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영하 작가가 쓴 글과 어느 디지털 매거진 사이에 약간 유사성 표절 언쟁이 일어난 걸 보면서... 같은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서로를 문제시 여길 수 있고, 고까워 보일 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디시에 있어본 입장에서... 아이돌 팬 갤들은 (열애설이나 사고쳤을 때 빼고) 평소 그러한 경향이 없긴 하지만, 다른 취미나 생활 관련은 자주 어그로성 글이 있습니다. 그런 글을 쓰는 유저들은 항상 눈에 띄고, 가입도 해서 닉네임까지 만들어요. 왜냐하면... 완전 익명성으로 ㅇㅇ으로 활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누군지 모를뿐더러, 차단될 경우 회피하기가 쉽지않고, 글을 쓸 때마다 매번 자동입력 방지 코드를 일일이 쳐야하는 불편함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익명시스템이 닉네임으로의 전환을 은근슬쩍 유도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친목질도 유발하고요. 이때 그러니까 완전한 익명일 경우는, 누가 누군지 구별되지 않아서 자기 정체성이나 연속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 닉네임을 쓰게 될 경우는 어떻까요? 아마도 자신의 치부는 드러내지 않습니다. 약점을 노출할 경우, 나중에 논쟁에서 질 위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늘 떳떳한 포지션을 취해야 하죠. 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키보드배틀도 능숙합니다. 남의 논리의 약점을 찾아내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키배를 잘 뜨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상대의 분노를 유발하는 법도요. 조롱하는 법 역시 잘 알기에, 본인이 정말 다른 유저들이 읽었을 때 반응할만한 걸 떠올리면서, 제목부터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을 씁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짜놓은 바이럴 마케팅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좋은 방법은, 무대응입니다. 반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님 그냥 피해야 겠죠. 물론 반응하는 사람들도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단지 평소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쓴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다른 영상보다 조금 더 높은 것 같은 효과죠. 유튜브 렉카들이나... 정도의 차이일뿐. 그런 사람들이 게시판에 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인터넷 활동은... 화면 너머 미지의 대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죠. 우리가 연예인을 보면서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사실적 구분이 어렵게 만들고, 화면 속 우상을 단 3시간이라도 직접 보려고 콘서트도 갑니다. 물질적인 것은 실물로서 그 안에 존재하지 않지만, 배송시스템으로 다음날에는 우리집에 존재할 수 있다고 믿게되지요. 매트릭스는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인터넷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ps - 요즘 저는 익명보다는 사회적 활동에 진출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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