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형태로 작성하느라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진작 글을 쓰려다가 늦어져서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에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수상을 기원하는 사적인 글을 여기에 올렸었다.(글 링크 주소: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3&document_srl=13931028#) 수상을 기원하는 글에도 썼었지만 촬영 일정 때문에 나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촬영 일정대로 진행됐다면 생중계를 볼 수 있었는데 날씨의 영향으로 인해 촬영이 미뤄져서 아카데미 시상식과 촬영 날짜가 겹치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중간 휴식 시간에 TV를 잠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숙소에서 TV를 켰더니 시상식이 막 시작한 상황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우조연상 시상은 시상식의 초반에 했기 때문에 5분 정도 소요될 수상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가득 찼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보통 여우조연상 수상자 발표 시점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자가 발표되지 않았다. 나는 약간 당황한 채로 빨리 수상자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결국 촬영이 재개될 때까지 발표는 미뤄지고 있었다. 올해는 실시간으로 여우조연상 수상 장면을 못 볼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포기를 하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촬영 중간에 또 다시 짬이 났는데 이때 기적적으로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드디어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님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신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수상 소감을 듣게 되는 순간이 드라마틱했다. 클럽하우스가 없었다면 실시간으로 수상 소감을 사운드로라도 들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때만큼 클럽하우스가 있다는 게 고마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윤 배우님의 수상이 정말 기쁘고 감격적이었다. 가파도 청보리밭에 앉아 있는 가운데 윤 배우님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이번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의 순간이 더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나중에 동영상으로 오스카 수상 장면을 다시 봤는데 윤 배우님은 역시 배우님 답게 멋진 수상 소감을 말씀하셨다.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에게 가볍게 농담을 던지신 것을 시작으로 소감을 말씀하시는 내내 재치있는 언변이 인상적이었다. 윤 배우님이 함께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에게 모두 승자라고 말씀하신 것이나 두 아들에게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로서 열심히 일했다고 말씀하실 때 감동적이었다. 수상 소감의 말미에 윤 배우님이 김기영 감독님에 대해 언급하실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 감독님에 대해 말씀하실 걸로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윤 배우님의 위트 넘치는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유머 감각이 출중하셨던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이미 수상을 기원하는 글에도 썼었지만 나에게 윤 배우님은 어머니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을 인정해야겠다.

윤 배우님의 수상이 끝나고 다시 촬영을 하다가 우연히 길고양이를 만났다. 너무 붙임성이 있고 귀여운 행동을 하는 고양이였는데 정말 가져다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고양이는 처음 봤다. 윤 배우님의 오스카 수상이 기뻐서 내 마음대로 그 고양이를 ‘윤여정’이라고 불렀다. 그날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한 노을이 참 예뻤다. 

작년에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할 때도 생전에 그런 일이 있을 걸로 생각치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너무 놀랍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2년 연속으로 이번에는 윤여정 배우님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시다니 또 다시 믿기지가 않는다. 윤여정 배우님이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셨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이래 지난 30년간 ‘내 마음 속 배우’이셨던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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