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초록밤 추천합니다

2022.08.05 18:30

Sonny 조회 수:392

13-23-48-62da26548cc19-W578.jpg


히치콕의 [현기증] 이후로 영화사에서 초록색은 가장 신비하면서도 현실과 유리된 세계를 상징하는 색 중 하나가 되었지요. [초록밤]에서의 초록색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던 이 색이 얼마나 이상하며 초현실적인지를 종종 시각적으로 일깨우곤 합니다. 해당 스틸 사진 속에서도 가족들은 아주 일상적으로 모여있지만 창밖을 뒤덮고 있는 저 녹색광선은 이 세계가 사실 얼마나 이상한지 은은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사나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이 영화속에서 관객인 우리들이 인식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사람들은 늘 피로하거나 무언가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때마다 초록빛은 때로는 형광등 조명으로, 때로는 숲으로 사람들을 감싸거나 세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푸르르다'라고 생명력을 상징하던 이 녹색은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감각을 전달하곤 합니다. 삶이란 죽음의 저편 반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서 단지 마주보고 있을 뿐인 것이 아닌지.


거대한 사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혹은 있었지만 스쳐갑니다. 영화 속의 승리와 영광이 너무 멀어서 가짜같기만 한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삶은 얼마나 재미가 없고 순간순간 절망으로 차오르는 것일까요. 이 영화의 광고 문구 중 하나는 "애도"이지만 저는 기이한 중력을 느꼈습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와 다가오고만 말 것 같은 미래의 그 무게감에 짓눌리는 것에는 그 어떤 가족도 예외가 없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괜히 더 괴이쩍고 한편으로는 그 진실됨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 참 촌스러운 표현인데 저는 올해 한국 영화 10편을 뽑는다면 이 작품은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4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4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726
126708 알카라스가 앞서가네요 new daviddain 2024.07.14 1
126707 [왓챠바낭] ...걍 궁금해서 봤습니다. '사무라이 vs 좀비' 잡담 new 로이배티 2024.07.14 63
126706 프레임드 #856 [1] new Lunagazer 2024.07.14 26
126705 이런저런 잡담... new 여은성 2024.07.14 83
126704 물 마시기 update catgotmy 2024.07.14 66
126703 위아더나잇 - 티라미수 케익(거기서 곤 프릭스가 왜 나와?, 헌터X헌터 근황) update 상수 2024.07.14 77
126702 속보-트럼프 유세중 총상-업데이트 [8] update theforce 2024.07.14 402
126701 Longlegs 트레일러 [4] update theforce 2024.07.14 77
126700 [왓챠바낭] 혼돈과 혼란 그 자체, '음모론의 단서' 잡담입니다 [2] update 로이배티 2024.07.14 145
126699 굿바이 바이든 (feat. $90m) 사막여우 2024.07.13 238
126698 프레임드 #855 [4] update Lunagazer 2024.07.13 42
126697 에미넴 신곡 Habits/앨벙 공개 daviddain 2024.07.13 70
126696 어제 알카라스 경기 보러 온 휴 그랜트 daviddain 2024.07.13 103
126695 듀게엔 많이 계시죠? 이 노래 아시는 분 [8] update thoma 2024.07.13 219
126694 다시 성사된 알카라스 vs 조코비치 [12] daviddain 2024.07.13 104
126693 새 마블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티저 예고편 [4] 상수 2024.07.13 216
126692 끈임없이 위아래를 확인하는 사회 catgotmy 2024.07.13 128
126691 역사에 대해 catgotmy 2024.07.13 61
126690 관종, 어그로, 이빨쟁이의 끝은 결국 무플 ND 2024.07.13 215
126689 [웨이브바낭] 어떻게 생각하면(?) 기대 이상, '사다코 DX'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7.13 14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