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인생의 고점, 그리움

2024.08.13 17:16

여은성 조회 수:181


 1.사실 인생을 돌아보면 그래요. 일이든 연애든 투자든 뭐든 다 후회밖에 없거든요. 한때 돈을 잘 벌어봤던 자영업자는 자신이 제일 잘 벌었던 때로 늘 돌아가고 싶어하죠. 매일 수천만원씩 땡겨보고 한달에 순수익이 거의 억대로 주머니에 꽂히던 시절 말이죠. 그러나 본인이 제일 젊었고 제일 운이 좋았고 제일 트렌드에 민감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예요.


 그리고 한때 이성에게 인기가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가장 인기있었던 때를 그리워하며 살아요. 그냥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었고, 클럽에 칵테일 한잔하러 가면 샴페인 한두병은 공짜로 주면서 제발 여기서 놀아달라고 하던 시절 말이죠. 그런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눈높이를 낮추기 쉽지 않죠.


 물론 투자도 그래요.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뭐든, 한 번 정도의 폭등을 맛봤던 순간이 있어요. 그러한 폭등이 인생에서 여러 번 반복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죠. 



 2.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신 인생의 고점을 상수로 놓고 살 수밖에 없어요. 물론 현재가 그 고점을 누리는 중이거나 그 고점이 갱신되는 시기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죠. 그러나 이미 전성기가 끝났다면, 예전의 그 고점이 인생의 최고점이었고 남은 인생은 그 고점이었을 때 마련해둔 것들을 잘 살려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죠.


 사실 사업이라던가 매력의 문제는 어느정도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요즘 먹히는 아이템을 쫓아가기엔 체력도 인사이트도 부족하다는 걸 알고, 40대에 20대만큼의 인기를 누리기엔 이미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3.한데 이상하게도 투자나 도박에 있어서는, 사람들은 쉽게 물러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단 말이죠. 언젠가 맛봤던 상한가 3방의 맛, 언젠가 맛봤던 배율 100배짜리 마권의 맛을 다시 맛볼 수 있을거라고 꿈꾸면서 산단 말이죠. 어째서일까?


 '머니 네버 슬립'이라는 말마따나 돈은 지치지도 않고 전성기가 끝나는 법이 없거든요. 돈. 그저 돈이라는 도전권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자신의 전성기를 다시 맛볼 수 있을거라는 꿈을 꿔볼 수가 있는거예요. 본인 자신은 지쳤거나 노쇠했어도 본인이 지닌 돈을 부리는 건 전성기만큼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4.휴.



 5.하지만 그게 문제란 말이죠. 다시 한번 고점을 맛보고 싶다는 도전 의욕은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쓰게 만들거든요. 또한 무리하게 끌어다 쓴 돈을 무리하게 투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요. 


 아무리 전성기가 끝난 사람이라도 그렇거든요. 어떻게든 쥐어짜내거나 어떻게든 주위에 손을 벌리면, 그 나이까지 살아온 가다가 있기 때문에 1~2억은 만들어낼 수 있어요. 1~2억원 어치의 '도전권'은 마련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1~2억원이라는 돈으로 다시 한번 본인의 전성기로 돌아가기 위한 도전을 시도해요. 그러나 전성기를 재현하기엔 그 돈은 너무나도 적은 돈이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게 되고...별로 안좋은 성적표가 나오곤 하죠.




 6.1000억원을 가진 부자라면 어떨까? 그 1000억원을 쓰면서 그냥 살아가면 그 삶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죠. 그 부자에게 1000억이란 돈은 생존비도 아니고 생활비도 아니예요. 그냥 여가활동이나 관광을 다니기 위한 돈도 아니고요. 그저 그 1000억을 쓰면서 유유자적하게 산다는 건 삶을 놓아버린 거거든요.


 설령 1000억을 가졌다고 해도 그 1000억은 '1000억원 어치의 도전권'일 때 비로소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도구인 거지 1000억원 여치의 여유나 생활비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1000억 부자라도 1000억의 도전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1000억원의 자금을 가졌다는 건 1000억원 어치의 시야와 스탭들도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요. 간신히 1억 2억 끌어다 도전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안전한 도전을 할 권리를 가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성공확률이 높죠.



 7.어쨌든 그래요. 인간이란 건 슬프게도, 무언가를 달성할 때가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할 때 의욕이 넘치고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되죠. 도박중독자가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돈을 따거나 잃을 때가 아니라 카지노 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이니까요. 


 그래서 인간은 투자를 멈추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이든 사람이 20대때로 돌아가고 싶어하거나 예전처럼 하루에 20시간 일하며 사업을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포기가 가능하지만 투자만큼은 그렇게 포기가 안 되니까요.


 다만 전성기가 끝난 사람들이 그런 꿈을 꿔볼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참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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