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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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천진난만 과감한 타이포가 시선을 사로잡는 가운데 또 뒷배경에 이소룡이소룡이소룡이소룡... ㅋㅋㅋㅋ)



 - 우리 이소룡씨가 이탈리아의 공항에서 뻘쭘~ 하게 마중을 기다립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서 괜히 공항을 배회하다가, 길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애를 겁주다가(!),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못 읽어 스프만 다섯 그릇을 시켜 놓고 소금, 후추를 파파파팍 쳐서 다 비우고... 이러다가 드디어 사람을 만나요. 이탈리아에 10년 전에 이민 와서 식당을 하고 있다는 묘가수씨네요. 찾아보니 당시 기준 한국식 나이로 21살이었는데 당차기도 하셔라. ㅋㅋ

 근데 이 식당이 있는 건물을 동네 갑부가 사들이고 싶어한다네요. 그런데 우리 사장님이 애착을 갖고 버티니깐 깡패들 보내서 영업 방해를 하고 협박을 해대서 묘가수님이 홍콩의 아는 어른에게 SOS를 쳤는데, 변호사라도 보내주겠거니... 했더니 이 망할 어른놈이 쌈 잘하는 애를 보내 버린 겁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곧 홍콩에서 날아온 우리의 드래곤께서 멋모르는 서양 놈들을 혼쭐 내주시겠죠. 대략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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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난닝구를 사랑한 남자 이소룡!!! 그 와중에 묘가수님은 영화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예뻐지시구요!)



 - 홍콩 와서 두 편을 함께 했던 감독과 바이바이하고 스스로 감독을 맡은 첫 영화라고 하죠. 찾아보니 각본도 직접 썼는데 이것도 처음인 듯 하구요. 그러니까 지난 두 편의 대박을 바탕으로 '우리 소룡이 하고픈 거 맘대로 다 해!'가 가능한 무드에서 정말로 그렇게 해서 만든 영화인 셈인데요. 그런 기회를 얻자마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좀 놀라웠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를 해외로 잡은 건 이해가 돼요. 애초에 헐리웃에서 일하다 아쉬움을 남기고 왔던 사람이니까요. 근데 '코믹' 액션을 만들었다는 게 의외더라구요. 지난 두 편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그랬을까요? ㅋㅋ


 그래서 이건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입니다. 뭐 '당산대형'에도 개그씬은 많이 있었지만 그건 진지 살벌 어두운 이야기에 쌩뚱맞게 개그씬들이 들어가 있는 식이었는데, 이건 정말로 웃기려고 만든 영화에요. 이소룡의 연기도, 음악도, 장면 연출도 다 레알 홍콩식 코미디 영화입니다. 근데 소재가 격투이고 그 쪽으로도 많이 진심인 영화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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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도 열심히 개그를 하지만 주로 동료 직원들이 몸바쳐 노력하십니다. 마지막엔 액션도 꽤 하시구요.)



 - 물론 그 코미디가 지금 보기에 많이 웃기진 않습니다. 이미 80~90년대 홍콩 코미디들을 잔뜩 봐 놔서 그 동네 유머 감각이 저랑 안 맞는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이것도 안 웃겨요. ㅋㅋ 다만 지난 두 편 동안 계속해서 무게 잡는 것만 보다가 영화 내내 싱글벙글 헤헤 웃으며 열심히 몸개그를 하는 이소룡을 보니 어색해서 웃기는 건 많았습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웃긴 했네요. 성룡이 했다면 안 웃었을 텐데 이소룡이 그러니까...ㅋㅋㅋ

 근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1972년이라는 시대와 홍콩식 유머에 대한 제 취향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의외로 꽤 준수한 코미디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뭣보다 이야기 전체가 코미디로 달리는 게 아니라 절반이 액션인지라 그렇게 막 무리수를 꽃피우진 않아서 부담이 덜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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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원희와 윤아 같기도 하고, 성동일과 손예진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묘가수님은 아름다우십니다.)



 - 이탈리아가, 콕 찝어서 로마가 배경이지만 그냥 딱 봐도 야외 장면만 로케이션으로 후딱 찍고 돌아와서 실내 장면은 거의 홍콩에서 찍었구나... 싶더군요. 이게 차이가 많이 나요. 그냥 화면의 질감부터 다릅니다. ㅋㅋㅋ 근데 애초에 소스가 문제인 건지 왓챠의 문제인진 모르겠으나 로마 시내 장면들은 대체로 화질이 안 좋고 초점이 나가고(!) 이래서 보기 좋진 않았어요. 나름 관광 영화 느낌으로 풍경들 열심히 찍어놨던데. 아쉬웠구요. 무려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일전 같은 건 좀 더 배경을 살려서 폼 나게 찍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소룡 감독님에게 중요한 건 액션 그 자체였을 테니 뭐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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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어렸을 적 이소룡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은 아니었고, 그래서 이 짤은 '척 노리스가 이소룡에게 두들겨 맞던 무명 시절'이라는 설명으로 유명했었죠.)



 - 그래서 그 액션은... 당연히 여전하겠죠? 빠르게, 간결하게, 아주 아파 보이게 팍!팍! 두들겨 패는 스피디한 움직임 위주인데. 상대가 이탈리아 깡패들이다 보니 그쪽 액션 연기는 어떻게 시키려고? 했는데 뭐 악당 졸개들 쪽은 내내 그냥 샌드백처럼 맞기만 해서 볼 게 거의 없더라구요. ㅋㅋ 그나마 복싱 비슷한 거 하는 캐릭터가 있긴 했지만 펀치 두어방 허공에 날리다가 바로 발차기 맞고 날아가고 끝이라. ㅠㅜ 


 그렇게 짱 멋진 이소룡 격투술 쇼케이스... 처럼 흘러가다가 막판에는 이소룡을 제압하기 위해 조폭들이 소환해 온 고수 세 명이 등장하면서 좀 '무술 액션'스러운 게 나옵니다.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또 악당은 카라테를 쓰네요.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실제 고수들을 소환해 와서 그런지 전작들보다 좀 더 제대로 된 이종격투기(...)를 보는 기분이 드는 게 좋았습니다.


 근데... 이번에도 역시 '중국 무술 최고!!!' 전개가 중요하게 나옵니다만. 이소룡이 쓰는 기술들을 중국 무술이라고 할 수가 있나. 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냥 이소룡 무술 아닌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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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깡패들도 모두 다 영어를 쓰는 가운데... '정무문'에서 민족의 배신자 역을 맡았던 분이 똑같은 역할로 다시 나와서 괜히 웃겼습니다.)



 - 어차피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보던 스토리가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쓸 데 없이 진지하고 어두운 장면들이 들어가면서 애매해져버린 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거의 막판까지 '이것이 성룡 영화의 원형이었단 말인가!' 라면서 실실 웃으면서 잘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 막판의 그 전개가 쵸큼... 그러니까 이게 다 티가 나서 초장부터 의심했던 반전이긴 한데, 그래도 영화 분위기가 있는데 뭐 얼마나 하겠어? 라고 생각하며 맘 편히 보고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갑자기 사람이 막 죽으니까 기분이.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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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보다 한층 더 벌크업을 하신 고로 상의 탈의씬도 더 많아졌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건 자랑해 줘야죠!)



 - 어쩌다 연달아 이소룡 영화 세 편을 달렸는데요. 생각해보면 좀 신기하네요. 1, 2, 3번 영화가 다 톤과 소재가 확연히 달라요. 현대 범죄물에 사극 무술 영화에 해외 진출 코믹 액션... 이니까요. 이렇게 매번 달라지니 계속되는 이소룡의 비슷비슷 기술 시전 퍼레이드도 매번 신선한 기분으로 잘 볼 수 있었구요. 또 우리 이소룡님은 코믹한 연기도 의외로 잘 어울리시더라... 뭐 이런 하찮은 소감이 남았습니다. ㅋㅋ 근데 어쩌겠습니까. 사실 이소룡이라는 스타와 그 분의 액션 구경이 대략 90%를 차지하는 영화니까요. 이렇게 세 번째까지 쭉 재밌게 봤으니 된 걸로!! 하고 마무리합니다.




 + 보면서 당대의 십대 남자애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세 편 중에선 이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육을 더 열심히 만들었더라구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그 근육을 뽐내는 포즈를 자주 취하고, 트레이닝 하는 장면들도 좀 보여줘요. 그 시절에 이 영화 보고 흉내내며 운동했던 남자애들을 다 모으면 지구 전체에서 몇 명이나 나올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 어찌보면 후대에 쏟아져 나온 일본 소년 격투 만화들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품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모든 걸 그냥 싸움으로 해결하는 사람들만 우루루 나와서 계속 싸워대는 식의 이야기니까요. 이소룡 캐릭터야 그렇다 쳐도 그냥 꾸준히 총으로 암살 시도를 하면 될 걸 굳이 해외에서 무술 고수를 구해오는 이탈리아 빌런님의 선택을 보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ㅋㅋ



 +++ 이번 영화에서도 이소룡님은 딱 한 번 위기에 처하고, 그걸 또 비열하게(...) 돌파하십니다. 이쯤 되면 일부러 이러셨던 건지? ㅋㅋㅋㅋ 척 노리스와의 대결 초장에 의외로 막 두들겨 맞고 바닥에 깔려 위기에 처했을 때 손을 뻗어 노리스의 어마어마하게 무성한 가슴 털을 잡아 뜯습니다. 하하. 심지어 그러고 벌떡 일어나서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그걸 손에 쥐고 훅. 하고 부는데... 안 날아가서 손을 다다다 터는 걸 보고 또 웃었네요.



 ++++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총이 등장하는데요. 극중 대사로 '이 나라는 원하면 누구든 총을 가질 수 있어서 아주 흔하다'라고 한 마디 흘리며 설명을 해주는데... 호기심에 검색해 보니 사실과는 많이 다른 얘기더군요. 가능은 한데, 미국만큼 쉽게 가질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뭐 영화 속에서 총들고 설치는 놈들이야 어차피 범죄 조직 애들이니 이상할 건 없겠지만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뭐 여전히 별 거 없구요. 우리 이소룡씨는 어여쁜 사장 묘가수와 썸도 타면서 이탈리안 깡패들도 쥐어 패주고. 또 식당의 무술 좋아하는 종업원들에게 격투도 가르쳐주고 그러면서 보람찬 시간 보내는데요. 마지막에 빌런의 최후의 작전(세계 챔피언을 불러다 붙여서 꺾어 버리겠다!)에 낚여 동료 직원 몇 명과 함께 위기에 처하지만, 혼자서 중간 보스 둘을 다 두들겨 패 버리고 최종 보스 척 노리스를 만나러 콜로세움을 향합니다.


 근데... 이때 싸움 안 하고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평화주의자 주방장님께서 갑자기 칼을 꺼내 자기 동료 둘을 죽여버려요. 이 아저씨가 처음부터 내내 싸우지 말라고 말리면서 협상 협상 노래를 불러댄 터라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다짜고짜 살인이라니. ㅠㅜ 난감한 순간이었구요.


 그래서 콜로세움에서 척 노리스를 만난 이소룡은 지금껏 나온 세 편의 영화들 중 가장 많이 두들겨 맞습니다. 정확히는 초반엔 계속 발리다가 갑자기 '이거 재밌군?'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현란한 시그니처 스텝을 밟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전세 역전이 되죠. 하지만 사실상 승부가 결정나고, 손과 다리가 다 꺾여서 싸울 수 없는 상태임에도 계속해서 진지하게 달려드는 척 노리스의 기세에 본의 아니게 상대를 목을 꺾어 죽이게 되고. 살짝 착잡한 표정으로 노리스의 시신에 도복 상의와 띠를 얹어준 후 아까 동료들이 있던 장소로 돌아갑니다만...


 그 곳엔 내내 이탈리아인들 앞잡이 역할을 하던 얄미운 중국인이 배신 주방장과 둘이서 투닥거리고 있었고. 얄미운 놈이 이소룡의 주의를 끄는 가운데 뒤에서 주방장이 칼을 꺼내듭니다만. 갑자기 총소리가 울리고 얄미운 애가 쓰러져 죽어요. 이게 뭐여? 하고 보니 이탈리안 보스가 직접 홀로 행차하셔서 총을 막 쏘아대고 있네요. ㅋㅋㅋ 그러다 주방장도 죽고요. 이소룡과 보스가 멀리서 대치하고 있는데 식당 사장님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다짜고짜 곧바로 보스를 체포해갑니다.


 다음은 뭐. 이제 다 해결됐으니 나는 또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도우러 떠나겠노라... 라고 선언한 이소룡이 묘가수와 식당 생존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독한 폼으로 멀리멀리 걸어갑니다. 엔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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