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2011.02.10 01:54

Le Baiser 조회 수:1413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주 밝거나 아주 어두운 대기에 둘러싸인 채.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달빛을 받아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네 귀에 대고 나는 속삭인다.

너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가.

 

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

깔깔깔.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방금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미충 한 줄기.

잠시 후 그것은 네 얼굴을 전혀 다른 손길로 쓰다듬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여러 번 만났다.

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

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

우리는 그 새를 아주 우울한 기분으로

오늘 저녁의 창밖으로 날려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웃었을 것이다.

깔깔깔.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영혼을 동그란 돌처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작 자기 자신의 영혼에는 그토록 진저리치면서.

 

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

방금 태어나 한 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

나는 너의 손을 움켜 잡는다. 나는 느낀다.

너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

마치 우리가 한 번도 키우지 않았던 그 자그마한 새처럼.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 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새   -   심보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4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0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49
126831 [왓챠바낭] 척 노리스를 이긴 남자의 이야기. '맹룡과강'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7.28 16
126830 음모론에 대해 new catgotmy 2024.07.27 42
126829 프레임드 #869 [2] new Lunagazer 2024.07.27 20
126828 읽은 책과 본 시리즈와 볼 영화 잡담 [1] new thoma 2024.07.27 82
126827 [파리올림픽] 공기소총 10m 혼성 결승전- 은메달 [1] new 쏘맥 2024.07.27 52
126826 무죄추정 1회 보고 new daviddain 2024.07.27 91
126825 신데렐라 (1950) catgotmy 2024.07.27 51
1268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셀린 디온/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소개...파리올림픽 개회식 사고, 대한체육회는 상황 파악 중 [8] update daviddain 2024.07.27 266
126823 단상 - 굽시니스트 만화 & 큐텐 사태 & 초변덕스러운 날씨 [2] update 상수 2024.07.27 142
126822 [왓챠바낭] 제발 경찰서에 가라고!!!!! 복장 폭파 스릴러 '떼시스' 재감상 잡담입니다 [3] update 로이배티 2024.07.27 160
126821 데드풀&울버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7.26 106
126820 헤어짐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말러 2024.07.26 155
126819 Court documents say Tupac murder suspect implicated Sean ‘Diddy’ Combs in killing/에미넴 디디 디스 daviddain 2024.07.26 43
126818 프레임드 #868 [4] update Lunagazer 2024.07.26 33
126817 오호도룡 돌도끼 2024.07.26 73
126816 모로코 차를 얻어마셨네요 [2] daviddain 2024.07.26 122
126815 유아인은 야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catgotmy 2024.07.26 327
126814 티모시 샬라메 신작 밥 딜런 전기 컴플릿 언노운 티저 예고편 상수 2024.07.25 158
126813 [왓챠바낭] 세기초 패자 전설, '정무문'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7.25 240
126812 어깨 통증과 승모근 catgotmy 2024.07.25 1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