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5 19:02
수컷 공작거미가 춤을 추고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과장된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청혼입니다.
그러나 수컷 공작거미에게 춤은 청혼뿐만 아니라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거절되면 암컷의 먹이가 되어서 죽음을 맞이하죠.
뒤늦은 청혼은 이제 천하게 여겨지고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다른 종에게 구경거리가 되다니 이 작은 동물에게 동정심을 느껴야 할까요?
전혀.
그들은 혼신을 다해서 지각되는 그 순간만큼은 미래의 배우자에게 진짜로 춤을 추는 것입니다. 결과가 성공을 보장하지 못할지라도.
청혼은 서양에서 시작되었고 동양은 사랑과 상관없이 조건이 맞는 집안이 맺어져서 뒤늦게 애정을 키우면 살아가는 중매결혼의 시대가 더 길었죠.
구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하는 청혼하는 장면은 남녀가 긴장하고 모르는 남녀가 청혼을 통해서 좁혀가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의례입니다.
생은 정해진 답이 없고 사랑도 시간 차가 생길 수 있어요. 외국에서는 동거가 많아서 살다가 뒤늦게 정식으로 청혼하는 경우도 많아요.
뒤늦은 청혼이 허례이고 압박이라면 그보다 더 큰 무게의 결혼은 왜 하지요? 청혼보다 결혼의 부조리가 더 강해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로 이벤트를 선호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남녀를 불문하고 한 번쯤은 꿈꿀 수 있는 보편적인 욕망을 하급이라고 냉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군요.
가짜와 진짜 냉소를 구분할 수 있는 자가 현명하겠지요. 공작거미의 세계와는 달리 인간세계는 상대방을 잘못 선택했을 때 살해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군요.
이제 이분법이 등장할 차례이군요. 청혼 이벤트를 무시하면 개념녀, 청혼 이벤트를 바라면 무개념녀 만들기가 시작되겠군요.
평범한 욕망을 드러내 보이면 두들겨 맞는 세계에서 획득한 개념녀란 칭호는 과거 열녀만큼 가짜이군요.
2014.04.15 19:12
2014.04.15 19:17
작은 곤충도 청혼에 저렇게 공을 들이지요.
2014.04.15 19:13
막판에 뜬금포 터지시네요. 다양한 시각이 있었지만, 프로포즈를 바라면 무개념녀고 바라지 않으면 개념녀라는 식의 이야기는 오고간 적이 없습니다.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원하는 것 자체가 된장녀고 무개념하다는 식의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만들기가 시작되겠군요.'라니, 허수아비가 없으니까 생기기를 기원하시는건가요. 신선한 타입이시군요.
2014.04.15 19:31
결혼식이 잡혀있고 양가 인사를 드렸는데 뒤늦게 청혼을 바라는 배우자에 관해서 부정적인 글을 읽었어요.
목록에서 찾아보세요.
본문에 된장녀는 나오지 않는군요.
"허수아비가 없으니까 생기기를 기원하시는건가요."
그대로 돌려드립니다.
그리고 찾아보니 청혼에 관한 현자님의 댓글은 좋군요.
조회 수:1562
2014.04.15 19:53
2014.04.15 20:03
무개념과 된장녀는 다르죠.
자국 사이드 음식을 깔아뭉개면서 자국 여성을 희화화하는 비겁한 속어죠.
참고로 된장녀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단어로 김치녀가 있군요.
독일에도 김치가 있어요. 전차남은 Sauer Kraut라고 자국여성은 부르지 않더군요.
된장녀 삭제해도 현자님의 글의 요지는 손상이 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단어 선택에서 품위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요.
제 글 뒤에 마초맨이 아니라 멋진 글이 등장했군요.
2014.04.15 20:18
살면서 내가 거미 수컷에게 홀릴거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말입니다.. 이럴수가.. 섬세하고! 절도있고! 로맨틱한데다! 신비롭다!
(공작거미 구혼춤이 너무 좋았던고로 본문은 잊어버렸습니다. 걍 지워진채로 나갈랍니다. 이졸데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2014.04.15 20:26
비파님 안녕하세요.
공작 거미의 페르몬이 강렬했어요.
2014.04.15 20:45
100% 페르몬 탓만은 아닙니다.
2014.04.15 20:27
지원사격 감사합니다.
2014.04.15 20:36
2014.04.15 20:47
2014.04.15 21:02
생각을 좀 하세요 생각을. 저말이 사용된 맥락은 '나는 결혼 이벤트 같은거 필요없다'는 여성분에게 프로포즈는 필요하다는 입장의 사람이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탈김치녀 코스프레하고있냐'는 맥락으로 사용된 거잖아요. 한마디로 당신이랑 똑같은 입장의 사람이 김치녀 어쩌구 하는 어휘를 쓴겁니다. 이건 지원사격이 아니고 저격이죠. 이해가 됩니까? 그리고 지원사격은 무슨; 혼자 무슨 전쟁하시나요?
어휴 내가 이런것까지 설명하다니 대체 뭘하고 있는거야....단어에 집착하지 마시고 그 단어가 쓰인 맥락을 생각하시라구요.
2014.04.15 21:02
증언이 지원사격이 될 수도 있지 않나요?
이분법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미 사용되었잖아요.
2014.04.15 21:03
네. 다만 이졸데님이 생각하는 방향의 이분법이랑 정 반대일 뿐이죠. 아쉽게도 말입니다.
2014.04.15 21:17
이분법으로 나누는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데 아군 적군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거죠?
청혼의 논쟁에서 현자님의 프로포즈에 긍정적인 댓글을 남긴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자님 식대로 풀면 우리는 아군이었어요.
현자님과 의견이 갈린 것은 본문에서 이분법이었죠.
"된장녀"라는 단어는 사용된 적이 없다고 단어했지만 더 강력한 "탈김치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는 증인이 나왔다는 말이죠.
본문 전체보다 이분법만을 문제삼은 것은 현자님이었어요.
댓글 히스토리를 보세요.
2014.04.15 21:28
아군 적군으로 나누는 행위는 '지원사격'운운하신 이졸데님이 먼저 시작하신거구요.
"이제 이분법이 등장할 차례이군요. 청혼 이벤트를 무시하면 개념녀, 청혼 이벤트를 바라면 무개념녀 만들기가 시작되겠군요.
평범한 욕망을 드러내 보이면 두들겨 맞는 세계에서 획득한 개념녀란 칭호는 과거 열녀만큼 가짜이군요."
이게 그냥 단지 이분법만을 비판하는 내용입니까? 그 무개념녀 개념녀로 나누는 레토릭을 비판하는게 아니라요? 그리고 제가 말한 내용은 '그런 단어가 사용된적 없다'가 아니고 '그런식으로 프로포즈를 원하는 여성을 '무개념녀'라고 낙인찍고 몰고가는 여론은 없었다'는 얘기죠. 그 말이 쓰였다는 사실을 증명한게 그렇게 자랑스러우세요? 거기에 대체 무슨의미가 있길래;;; 무슨 컨트롤F로 단어가 쓰였냐 안쓰였냐를 검증하시려는게 목적입니까? 여기서 제가 김치녀라고 한마디 치면 순식간에 듀게가 일베로 변화하나요? 아 이거 생각하면 할수록 제가 뭘하고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정신분열적 댓글을 상대하느니 그냥 GG치겠습니다.
2014.04.15 20:40
프로포즈 이벤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지가 '결혼날짜 잡은 후에 하는 이상한 것', '허례허식' 이었는데, 이것이 무개념녀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 지 모르겠군요.
2014.04.15 21:44
저도 뭐가 다른 지 모르겠어요.
2014.04.16 09:16
사회적으로 학습되든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든 무언가에 대한 환상과 욕망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환상이 꼭 보편성을 획득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환상이라는 법은 없죠. 특히 그게 그 환상이 정도야 어떻든 누군가에겐 사회적 강요와 억압의 기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을 때는요. 어떤 욕망을 품는 개인을 무개념이라고 매도하는 건 누가 봐도 지나친 비약이고 옳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상이 내포하는 비합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합리화되지도 않습니다. 이상한 허례허식은 여전히 이상한 허례허식인거죠.
2014.04.15 21:30
음 정말 잘 모르는 주제지만.. 여기서 "뒤늦은 프로포즈를 비웃지 마라"하실 때, 이 거미를 가져오는 건 스스로 반례를 가져오신 것 같아요.
그러니깐 거미는 잡아먹히거나 번식하거나 둘 중 하나인 상황에서 도전하는 진검승부니깐 혼신의 힘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미 두 사람과 가족들이 결혼에 동의한 상황에서 하는 프로포즈는 애초에 실제상황이 아니라 연극인거죠. 어떤 남자들이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굳이 해야하나? 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거 같은데, 하지만 애초에 남자가 거절당할 수 있는 위험을 이리저리 피했기 때문에 연출된 상황은 또 아닐까 생각하지만...
정말 본인들이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거지, 뭘 이리 얘기하나 싶기도 하네요.
2014.04.15 21:40
행인3님의 공작거미가 반전의 사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은 좋군요.
애초 청혼은 가장 두려운 의례 중에 하나이죠.
사실은 작은 곤충도 목숨을 걸고 청혼을 하는데 이미 위험부담도 없는 청혼에 그렇게 불만의 투정을 부리는 것에 대한 대조의 효과였죠.
뒤늦은 결혼에서 결혼의 여건이 되지 않아서 미루거나 결혼에 확신이 서지 않아서 살아보고 청혼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았어요.
실제 거절당한 두려움이 배제된 청혼이라도 불확신한 미래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는 행위는 긍정적으로 괜찮은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삶에는 가끔 연극도 필요하답니다.
2014.04.15 22:00
2014.04.15 23:41
누군가에겐 평범한 욕망이라는 게 꼭 모두가 동조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남자는 자기 부인이 자기 엄마에게 효를 다하고 자기 어머니는 부인을 아끼며 서로 사랑하며 아름답게 사는 모습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이 욕망이 실현되는지, 어떻게 실현되냐와는 별개로 욕망 자체가 누군가에겐 억압으로, 누군가에겐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 않습니까? 문제가 된 연극적 청혼도 정도와 역사는 짧을지언정 비슷한 성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갈등 해소가 시작될 것 같네요.
2014.04.16 10:53
기이하지만 아름답네요.
신비하고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