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에선 어쨌어야 했을까요...

2010.12.09 17:33

DH 조회 수:1681

국회가 이렇게 개판으로 돌아가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제가 꼬꼬마때도 신문, 티비에서는 "국회에서 오늘도 몸싸움이.. 부끄러운.. 심지어 외신에도.." 하는 소식이 나왔었으니까요. 어릴 땐 단순한 정의감에 "폭력은 무조건 나빠. 때린 사람 무조건 나빠." 라고 생각했는데, 크면서 보니 일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폭력을 쓰는 걸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포커스는 '폭력'이 있었다는 것에만 맞춰지고 있습니다만.. 어젠 일이 어떻게 되었다면 아름다웠을까 생각해보면.. 뭐라 답을 낼 수가 없어 참 답답합니다.

 

1.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을 완전 포기 혹은 대폭 삭감하고 평화롭게 예산안을 통과시킨다.

 

언뜻 봐도 불가능할 뿐더러, 환영할 사람도 많겠지만, 반대할 사람도 사실 많을겁니다. 이명박은 4대강보다 더한 대운하를 공약으로 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한나라당이 4대강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중에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높습니다. 그 말은 4대강을 안하면, 정말 실망하고 안타까워할 유권자도 많다는 뜻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지자를 실망시키는 그런 선택은 할 수가 없습니다.

 

2. 다수결 원칙에 따라 야당은 평화롭게 본회의장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그 결과 통과된다.

 

폭력은 없어서 좋습니다만, 계속 이 원칙으로 간다면 그냥 국회에서 한나라당 혼자 일해도 됩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거대여당으로서는 야당 의원들은 집에서 쉬라고 하고 혼자서 법안 다 통과시켜놓고, 개헌 등 더 많은 쪽수가 필요할 때만 야당과 협의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죠.

 

3.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 협상만 한다.

 

그 협상 언제 끝날까요? 올해안에 끝나긴 할까요?

 

 

전 한나라당이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으로서도 별 뾰족한 답이 없습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별로 주고 받을 게 없기때문에, 정치적인 협상을 할 여지도 별로 없습니다. 피차에 단독 통과시킬 힘이 없어야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상대방의 표를 얻어오지, 한 쪽은 마음대로 다 통과시킬 수 있고, 한 쪽은 아무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무슨 협상이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거대 여당이 눈치를 보게 될 유일한 이유는 '다음 선거'인데, 지금 상황은 그렇게 행동해도 다음 선거에서 별 불이익이 없을 것 같지 않습니까?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사고를 쳤을 때나 한 번 역풍을 맞아봤지, 그 외의 소소한 사고 및 도덕적 부패로는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다수당이라고 함부로 까불면 다음 선거에서 극소수당으로 전락하는 꼴을 보여줘야 하는데, 당분간 가망없어 보입니다. 유권자들이 당분간 그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주지 않을 거라면... 요즘 개헌 이야기 많던데, 개헌하는 김에 어느 당도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지 못하게 의회독과점금지 조항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습니다. '정치적 수완' '정치적 능력' '정치적 멘트' 등 '정치'라는 단어는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지만, 정작 '정치판'에서는 '정치적' 이라는 단어가 주는 늬앙스를 느낄 수 없으니 희한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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