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은 1탄만 봤고 예지원 나오는 리메이크작도 안 봤어요. 예전에 비디오로 빌려보고 이번에 5,500원 주고 dvd를 사서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원작은 안 읽고 봤거든요. 이번에 dvd로 다시 보면서 원작을 찾아봤습니다. 짧은 단편 소설이라 그런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다 읽는데 20분도 안 걸릴만큼 짧더군요.

 

근데 영화와 소설은 많이 틀리네요. 전 영화가 80년대 한국영화다 보니 문예물로 가장한 뻔뻔한 에로티시즘 정도의 작품으로 받아들였고

변장호의 감자와 같이 이두용의 뽕은 과한 성애묘사가 추가된것이겠거니 생각했어요. 근데 원작을 읽어보니 이두용의 뽕은 감독의 주관이

많이 묻어나온 작품이었습니다. 에로 요소는 그 당시 만들어진 영화다보니 어쩔 수 없는 조율이었을테고 완성도나 각색솜씨가 상당해요.

원작은 인간성 상실,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인간들의 처참한 윤리의식 실종 같은 것을 다룬데 반해 영화는 독립운동을 은유적으로 풀었더군요.

그래서 안협네나 김삼보, 삼돌이 캐릭터 등 주 등장인물들이 일제시대와 독립운동 같은 것과 전부 연관돼서 그런 상징적인 요소들을 분석해서

보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주제의식이나 전개 등이 이두용의 관심사가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다만 원작에서 주 이야기 라인으로 펼쳐졌던 뽕 소재가 영화에선 독립운동 메시지랑 섞이다보니 분산된 게 흠이지만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대부분의 장면이 원작엔 없던 부분이었다는게 뒤늦게 원작을 읽으면서 좀 놀라웠어요.

원작에선 김삼보를 땅달보에 볼품없는 노름꾼으로만 묘사한데 반해 영화는 그렇지도 않고 막판에 삼돌이한테 맞기만 하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안협네를 두둘겨 패는걸로 묘사하는데 영화에선 오히려 삼돌이를 죽기 일보 직전까지 때린다거나 뽕밭에서 안협네가 뽕잎 훔치다 걸려서 뽕지기한테

당하는 부분도 영화에선 몸을 주고 뽕잎까지 받아오는 걸로 묘사되는 것등 원작과 달리 영화는 굉장히 해학적이고 풍자적이에요. 원작은 많이 차갑죠.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 진짜 이미숙,이대근은 캐릭터의 200프로 이상은 완수했어요. 옛날 배우들 연기 보면 그 당시엔 잘 해보였어도 지금 보면 어설픈

연기가 많은데 이미숙 연기는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굴곡없이 뛰어난 것 같아요. 이 영화 찍을 때가 20대 중반이었는데 연기 참 맛있게 잘 해요.

근데 무릎팍에선 이 영화 노출씬 대부분이 다 대역이라고 하는데 영화 보면 대역 쓴 장면은 몇 개 없습니다. 대역썼다 해서 이미숙이 노출을 안 한것도 아니고

나올건 다 나와요. 심지어 의도치 않았겠지만 버섯밭 장면에선 체모까지 노출되죠. 이 영화의 인상적인 베드씬 중 하나라면 어떤 여배우의 겨드랑이 털과

그 시대의 특이한 속옷의 모습이었습니다.

 

뽕이랑 비슷한 류의 작품은 감자가 있죠. 우연찮게도 감자와 뽕은 발표년도도 같습니다. 나도향의 뽕은 1925년 12월, 김동인의 감자는 1925년 1월.

80년대 공개된 영화도 개봉시기가 비슷해요. 뽕은 1986년 2월, 감자는 1987년 3월. 이두용 감독은 41년생, 변장호 감독은 40년생.  

감자는 원작이 더 좋았습니다. 영화는 이대근의 중국인 연기는 민망했고 해학은 거의 없고 성묘사에 너무 치중해서 실망스러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1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19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484
126700 [왓챠바낭] 혼돈과 혼란 그 자체, '음모론의 단서'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7.14 34
126699 굿바이 바이든 (feat. $90m) new 사막여우 2024.07.13 97
126698 프레임드 #855 [2] new Lunagazer 2024.07.13 34
126697 에미넴 신곡 Habits/앨벙 공개 daviddain 2024.07.13 53
126696 어제 알카라스 경기 보러 온 휴 그랜트 daviddain 2024.07.13 79
126695 듀게엔 많이 계시죠? 이 노래 아시는 분 [5] update thoma 2024.07.13 162
126694 다시 성사된 알카라스 vs 조코비치 [12] update daviddain 2024.07.13 82
126693 새 마블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티저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7.13 167
126692 끈임없이 위아래를 확인하는 사회 catgotmy 2024.07.13 105
126691 역사에 대해 catgotmy 2024.07.13 54
126690 관종, 어그로, 이빨쟁이의 끝은 결국 무플 ND 2024.07.13 190
126689 [웨이브바낭] 어떻게 생각하면(?) 기대 이상, '사다코 DX' 잡담입니다 [2] update 로이배티 2024.07.13 124
126688 (스포) 프렌치수프 [2] Sonny 2024.07.12 153
126687 28호 아니고, 그냥 '철인' [2] 돌도끼 2024.07.12 149
126686 [KBS1 독립영화관] 말 없는 소녀 [57] underground 2024.07.12 296
126685 [인형의 계곡을 지나]가 부천에서 상영되었으니... [1] 조성용 2024.07.12 127
126684 호아라는 밴드가 있습니다. [1] Lunagazer 2024.07.12 104
126683 프레임드 #854 [3] Lunagazer 2024.07.12 50
126682 캣츠 아이 실사판 예고편 [1] 돌도끼 2024.07.12 93
126681 대림동에 대해 catgotmy 2024.07.12 1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