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을 기다리며

2010.12.04 21:43

아이리스 조회 수:1405

 

맙소사, 제가 김은숙 작가에게 농락당한 걸까요.

아까 낮에 시크릿 가든 5-6회를 보다가 무려 졸았어요. 5-6회 재방이 안 풀려서 못보다가 오늘 첨 봤는데 그 재밌는 체인지 후 씬들이 이다지도 지루할 수가요. 1-4회는 재방 케방 짤방까지 거듭 반복했는데도 볼 때마다 새롭고, 몰입되고 그랬거든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당못할 드라마를 만났는 줄 알았어요. 그땐. --;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의 한계, 혹은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며 다투고, 상처내고, 결국은 헤어지죠. 주원과 라임도 같은 길을 걷게 될거예요. 그래서 이 영혼 체인지라는 틀은 환타지로코물에 어울려요. 서로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그가 처한 현실과, 상처와, 진심.. 그런 것들을 헤어려보는 거죠. 그건 정말로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가늠하기 힘든, 타인의 삶이거든요.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마침내는 하나가 되는 엔딩을 만들거예요. 좋아요, 좋다구요. 드라마의 기획의도라는 건 적어도 이래야 되죠.

 

근데 전 미리 예고된 두 번의 영혼 체인지가 그냥 라임이 된 주원이나, 주원이 된 라임의 연기에만 매달려서 코믹환타지에만 그친다면 많이 지루하고, 인내력이 바닥날 것 같아요. 이 드라마의 정체성은 무언가요. 성인이 된 두 사람의 2차 성장기죠. 그건 결국 두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종국엔 삶을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잖아요. 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바뀐 두 사람의 상황에 의미있고, 풍성한 에피소드가 매달리지 않는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히 아무도 설득당하지 않을 방언에 불과할 거예요. 그냥 거울보고 자뻑하는 작가의 헛소리인거죠.

 

저는 이 드라마의 애청자로서(아직까지는)시크릿 가든이 가볍게 보이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캐릭터에도 영혼이 있는건지, 저는 그사세의 정지오와 주준영보다 시크릿가든의 김주원과 길라임이 한결 떨려요. 그림으로 보자면 어느쪽도 빠지지는 않지만, 후자쪽이 내는 시너지가 대단한 것 같애요. 부디 이 훌륭한 캐릭터 조합이 쌈싸먹는 이야기에 희생당하지 않길 바래요. 이제 드라마, 시작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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