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까지 21일 (왕스포)

2014.08.18 11:21

달비 조회 수:5631



스티브 카렐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온 이 영화를 어제 봤어요. 개봉은 2012년에 했으니 벌써 2년이나 지난 작품이네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살짝 보고 언젠가 봐야지 했던 작품인데 2014년에 보게 될 줄이야. 이렇게 보석 같은 작품을

안보고 살았다니 후회를 금치 않을 수 없네요.


사실 영화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는 로드 무비입니다.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남여가 만나서 이것저것 모험을 겪다가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만리장성을 쌓는 내용이죠. 단지 그 여행이 세상의 마지막에 이루어 진다는 점을 빼면 말입니다. 덕분에

영화엔 특이한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자살하면 지옥에 떨어질까봐 암살자를 고용해서 자살하는 사람. 지구가 곧 망하는데도

꿋꿋이 딱지를 떼는 경찰. 대피소를 만들어 종말 후에 지도자를 꿈꾸는 전직 군인 등등. 


주인공인 다지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종말이 다가온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내는 떠나고

떠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랫집 아가씨인 페니에게 듣죠. 영화의 매력을 책임지고 있는 페니는 다지와 

다르게 무척이나 생기발랄한 아가씨입니다. 종말이 다가옴에도 낙천적이여 보이는 그녀는 레코드를 모으고 섹시한 영국식 억양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다지는 우연히 페니를 만나 그녀에게 잘못 배달된 첫사랑 올리비아의 편지를 받게 되고, 비행기를 놓쳐 가족을 못보게 된 그녀에게 제안을 합니다.

첫사랑을 찾는 걸 도와주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을 받아들인 그녀는 그와 같이 여행을 하게 되고 그는 그녀와 여행을 하면서 점점 변해갑니다.


영화는 21일 후에 세상이 끝난다는 무시무시한 아포칼립스적인 설정을 말랑말랑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다지의 아버지와

다지가 만나는 씬이 인상적입니다. 다지의 아버지가 다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자 다지가 이제는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미래가 없게 된걸 안 사람들이 비로소 과거의 쌓였던 감정이나 미래의 불안을 떨쳐내고 21일동안 현재를 진짜로 살게

되는 거죠. 다지가 올리비아의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것도 이에 연장선입니다. 뭐 결국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영화가 보여주는 아포칼립스는 너무나 따듯해서 사람들이 해변가에 모여 노는 걸 보면 지구의 종말이 찾아와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코 엔딩 부분을 꼽겠습니다. 정말로 이 영화의 마지막은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페니가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상투적인 할리우드 로코물 엔딩이구나 해서 실망할 뻔 했으나 그게 아니었죠. 둘이 침대에 누워 끝을

맞이하는 이 장면은 정말로 무섭고 로맨틱하면서 감동적이고 어마무시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나 쿵하는 소리가 들렸을때는 정말 심장이 덜컹..


찾아보니까 평점이 그렇게 높지 않은 영화인것 같은데 제 기준으로는 별 6개는 주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니는데

반응이 신통치는 않군요. 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근래에 코미디 배우들의 정극 영화 3편(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레인 오버 미, 그리고 이 영화) 을 몰아서 봤는데 전부 다 재밌었습니다. 

  아담 샌들러를 꽤 좋아했는데 레인 오버 미를 보고 나니까 이사람 재능 낭비를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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