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나니아

2010.12.06 01:36

이온스톰 조회 수:2781

나니야 연대기를 읽지 않은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9살때 처음 읽은 이 연대기는 제 초딩 시절을 지배했지만

배은망덕한 저는 중딩 이후부턴 이 연대기를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정치적 공정함에 눈 뜨던 시기라.

 

하지만 제 초기 상상력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많이 준 책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증오해요.

제가 처음으로 읽은 환상소설의 작가가 무신론자였다면 이런 이중적 감정에 빠질 필요도 없었겠죠.

 

나니아의 영화화는 2003년 무렵부터 들은 것 같은데 그때부터 비관적이었어요.

나와봤자, 일반대중에게는 반지나 포터의 짝퉁으로 밖에 여기지지 않을 것이고, 영화팬들에게는 기독교근본주의와 인종주의로 범벅된 이야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팬 특유의 직감과 불안감이죠.

제작 스탭 리스트가 흘러나오며 영화적 완성도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구요.

나니아 영화가 나올 때마다 들리는 영화에 대한 성토를 보면 제 예상이 틀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사자마녀옷장은 보고 실망했고, 캐스피언 왕자는 아예 안봤는데

이번 편에는 제 사랑 유스터스가 나오므로 꼭 봐야겠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유스터스가 저보다 오빠였는데, 지금은 까마득하게 어린 애기네요.

동녁호의 모험 (성바오로출판사 번역판본 제목은 이거였죠. 고유명사 번역이 엉망이었는데..)은 그 특유의 정신나간 몽환성 때문에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같은 이유로 거부하기도 힘들어요. 읽고나면 속이 메스꺼리는데, 청룡열차 한 번 탄 기분..

 

아직 영화는 못봤지만 유스터스 역의 배우는 잘 성장했더군요.

처음 캐스팅이 확정되었는 때는 애가 너무 영국 노동계급꼬맹이스럽게 생겨서 슬펐는데 (나의 유스터스는 저렇지 아나!!)

역시 애들은 어떻게 클지 모르는 일이에요.

제 세컨드 훼이보릿인 에드먼드는 배우가 생각했던 거 보다 넘 잘 생겨서 의외였는데, 여전히 잘 크고 있고 있더군요.

피터는 너무 피터대왕스럽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은의자입니다.

유스터스가 주인공으로 부상했고,

유스터스와 질의 관계는 피벤지가 아이들의 형제애보다 흥미롭고,

그리고 퍼들글룸이 나오잖아요. 머쉬위글 퍼들글룸.

나니아 영화화 초기에 팬포럼에서 퍼들글룸 역을 크리스 에클스턴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을 봤는데

그리 어울리진 않지만 흥미로운 캐스팅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크리스가 물갈퀴 달고 나오는 건 그리 달갑지 않네요.

코난 오브라이언이 춤추는 거 보고, 저 양반이 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영화화도 불투명하다니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기 전엔 별 생각 안할려구요. 게다가 그는 미국인이니.

 

말과 소년이나 마법사의 조카는 나오기 힘들다 쳐도, 은의자나 최후의 대결은 나왔음 싶어요.

사람 맘이 간사한 것도 있고,

영화화 자체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왕 나와서 모든 걸 망쳐놨으면 끝을 봐야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후의 대결은.. 중반부는 대충 추상적으로 버무린다하더라도.. 그 결말은 어쩔 건지..

 

나니아는 영화화 되지 말았어야했습니다.

동시대에 원작을 접한 팬들이나, 영어권 팬들, 어쩌다가 접해서 그것을 사랑하게 된 팬들의 영역에만 남아있었어야했어요.

영화화가 됐어도, 그것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주체 못하는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졌어야 했구요. 어린이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등장인물이 아이들일뿐인 성인용 판타지로요.

 

이미 업질러진 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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