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식 아파트 인데요. 새벽 4시쯤에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나가보니 이미 아수라장.

연기로 복도가 가득차서 앞은 보이지도 않고, 어디선가 불길은 치솟고 있고 유리창이 막 깨집니다.

완전 우왕좌왕해서 어쩌지, 베란다로 나가야 하나 뛰쳐나가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는 그 짧은 순간에

양 옆집 주민들이 진짜 빛의 속도로 복도를 가로질러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보였어요.ㄷㄷ

정말 경보 듣고 불이 났나 나와보고 불과 3~4분이 채 안되는 상황인데 어떻게 그렇게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일 수 있는지

엄청 놀랐네요. 저는 근데 연기가 너무너무 심해지길래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아서 베란다로 가서 소방차를 기다렷어요.

 근데 소방차가 생각보다 빨리 안오더라고요. 체감상 더 그랬겠죠. 연기는 자꾸 들어오고 눈은 맵고.ㅠ 공포...
 
 죽을 때가 되면 방정떨지 않고 초연해야지,라고 항상 마음 먹고 있었지만 가슴이 쿵쾅거리는 건 정말

어쩔수가 없더라고요. 드디어 기다리던 소방차가 오고 소방수 아저씨들이 올라와서 일단 불은 꺼졌는데

불 난 집은 거의 전소 (아마 누전인 것 같아요) 불난집 라인에 속한 복도와 윗층까지 모두 새까맣게

탔네요.  영화처럼 경찰에 감식반같은? 분들도 오고. 접근금지 테이프도 붙고.

 

소방관 아저씨들 목소리가 들리길래 그제야 나가보니 같은 층에 우리집이랑 끝집 한 곳빼고

다 대피한 상태. 만일 불이 더 큰 불이었거나 소방차가 빨리 못왔으면 집에 남아있던 나는 죽고

탈출한 사람들은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게 생사의 갈림길인가...

전 분명 예전 방송에서 차분하게 구조를 기다리라고 들은 거 같은데 망설임도 없이 맨발로 뛰쳐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니 나가는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소방교육 좀 받아야 겠어요. 속수무책.

오늘 새벽 화재때문에 놀란 건 1) 평소 대범하신 성격의 엄마가 거의 패닉 상태가 되었던 점. 나쁘게 말하면

호들갑이 엄청나서 저도 정신 나갈 뻔 했어요. 침착하라는 말을 몇번을 했는지. 엄마가 그렇게 동요하니까

더 동요하게 되더라고요;; 2) 사람들의 대피속도. 옆집 아주머니, 옆옆집 할머님...빛의 속도로 달려나가시는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스틸컷처럼 느껴졌어요. 새삼 놀랐네요. 전 멀뚱히 있다가 죽을 뻔;

 

이번 여름에 다이어트로 8킬로 감량하느라 고생하고, 다음 주엔 지산 간다고 들떠 있었는데

뭔가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거 같아요;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무사히 불은 꺼졌지만.

불은 정말 무섭네요. 그렇게 빨리 연기가 퍼진다고는..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겪으니까 정말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여름철에 정말 다들 불조심해야 겠어요. 선풍기 과열로 불이 난 것 같다고도 하고. 누전같다고도 하는데..

바로 전기 코드 다 뽑고 출근했어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옆에서 벌어지니 그냥 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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