 뉴스 보니까 그거 다 그냥 맹물이라더라.
나:뭔 약인디?
할머니:몰러. 들어보면 뭔 암도 고치고 다 한디야.근디 그거 파는 놈은 삐쩍 골았드라 ㅋㅋㅋㅋ 
나:ㅋㅋㅋㅋㅋ
할머니:ㅋㅋㅋㅋㅋ

 

할머니:시방 몇 시냐.
나:어디 보자. 10시 다 됐네.
할머니:그만 까자. 접새기(접시)나 다라이(대야)하나 갖고와. 다 못 깐 거 따로 담아야지.

 

나:여기.
할머니:몇 개냐 세 봐라.
나:40개 쯤 되는디.
할머니:반 접 좀 더 깠네. 하이고 징그랍다 징그라.
나:긍게 말여 ㅋㅋㅋ 내비두요. 이따 바닥은 청소기로 밀라니께.
할머니:ㅇㅇ손 애리니께 비누로 빡빡 씻어라잉.
나: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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