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읽었던 감독님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영화 감독은 영화 한편 찍고 나면 사람들에게 누드로 선 거나 다름 없다. 영화를 딱 보면 그 사람 속이 다 들여다보인다. 한마디로 엉덩이 다 까는거지.' 뭐 이런..정성일감독(!)님 인터뷰에서였는지, 류감독님 인터뷰에서였는지 모르지만, 보면서 맞아...끄덕끄덕 했어요.그 사람이 아무리 '난 폭력의 미학 찬양자가 아니다. 내 의도는 블라블라...' 이야기를 한다 해도 영화에서 폭력을 묘사하는 '태도'와 기타 이것 저것을 보면 어느 정도 영화를 본 사람은 그 감독의 의중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되지요.

 

 

종종 이런 이야기를 많이들 하더군요.  '난 내가 좋아하는 책을 밝히기 싫어. 혹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를 밝히는 것도 싫고. 왜? 그걸 밝히면 내 취향, 내 수준, 내 깊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니까.'  지난주 씨네21의 김혜리기자님 일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결산 영화 톱10 관련 언급에서요.

 

단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밝히는게 그 사람을 그만큼이나 노출시키는데, 하물며 창작물을 떡 하니 사람들 앞에 내놓는건 오죽하겠습니까.

 

그리고 게시판에 글을 쓰시는 분들이 종종 착각하시는데..게시판의 잡글 조차도 창작물입니다. 그 글의 내용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당시의 태도와 감정과 지적수준은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을겁니다. 그리고 뒤에 감추어진 의도도요.

 

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태도입니다. 내용이나 엄격한 논리는 생각보다 영향이 작은 편이죠. 그리고 의도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죠. 글 뒤에 숨겨진 의도나 태도는, 커다란 지적 능력이 없이도 피부로 와 닿는 종류의 정보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사람들은 쉽게 캐치하곤 하지요.

 

 

뭐 그렇다고요. 새삼 생각해보니,  창작물을 지속적으로 만드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굉장히 큰 자기노출을 하는 편이군요. 그리고 자기노출을 할 정도로 자기 자신 속에 쌓여있는 것도 많다는 이야기도 될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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