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하기도 하죠....

2010.11.09 01:25

얼룩이 조회 수:1694

동성애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돌 맞을지 모르는 제 과거 편견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과거, 그러니까 한 10여 년 쯤 전에, 전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호모포비아까지는 아니었고, 그 분들을 일종의 "정신적 불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싫다기 보다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었죠.

 

전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제 가족 누구도 종교를 가진 사람이 없었는데, 도대체 누가 심어 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 게이를 싫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안 됐다"라는 말은 좀 하고 다닌 것 같습니다. 예, 인정합니다. 그 시절 저는 차별주의자였을 수도 있어요. 부끄러워 하고 반성합니다.

 

요즘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하고 다니면 혼나기도 하고 수준이하라고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텐데, 그 땐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던 관계로 공격을 당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홀로 깨달아갔죠. 제 인식의 변화을 이끌어 낸 최초의 사람은 (전공이 전공인 관계로) 기든스였습니다. 기든스의 "성, 사랑, 애로티시즘"은  지금도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책은 비아냥 거리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디가 틀린 것인지. 그런 인내심 때문에 제가 쓸데없이 반항하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말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말로 꼭 누굴 이길 필요는 없는 거겠죠. 조롱이나 폭력적인 수식어는 쓸데없는 반발만 일으키죠. 말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 이런 수식어는 더욱 자극적이죠. 본말이 전도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기는 힘들어지고 수사만 남는 경우가 있어요. 

 

앞에서 "사람이 변한다/변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는데요, 말을 듣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처음부터 공세로 나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거든요. 이런 경우 소통 의지는양쪽 모두에게 없는 것이겠죠.

 

10여 년 전의 저는 분명 더 모순 덩어리에, 편견 덩어리였던 것 같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정말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죠. ^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8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34
126915 [K-Mooc] 현대인을 위한 감정 다스리기 new underground 2024.08.06 35
126914 데이빗 린치 감독님 폐기종이시라네요. [2] new LadyBird 2024.08.06 106
126913 중본철사(中本哲史) new catgotmy 2024.08.06 33
126912 [게임바낭] 허술한 듯 재밌는 변종 디펜스 게임, '쿠니츠가미: 패스 오브 가디스' 엔딩을 봤네요 로이배티 2024.08.06 90
126911 오늘 주식 시장 슈카월드 라이브 [5] update catgotmy 2024.08.05 327
126910 에피소드 #101 [1] Lunagazer 2024.08.05 35
126909 프레임드 #878 [2] Lunagazer 2024.08.05 32
126908 한국에서 성룡의 초기작들 [2] 돌도끼 2024.08.05 146
126907 로키 시즌 2 후기: 운명과 자유의지의 문제(우리 로키가 달라졌어요) [1] 상수 2024.08.05 140
126906 뿔테의 불편함 [2] catgotmy 2024.08.05 138
126905 데드풀과 울버린(2024) feat.노스포 [6] skelington 2024.08.05 179
126904 240803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Sonny 2024.08.05 165
126903 신사망유희 돌도끼 2024.08.05 82
126902 [넷플릭스바낭] 그 '악녀' 말고 대만산 스릴러 '악녀' 잡담입니다 [7] update 로이배티 2024.08.05 180
126901 조코비치가 금메달 땄군요 [4] daviddain 2024.08.05 141
126900 요즘 이소룡 영화 얘기가 많아서 문득 궁금한게 [5] 정해 2024.08.04 238
126899 혹성 탈출 설정에 대해 궁금한 점 [4] 정해 2024.08.04 217
126898 프레임드 #877 [2] Lunagazer 2024.08.04 40
126897 설리의 자살 원인 [2] catgotmy 2024.08.04 345
126896 모든 연속극을 시즌제로 만들어버린 올림픽 [2] 돌도끼 2024.08.04 3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