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2011.03.18 15:18

bap 조회 수:2006

 

 

문득 일을 하다가 상상해봤습니다. 왠지 금요일에는 듀게에 글이 쓰고 싶어져요

 

 

이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이 세상에 우리 두 사람만 있으면 되는 거에요.

나도, 당신도 어떤 사람이 될 필요가 없어요.

무엇을 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없어요.

음.... 이를테면 이런 거에요.

침대에 두 사람이 꼭 껴안고 누워있어요.

잠이 든 채로 침대를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는거죠

문득 눈을 떴는데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다니는 거에요.

침대는 작을수록 좋아요.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면 꼭 껴안고 있어야 하죠.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 대화를 하는 거에요.

각자 좋아하는 책과 작가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좋은 소설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괜시리 흥분해가며 토론도 해요.

시덥잖은 농담이라도 상관없어요. 

그 농담에 웃어도 좋고 그저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도 좋아요.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잠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나머지 한 사람은 자는 사람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같이 잠이 들어요.

배가 고프면 팔을 조금만 뻗어서 물 속의 물고기를 잡아먹어요.

참치면 좋겠어요. 저는 참치회를 좋아하니까요.

심심하면 같이 수영도 해요

침대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고래와 춤을 추기도 해요.

그러다 지치면 다시 침대위로 기어올라와요.

그리곤 다시 서로 꼭 껴안죠.

어떤 날은 서로 말이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겠죠.

그러면 서로 똑바로 누워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요.

그럴 땐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좋아요.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무엇에 화가 났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될테니까요.

 

 

이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코맥 매카시의 "The Road" 를 같이 보고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저는 물어요. "저 영화처럼 갑자기 세상이 불타버리기 시작한다면 어떡하실 건가요?"

그는 말해요. "아마 당신 집을 찾아가겠지"

"버스도 운행하지 않고 도로는 막혀있을 텐데요?"

"걸어서 가야겠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

"제가 그 곳에 남아 있으리라고 확신해요?"

"당신은 거기서 날 기다려야만 해. 그게 우리가 만날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살아나가는 것만이 정말 올바른 선택일까요?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어쩌면 자살이 현명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과 살아갈테야. 로드의 아버지처럼"

  

몇 년 전 일흔이 넘은 매카시는 어린 아들(현재 아홉 살)과 함께 엘 파소로 여행을 떠났다.

낡은 호텔에 머무르던 어느 밤,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매카시는 창가로 가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에 가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직 기차 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그는 오십 년 혹은 백 년 후엔 이 마을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하다가, 산 위로 불길이 치솟고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옆에 잠들어 있는 어린 아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이를 종이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소설 『로드』가 탄생했다.

 

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팀장이 일을 시키는 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6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1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615
126622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2023) new catgotmy 2024.07.04 34
126621 이번 시즌 kbo 시네마는 롯데가 담당 new daviddain 2024.07.04 27
126620 바이든 대선출마 어떻게 될는지.. [2] new theforce 2024.07.04 79
126619 [핵바낭]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6] new 로이배티 2024.07.04 133
126618 이게 대한민국 영부인님이시다 [1] update 사막여우 2024.07.03 214
126617 그래서 산 책들과 읽고 있는 책. [4] update thoma 2024.07.03 143
126616 프레임드 #845 [4] update Lunagazer 2024.07.03 46
126615 22년 구매 이력 [4] update thoma 2024.07.03 133
126614 오늘은 이 사람 생일입니다 daviddain 2024.07.03 122
126613 유로 8강 대진/이강인 근황 [3] daviddain 2024.07.03 145
126612 홍명희의 임꺽정과 한국소설 catgotmy 2024.07.03 83
126611 Robert Towne 1934-2024 R.I.P. [2] 조성용 2024.07.03 88
126610 [왓챠바낭] 환상특급 st. 스릴러 하나 더, '더 룸'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4.07.02 230
126609 프레임드 #844 [4] Lunagazer 2024.07.02 51
126608 “혹독한 훈련 동의 없었다”…손웅정·손흥민 친형 향한 '새 주장' 떴다/"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 [2] daviddain 2024.07.02 222
126607 프랑스 vs 포르투갈 대진 완성 [3] daviddain 2024.07.02 122
126606 마션을 대충 읽고 catgotmy 2024.07.02 106
126605 [왓챠바낭] 매즈 미켈슨 나오는 환상특급 st. 환타지 스릴러, '더 도어'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7.02 200
126604 ‘나를 거르고 가신 한국’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도 아닌(인터넷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1] 상수 2024.07.01 309
126603 술, 담배만 평생 입에 안대고 살아도 성공한 인생이라 [3] ND 2024.07.01 3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