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담...(생파, 일상)

2024.08.28 03:20

여은성 조회 수:239


 1.저번 주는 생일주간이었네요. 뭐 이젠 그래봤자 별 건수도 없지만. 



 2.인간들은 그럭저럭 살아요. 뭐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글쎄요. 나이가 먹으면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건 많지 않게 돼요. 돈이란 건 남을 위해 쓸 때나 큰돈이 들어가는 거지 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나이 먹을수록 그럴 일이 없거든요.



 3.특히 나처럼 치장에 관심없거나 남의 시선을 신경써서 시계나 차를 사지 않는 사람은 더욱 그렇죠. 내가 돈을 비싸게 주고 소비하는 거라곤 여행이나 음식이나 술 정도인데 이 세가지 다, 돈을 지불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체력을 지불해야 하니까요.


 예전에는 저런 것들에 지불할 체력과 의욕이 가진 돈보다도 많았지만 이젠 어딘가에 가거나 먹거나 술마시는 데 매번 체력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체력과 의욕, 시간...세개 다 지불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아요. 그럭저럭 체력이 있는 날은 시간과 의욕이 없고, 그럭저럭 체력과 시간이 있는 날은 묘하게 의욕이 없죠. 그냥 2만원 정도의 치킨을 먹으면서 이미 본 영화의 유튜브 요약본을 또 보면서 그날을 마무리하게 돼요.



 4.휴.



 5.옷을 사거나 시계를 사거나 차를 사는 건 그리 체력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사는 행동은 한번뿐이고 이후로는 그냥 소유만 하면 되니까요. 게다가 걸치는 건 아주 힘들 것도 없어요. 300만원짜리 옷이라고 해서 3만원짜리 옷을 입는 것보다 100배 체력을 소모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경험에 돈을 쓰는 건 쓰는 돈의 액수가 커질 때마다 그만큼의 의욕을 끌어올리고 체력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늘 힘들단 말이죠. 


 식사라는 게 나이가 들면 국밥 한그릇, 치킨 한 마리 먹는 것도 힘들거든요. 저것조차 그런데 수십만원짜리 코스요리나 뷔페 같은 건 가격에 비례해서 더 힘든 거죠. 그래서 큰 돈을 쓸일이 점점 없어지게 돼요. 



 6.어쨌든 예전엔 돈을 쓰면 어쨌든 쓴 액수만큼 즐겁긴 했어요. 하지만 이젠 돈을 쓰면 쓴 액수만큼 힘들단 말이죠. 그래서 요즘은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재미없는 지경이 되어서도 나는 절대 도박은 안 하죠. 나는 잘 알거든요. 말로는 체력이 없다 없다 해도, 도박중독이 되어버리면 밤을 새서 도박을 할 거란 걸 말이죠. 



 7.한데 굉장히 신기하게도, 이렇게 체력이 없어졌지만 일은 그럭저럭 할 수 있어요. 노는 건 피곤해서 못 하게 됐지만 일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든 하루에 8시간. 필요하다면 12시간씩 할 수 있단 말이죠.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일하고 난 뒤에 느끼는 피로는 비슷하고요.


 그래서 옛날 직장인들이 일 중독에 빠진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스포츠나 레저 등 다른 활동들은 점점 피로해져서 못하게 되어도 일 하나만큼은 몰아붙이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거든요. 물론 그 와중에 피로가 얼마나 누적될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당장은 할 수 있단 말이죠. 인간의 몸은 그렇게 만들어져있는 걸까? 마지막까지도 일만큼은 어떻게든 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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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오랜만에 생일번개나 한번 해볼까요? 만나서 뭐라도 먹죠. 물론 제가 사는 건 아니지만...번개 땡기는 분은 쪽지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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