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본 잡담 (9월~10월 3일까지)

2024.10.04 02:00

DAIN 조회 수:219


- 지지난 주에는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보았는데, 솔직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하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원작은 게임이었는데 영화가 게임을 잘 살렸는가에 대해서는 말 하기 힘들지만, 

게임의 이야기를 평범한 양산형 호러 영화로 끌고 오는 데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게임 초반 시리즈의 컨셉을 배껴서 군대 초소에서 모니터와 창을 바라보면서 문을 지키는 식으로 바꾼게 국산 인디로 나왔던가 어쨌던가 합니다만,)

영화는 뭐 그런 사전 정보와 상관없이 그냥 적당히 아동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조금 낮은 수위에서 적당하게 생각할 수 있는 머 평범한 호러 영화였습니다.

아니 뭐 못 만든 건 아니었어요. 속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요.


근데 이블데드 리메이크를 다시 보는게 좀 더 나았을까 고민도 되지만, 그래도 전 원전 이블데드를 어렸을 때 정말 무섭게 봤던지라 그걸 또 보기엔 새가슴이고요…



= 지난 주에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 [나이트 에이전트]를 보았습니다.

10화짜리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소설이라는데, 시즌 2가 나온다는 걸 보면 원작 소설도 시리즈가 이어지는 중이거나 아니면 드라마 용으로 새로 각본이 쓰여졌다는 정도겠네요.


음, 내용적으론 그냥 제이슨 본 시리즈의 순화판 or 진지한 척하는 버전 정도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재미는 그럭저럭 좋았다 생각합니다.

분명 초반의 기세는 나름 괜찮았다 생각하고 '나 빼곤 다 적일지 모른다' 라는 의심암귀 스러운 상황 자체는 꽤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 대부분은 개인적으론 별로 익숙치 않은 얼굴들이었는데, 그래서 더 신선하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남자 주인공 배우는 딱 봐도 "제이슨 본을 연기한 맷 데이먼 짭"스러운 느낌입니다만, 맷 데이먼 보다 좀 더 가볍고 약해보이는 게 잘 먹힌다는 인상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휘둘리는 주인공이면 무표정하고 뚱한 맷 데이먼 보단 이런 마스크가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는 FBI 요원이었다가 배반자라는 혐의로 내사를 받다가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아들인 피터 서덜랜드가 아버지를 쫓아 FBI 요원이 되었는데, 

어느날 퇴근하다 전철 간에서 수상한 남자를 보았는데 지하철에 폭탄을 두고 내린 것을 보게 되었고 이후 폭탄 테러에 휘말리고 맙니다. 

주인공은 폭탄을 두고 내린 남자를 쫓다가 결국 놓쳐서(…), 좌천 비슷하게 백악관 지하실에서 FBI와 대통령 비서실과의 연락책 역할이면서 동시에 요원들의 비상연락망인 '나이트 시프트'에서 전화를 받는 전화 대기 요원이란 보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밤에 정말로 정부 요원의 비상연락망 전화가 울리고, 전화를 걸어온 여자에게 비상대응책을 알려주고 어디에 숨어라 알려주고 그러는 과정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FBI 부국장, 특별경호대 등등 높으신 분들 사이의 잇권 다툼이나 영역 다툼에 휘말리면서 사건은 계속 꼬여가고 

마침내 주인공은 누명까지 뒤집어 쓰게 되고 쫓기게 되는 상황에서, 누명을 풀고 거대한 테러도 막아야 하고 하여튼 뭐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전 제이슨 본 시리즈보다 이 쪽이 더 '무난해서' 좋았네요. 

나름 정치적인 안배나 이런저런 묘사도 있어서 좀더 보기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분명 일단락 지어지지만, 나름 해외에서는 반응이 괜찮았는지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게 문제인 드라마 시리즈였습니다. 

시즌2를 대놓고 기다리진 않겠지만, 나오면 또 챙겨봐야 할테니 그건 귀찮거든요. 허허.



- 10월 3일에는 트랜스포머 ONE을 보았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머 대충 짐작 가능하신 이야기라…)


솔직히 디즈니나 픽사나 이젠 다시 매너리즘에 좀 빠졌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는데, 뭐 이것저것 다 끌어다 비교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사실 비교한다면 디즈니나 픽사 애니보다, '스파이더맨 멀티버스' 시리즈의 애니와 비교해야 할 겁니다만)


아니 이거 정말 잘 나왔어요.  

그냥 정석적인 로봇물 애니기도 하고, 그 완성도가 평범하게 높기 때문에 실로 간만에 로봇 히어로물에 뽕을 차오르는 기분도 들고요.

극장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다 챙겨봤지만, 전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팬은 아니거든요. 그냥 로봇 나오니까 보는 로봇물 팬에 가까운 쪽이고요.


이야기적인 완성도는 머 80년대 하스브로와 일본 타카라 토미의 완구에 스토리 붙여서 애니 만들고 하던 것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트랜스포머 ONE은 그냥 그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주인공 격인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란 인물이 어떻게 성립되는 지에 관한 도입부이자 진짜 1편에 해당해야 할 행성 사이버트론 대전쟁의 프롤로그인 것입니다.


과거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실사 영화판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기계생명체의 행성 사이버트론의 과거 이야기를 다룹니다만, 이야 이거 다 아는 이야기다 싶었음에도 설득력은 있었고 재미있게 볼만한 흡인력도 있었습니다.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 스럽게 경주도 한번 나오고 배반도 한번 나오고 음모도 한번 나오고 흑막도 한번 나오고 할 건 다 하거든요.


그리고 80년대 원작 TV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보던 로봇들을 요즘 3D 그래픽 스타일로 정말 정리 잘해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액션이나 연출 면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꽤 인간적으로 보이는 로봇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정말 볼만 해요.

머 결과적으론 이미 많이 보아왔던 SF물 이야기의 변주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처음 보지만 처음 보는 게 아니고,  동시에 많이 봤지만 많이 본 게 아닌' 진짜 트랜스포머 애니를 봤다는 기분이 드는 수작이었다 생각합니다.


이 애니의 장점은 거의 스타워즈 프리퀄 에피소드 1~3을 한 큐에 달려가는 식으로 빠른 느낌이고, 

동시에 나름 고전 비극스러운 결말로 배반과 결별을 잘 그리면서도 희망적으로 끝나면서 "으아아 속편 내놔"를 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집에 들어오는 동안에 막 일본판 트랜스포머 노래들을 머리속에서 흥얼거리게 될 지경이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아아 트랜스포머 완구 사볼까 싶어질…)

단점은 음악은 평범한 편이고, 아이들이 감정이입할만한 인간 캐릭터가 아예 없고 이야기도 성장과 혁명의 과정이기 때문에 애들이 보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일려나요.

(물론 제게는 이 두 가지는 단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좀 신경을 못써서 부족한 점 같은 것이었죠.)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하 도시에서 기계생명체 트랜스포머들의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존을 파내는 광부였던 오라이온 팍스가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얻고 최후의 프라임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된다~라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거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을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충실하게 과정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관련 팬들 사이에게는 스타워즈에서 루크가 제다이가 된다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뻔한 이야기인 건데, 그걸 꽤 심플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누구나 바로 짐작할 수 있듯이 오라이온 팍스의 동료였던 D-16이 메가트론이 되는 과정에서, 좋은 친구가 최강의 적이 되어야 하는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내용을 뻔하지만 납득할 수 있게 풀어놨습니다.

서양 쪽 트랜스포머 고전 시리즈 팬들은 정말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 만큼이나 찡하게 받아 들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 나올 줄이야~하는 기대 밖의 하이프 스러움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히 잘 나오긴 했거든요. (으아아~ 뽕찬다! 상태가 됩니다…)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단점은 이렇게 멋지게 서로의 길을 걷기로 한 로봇 히어로와 로봇 빌런 캐릭터들이,

이제 앞으로 지구에 와서 바보스런 개그를 치고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 과거 구리고 뽕빨스런 마이클 베이의 어줍잖은 실사판 영화를 본 기억을 통해 떠올리게 된다는 것일 겁니다.


사실 이 극장 애니메이션이야 말로 기만에 찬 사회의 벽을 넘어서서 더 나은 누군가가 되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오프닝부터 '변신이 가능한' 트랜스포머와 '변신이 불가능한' 하급 로봇이라는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기에서 '으잉?'스러운 느낌을 갖는 사람도 제법 있을 겁니다)

평범한 노동자였지만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자유로운 꿈으로 규율은 무시하고 사고나 치던 치기 어린 젊은이 오라이온 팍스가 사이버트론 행성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를 찾는 다는 거대한 모험을 거쳐서 

결국 '자신들을 속인 나쁜 지도자를  죽이지는 않으려고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려는' 그냥 평범한 지도자의 위치로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융통성 없던 성격의 D-16이 자신이 존경하던 멘토가 자신들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한 이후로, 자기 길을 막는 자는 다 죽이고 자기 꼴리는 대로 살겠다는 식으로 선을 넘어가면서 망가져 가는 과정을 심플한 전개 속에서 비교적 적절하게 잘 그린 편입니다.

그리고 다들 이미 실사 영화에서 보셨을 법한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과 메가트론이 이끄는 디셉티콘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딱 스타워즈 프리퀄 에피소드들 끝난 뒤의 느낌으로 끝나는 것이지요.


그 와중에 평범한 노동자가 지휘자와 악당으로 각성하는 것은 기존의 사회 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과도 가까운 형식으로 그려지며, 

과거의 기득권 층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두 집단이 생기는 것도 꽤 그럴 듯한 봉기의 과정으로 그려지는 내용도 나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데에서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역사물 느낌을 바라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로봇 행성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은 난단 말이죠.


배후 세력에게 에너존을 바치면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총독 노릇을 하는 이번 편의 악당 관련의 연출이나 행실은 묘하게 영국이나 기타 구라파에서 떨어져나온 이민자들의 국가 비슷했던 미국에서, 과거 유럽의 정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축출된 유럽 귀족들 같은 느낌도 좀 들고요… 어쨌든 생각보다 '아래로부터의 혁명'과 그것을 이끌던 두 운동권이 갈라지는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조커 따위가 이 ONE보다 관을 더 많이 차지한다는 자체가 하층민을 갈라서 싸움시킬려는 기득권의 음모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느 새 극장에서는 좋은 시간대가 다 빠져나가서 자막판은 거의 안보이게 되었고, 애들용 취급으로 우리말 더빙판이 시간대를 다 차지하게 되었다는 게 아쉬울 지경입니다.

아무래도 (자유와 성장에 대한 이야길 나름 진지하게 풀기 때문에) 애들이 보기엔 좀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는데… 아니 그게 단점이었을려나 싶기도 하지만…


더빙 자체는 잘된 편이지만, 이미 옵티머스 연기를 했던 이정구 성우분이 이번에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불만입니다.

이정구 씨는 낮게 까는 연기도 잘하시지만 장난스럽고 개구진 연기도 잘하시는 분인지라, 오라이온 팍스일 때엔 촐랑거리는 목소리 연기를 하다가 옵티머스로 각성한 뒤에는 특유의 무게잡는 연기로 간지 터지게 바뀌면 고양감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기존의 트랜스포머 실사영화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이 트랜스포머 ONE은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를 넘어서 프리퀄 시리즈와도 견줘볼 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네요.

(물론 이 애니에 이렇게 높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 절반은 그렌다이저U가 참 미묘하게 나온 탓이겠지만요. 으아아아~!!)


쿠키는 두개 있습니다. 짧은 개그 쿠키 하나와,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뒤에 나오는 '메가트론 각하의 선언'입니다.


다 내려가기 전에 극장에서 보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네요. 

이 만큼 퀄이 잘 나왔는데도 찬밥이어야 하는, 기존 시리즈의 악명이 이끌어낸 결과가 좀 안타깝습니다.

하여튼 시간 되시는 분들은 극장에서 즐겨 보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DAIN.


P.S. 트랜스포머 오프닝 모음 


P.S. : 단다단 애니가 시작했는데 이거 국내 케이블은 블러 투성이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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