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9 21:50
- 2007년작. 1시간 57분. 장르는 스릴러라고 해야겠네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영화 톤과 다르게 너무 귀여운 것 아닌가!!! 싶은 포스터네요. ㅋㅋㅋ)
- 2009년 어느 날의 저는 늘 그렇듯 빈둥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듀나님의 새 리뷰를 읽고 있었죠. 그게 바로 이 영화입니다만. 간지나는 제목과 쟁쟁한 출연진 명단을 훑고 본문에 눈길이 이르니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극장으로 가세요. 지금 이 글도 읽지 마시고. 그렇다고 엄청난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는 게 좋습니다.)
헛. 뭐가 숨겨져 있길래 그러지? 암튼 바로 극장 가서 보라고 강권(?)하는 걸 보니 영화는 끝내주나보구나!!! 하고 생각한 저는 시키는대로 순순히 백스페이스를 눌렀죠. 네...
그리고 13년이 흘렀습니다. 물론 안 봤죠 전. ㅋㅋㅋ 그러다 어제 '넷플릭스도 가끔 뭘 봐줘야지 돈 나가는데!'하고 이 영화를 보았고. 그 후에 듀나님 리뷰를 찾아 검색했다가 13년 전의 기억이 돌아왔네요. 반갑습니다 2009년의 나. 그 때도 변함 없이 게을렀...
(그래도 영화 첫장면 정도는 괜찮겠죠. 정말 맨~ 첫장면이어서요.)
- 듀나님이 저런 문구를 넣으신 이유를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영화가 초반에 기본적인 정보 제시를 안 해줍니다. 좀 다짜고짜 중요하고 극적인 사건을 보여준 후에 그 3일 전, 하루 전, 몇 시간 전 등등으로 점프를 해요. 그리고 그렇게 점프를 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기본 정보가 추가되면서 관객이 처음에 본 그 장면의 의미는 점점 더 강렬한 개판 막장이 되어가죠. 그런데 이게 상당히 재미도 있고, 또 런닝타임 30분이 넘어갈 때까지도 이 형식이 이어지거든요. 그러니 이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보는 게 최상의 감상이 되는 셈입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이제 처음으로 보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넷플릭스 선택 화면의 시놉시스도 읽지 마세요. 그것도 분명한 스포일러가 됩니다. ㅋㅋㅋ
(얘들 둘이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 그래서 저 역시 디테일한 정보는 최대한 생략하고 말하자면... 결국 이 영화의 장르는 그겁니다. '어리버리 살던 좀 모자란 인간들이 어쩌다 돈 문제로 아주 쉽고 안전해 보이는 범죄에 손을 댔다가 운명의 장난으로 일이 엉망진창으로 꼬이며 사이 좋게 다 함께 나락 가는 이야기'요. ㅋㅋ 전 정말 이 장르에 누가 이름 하나 붙여줬음 좋겠어요. '쉘로우 그레이브', '파고', '심플 플랜' 등등 쟁쟁한 선후배 영화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매번 그 영화들 소환하며 설명하기도 귀찮구요. 사실 제 요 투덜거림도 아마 이미 제 글에서 서너 번은 반복됐을 겁니다.
(사실 제가 세기말에 꽤 좋아했던 배우님이신데요. 뭐 막 대성하진 못하셨지만 매우 잘 활동하고 계시니 괜찮은 걸로!)
- 그리고 이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들 중에서도 유난히 차갑습니다. 주인공들은 그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이미 인생이 망한 상태에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심지어 가족 관계까지도 다 망했죠. 이미 망해 있었고, 지옥이 눈앞에 있던 상황에서 그걸 피해 보겠다고 감당 못할 일에 손을 댔다가 더 격하게 망하면서 급행으로 목적지에 실려 가는 겁니다. 앞서 말한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죠.
영화가 보여주는 그 과정은 아주 담담합니다. 왜 그런 옛날 영화들 많잖아요. 시작부터 끝까지 클로즈업 같은 건 자제하면서 인물을 좀 거리를 두며 잡고, 음악도 자제하는 등등 스타일의 연출이요. 대략 그런 식으로 찍혀 있고 또 그게 잘 먹힙니다. 따지고 보면 참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사연의 인물들이고 내내 격렬한 드라마가 요동을 치는데, 영화는 그냥 담담하게 흘러가요. 그 덕택에 '어차피 다들 그럴 팔자였습니다'라는 식의 고전 비극 같은 느낌이 낭낭하더군요.
(앨버트 피니 옹 사진도 최대한 정보를 숨기려다 보니 짤이 이렇게...)
- 배우들이 아주 좋죠. 필립 시모어 호프먼, 에단 호크, 앨버트 피니, 마리사 토메이, 마이클 섀넌, 에이미 라이언에 로즈마리 해리스까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분량도 많은 세 남자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비교적 작은 역할의 나머지 배우들도 참 튀지 않으면서 든든하게 잘 해주고요. 그 중에서도 사실상 원탑 역할인 필립 시모어 호프만의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다들 좋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요. 참으로 아까우신 분... 그리고 로즈마리 해리스는 사실 좀 카메오 가까울 정도로 분량이 적은 편인데, 그래서 혼자 좀 웃겼습니다. '기프트'를 보고 바로 다음에 본 거라서요. ㅋㅋ
(의외로 터프 불한당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던 마이클 섀넌. ㅋㅋㅋ 제겐 뭔가 답답한 샌님 이미지가 박혀서요.)
- 스포일러를 피하며 글 적기가 너무 어렵다! 는 핑계로 조기 마무리하겠습니다. ㅋㅋ
차갑고 비정한 범죄물 톤에 뜨거운 드라마를 잘 식혀서 눌러 놓은 영화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즐겨도 다 훌륭하구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잘 짜여진 각본, 그리고 말 그대로 '무심한 듯 시크한' 시드니 루멧의 넘치고 부족함 없이 딱 적절한 연출까지. 뭐 트집 잡을 구석 없이 참으로 잘 만든 영화였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 대부분에게 추천합니다. 꿈과 희망의 엔딩 아니면 보기 싫으신 분들만 빼구요. 하하.
(전부터 요기조기서 봐왔는데도 쭉 모르다가 '더 와이어' 이후로 인식하게 된 에이미 라이언씨. 늘 반갑습니다. ㅋㅋ)
+ 로즈마리 해리스 짤이 없는 이유가... 웹에 스포일러성 짤 밖에 없네요. ㅋㅋㅋ 유난히 짤 고르기도 어렵고 설명 붙이기도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ㅋ
2022.07.29 21:53
2022.07.29 22:08
이렇게 쭉 정색을 해버리니 같은 냉소라도 이 쪽이 좀 더 진심(?) 같은 게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코엔 형제 영화는 뭔가 주인공들을 좀 놀려대는 느낌 같은 게 있죠.
2022.07.29 21:57
2022.07.29 22:00
2022.07.29 22:19
영화에서 유일하게 행복해 보이는 (마지막은 살짝 샤~ 하지만) 장면을 맨 처음에 깔아둔 후에 암전되면서 적어 주신 부분 중 '당신이 죽은 것을 악마가 알기 30분 전에 이미 당신이 천국에 가 있기를.'에 해당하는 내용이 뜨죠. 먼저 'May you be in heaven half an hour...'가 나오고, 잠시 후에 영화 제목인 '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가 뜨는 식으로요. 재밌는 연출이었어요. ㅋㅋ
근데 이게 기도문이었군요. 전 술 퍼마시며 부르는 노래 같은 것인줄(...)
2022.07.29 22:00
2022.07.29 22:20
말씀 듣고 찾아 보니 오히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쪽이 더 진지해보여요. ㅋㅋ
2022.07.29 23:07
2022.07.29 23:40
2022.07.29 23:11
2022.07.29 23:43
2022.07.29 23:53
저도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 오죽하면 한동안 코엔 영화인줄 알았고요. ㅋ 나중에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감독이 같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었지요 ㅎㅎ
2022.07.30 00:04
2022.07.30 03:23
2022.07.30 11:18
2022.07.30 09:45
이 감독님 영화 많이 본 건 아닌데 본 작품은 다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거 같아요. 그중엔 참 좋아하는 '허공에의 질주', '12인의 성난 사람들' 있고 그리고 '형사 서피코', '네트워크' '악마가-' 다 잘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네요. 이 영화는 보고 고통스럽네,했었는데 많이 잊어먹어서 다시 보고 싶어요.
2022.07.30 11:21
2022.07.30 12:11
thoma님이 언급하신 작품들도 전부 훌륭했고 '뜨거운 날의 오후'도 대단한 명작이죠. 그 이후로는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고 실제로도 침체기였다고 하던데 이 악마가...를 통해서 그나마 마지막에 명예를 회복(?)하시고 돌아가셨다고 많이들 그러더라구요. 저도 듀나님 저 리뷰의 문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ㅋㅋ 그래서 저도 나머지 리뷰는 안읽었고 꼭 언젠가 보려고 하다가 까먹고 뒤로 넘어가버렸네요. 덕분에 넷플 올라온 것도 알았고 챙겨보겠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다른 의미로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이 꾸준히 되기도 하는데 마리사 토메이가 이 작품에서 노출연기 했던 부분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저도 철없던 시절 그거 찾아보고 그랬던 부끄러운 기억이 나네요.
2022.07.30 13:08
저랑 똑같은 분이 계셨다니 진심 반갑습니다!!! ㅋㅋㅋㅋ
왜 갑자기 이게 눈에 들어왔을까? 했더니 넷플릭스엔 근래에 올라온 것 같더라구요. 잘 한다 넷플릭스!
마리사 토메이가 귀엽고 사랑스런 마스크에 몸매는 매우 섹시한 분이시긴 하죠. ㅋㅋ 사실 영화에선 두 남자 주인공도 똑같은 수위로 노출을 했지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