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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나갔습니다. 원래는 그 전에 영자원에서 영화를 보고 가려고 했지만 놓쳐버렸습니다.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면 시위까지 하는데 너무 피곤할 수도 있으니 오버하지 말라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좀 치사할 수도 있는데, 집회에서 계속 서있긴 힘들어서 일부러 행진 시간에 맞춰서 갔습니다. 집회가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은 와중에 팔레스타인의 국가를 같이 배우고 부르기도 했네요. 한국에서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축구 경기가 있다는데 거기서 연대하시는 분들이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를 부를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디서든 너무 외롭지 않기만을 바라게 됩니다.


행진 자체는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다만 명동 한복판으로 행진을 해서 신기했습니다. 명동을 거니는 시민들 사이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하는 게 살짝 멋적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난 번에 홍대 한복판에서 촛불집회를 머쓱하게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훨씬 더 쉬웠습니다. 히잡이나 차도르를 착용한 이슬람계 여성들이 많이 보여서 괜히 더 연결되는 느낌도 가졌습니다.

이런 행진을 할 때마다 어떤 공간의 사회적 속성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명동은 홍대보다 인종적 다양성이나 소비자 계급의 문제에서 훨씬 더 열려있는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도 많고 이런 집회가 열리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하면서 군중 속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행진을 찍곤 했는데 그런 것들이 sns에서 더 공유될 거란 작은 희망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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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이 끝나자마자 시청역 쪽으로 향했습니다. 하루에 행진을 두 탕 뛰는 날도 있는 법이니...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나갔으니 촛불 집회는 적당히 핑계를 대고 안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가 돌아버릴 정도로 싫거든요. 몸이 좀 피곤하니까 그 정도는 참아줄 거라고 누가 오해할까봐 촛불집회 행진에 바로 합류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촛불집회에는 제 또래의 참가자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물론 5060 이상의 세대가 제일 많았지만 드문드문 그보다 어린 세대의 참가자들이 보여서 괜히 위로를 받았습니다. 안그래도 제 트위터의 타임라인에서도 촛불집회 글이 한번 공유되어서 작은 희망도 느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 부부에게 민주시민으로서 모멸과 고통을 느끼는 것은 다 비슷하겠지요. 언젠가는 그 분노를 집회 현장에서 더 많이 터트리길 바랬습니다. 날이 선선해지면 사람들이 더 모이지 않을까요.

어쩌면 더 젊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윤석열의 실패를 제대로 체감할만한 역사를 내면에 축적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릅니다. 노무현이나 문재인의 집권시기에 사람들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원칙주의자이자 선량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들을 체험했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을 첫번째 대통령으로 뽑았던, 혹은 그 전대통령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사람들은 "원래 대통령은 이렇게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체념에 더 쉽게 봉착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나가서 윤석열을 탄핵시키고 더 나은 대통령과 의회정치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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