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IPTV를 달았어요. VOD목록에 뭐가 있나 살펴보니 글쎄 우리들의 천국이 있더라고요.

간단한 프로그램 설명을 보니 주연 배우도 김찬우, 장동건으로 돼있고 사진도 김찬우,장동건이 떠있길래

2기 방영분이 유료 서비스 되는건 줄 알았습니다. 전 2기 때보단 홍학표 나왔던 1기를 더 좋아했기 때문에

약간 김이 샜습니다. 그래도 예전 우리들의 천국 2기 첫회를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어차피 1,2회는 무료 서비스니 재생이나 시켜보자, 하고 틀어봤습니다. 근데 프로그램 출연진 소개와 달리

우리들의 천국 1기 방영분도 서비스 해줬습니다.

 

우리들의 천국이 90년 10월 방송해서 94년 4월에 종영된 주간 저녁 드라마인데 VOD서비스로 제공되는 회차는

약 70회분이 조금 넘습니다. 1,2회 등 홍학표 나왔던 초기 방영분도 있지만 마지막회도 있는걸 보니 장동건,김찬우 나왔던

2기 버전도 있는것같아요. 160몇회가 마지막회인데 이 작품이 방영 100회를 기점으로 출연 배우와 내용이 싹 물갈이가 됐고

대략 한달 정도의 휴지기를 가지고 바뀌었으니 160몇회가 마지막회인게 맞을거에요.

 

70회분 조금 넘게 서비스 되고 있는데 방영 회차는 띄엄띄엄 있습니다. 1,2회는 무료로 보고 초기 방영분 위주로 5개 정도를

500원씩 지불하고 봤는데 정말 꿀재미에요. 홍학표 나온 1기 버전은 전부 유료 서비스로 볼 것 같아요.

드라마 자체가 하도 오래됐고 케이블 같은데서 재방송도 거의 안 해줬기 때문에 출연진 외에는 드라마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참 다들 풋풋하고 내용도 재밌습니다. 이 당시 드라마는 지금처럼 회당 60~70분식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감도 높았죠. 요즘 일일드라마가 35분 정도 하는데 이 당시엔 주가 드라마가 기껏해야 45분, 적게는 37분 정도 밖에 안 했죠.

이때는 일일드라마도 지금처럼 30분을 훌쩍 넘기지 않았고 20~25분 사이를 오갔는데 말이에요.

우리들의 천국도 회당 37분에서 45분 사이를 오가더군요.    

 

방송 초기에 시청률을 올려주는데 결정적 한방 역할을 해주었던 최진실은 한 6~7회부터 나온걸로 보입니다. 드라마가 10월 27일 방송됐는데

최진실이 그 해 12월 둘째주부터인가 등장했거든요. 극 중 홍학표의 연인은 제임스 본드 마냥 매 학년, 학기 때마다 바뀐 편이죠.

연상의 짝사랑 대상으로 나온 배종옥에 이어 최진실, 염정아, 유호정 등이 나왔어요.

최진실이 6개월 단발 계약으로 출연했는데 이후에 나온 여배우들은 최진실만큼의 파급은 없었습니다.

최진실 나왔을 때가 정말 재밌었죠. 당시 굉장히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

결국엔 극중 승미는 불치병으로 죽었지만 당시 최진실이 원체 인기가 많은 주연급이어서 과연 진짜로 죽을까 반신반의 했어요.

 

VOD서비스에서 최진실이 나오는 방영분은 딱 두개만 제공됩니다. 이게 아쉽네요.

캐릭터가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어요. 도벽에 거짓말을 수시로 하는 불치병 걸린 가짜 대학생.

보고 있으면 짠한 구석이 있었죠.

 

요즘 되는 일이 없는 홍학표의 얌전한 연기도 귀여워요. 나이 서른에 20살 대학생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네요.

무엇보다도 극중 쌍둥이 형제 하는 짓이 어쩜 그리도 천진하고 개구진지.

특히 이민우의 연기는 캐릭터 이상을 넘어섭니다. 이민우 연기가 하도 즐거워서 제가 계속 500원씩 주고 받아 본다니까요.

 

그나저나 최성실 작가는 요즘 뭐하는지. 90년대 쓴 작품들은 다 재밌었고 시청률도 좋았는데 깁스가족을 시작으로 내내 내리막길이더니

작품 자체를 안 쓴지 벌써 6년이네요.

예전에 태양의 여자가 방영했을 당시 90년대풍의 드라마란 얘기가 많았고 작가도 그런 내용의 작품이 90년대에 방영했다면 시청률은 방송 초기부터

폭발적이었을거라고 얘기했던것같은데...태양의 여자 작가가 최성실 작가를 좋아했죠. 폭풍의 계절, 두권의 일기, 우리들의 천국같은.

다 최진실이 나왔는데 최진실과 궁합이 잘 맞았나 봅니다. 아파트까지 최진실과 4편을 같이 했죠.

 

폭풍의 계절은 지금 보면 상당히 촌스럽고 드라마가 연장되면서 막장스럽게 변해서 짜증나는 구석도 있지만 당시엔 굉장히 재밌게 봤던 드라마였어요.

꼬이디 꼬인 인물 관계와 미스테리한 구성도 흡인력이 있었죠.  

전혜린을 참고 삼아 만든 김성령 캐릭터를 딸로 나온 김희애 캐릭터로까지 확장시켰는데 김성령 캐릭터는 그럴듯했지만

김희애 캐릭터는 뒤로갈수록 민폐에 자기합리화로 가득찬 허세덩어리라 견디기 피곤했던 인물.

드라마 후반부에서 보여준 최진실의 맹인 연기는 재평가 받아 마땅합니다.

재개발 붐에 맞춰 졸부가 된 박정수와 도지원의 푼수모녀 연기도 히트였고.

드라마가 막장스럽긴 했어도 구성 자체는 탄탄했어요. 근데 이 막장스러움이 도를 넘은게 차기작인 아들의 여자였죠.

사랑한다면의 설정과 전개 방식은 좀 무리수였고.

월화드라마로 편성됐다가 우리들의 천국처럼 장기간 방영되는 주간드라마로 재편성된 육남매에선 다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줬고요.  

암튼 최성실 작가의 우리들의 천국을 보면서 초기작들인 두권의 일기도 생각나니 아련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최성실 작가는 90년대 mbc드라마계의 대형 스타인 김희애,최진실,채시라와 모두 작품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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