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브라이언 맥케이 Brian McKay
댄 울먼 Dan Ullman
윌튼 덴마크 Wilton Denmark

감독
앨런 크로슬랜드 Alan Crosland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로디 맥도웰....채프먼 교수
Roddy McDowall....Prof. Chapman
아이린 추....메이 링
Irene Tsu....Mei Ling
리처드 나리타....린 완
Richard Narita....Lin Wan
로저 데이비스....잭 코빈
Roger Davis....Jack Corbin
필립 안....민대령
Philip Ahn....Col Minh
밀트 코건....칼라닌
Milt Kogan....Kalanin
레이 영....토비로프
Ray Young....Tobirov
제임스 R. 파크스....데이빗 프루잇
James R. Parkes....Dave Pruett
노먼 버튼....조 앳킨슨
Norman Burton....Joe Atkinson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주니어
Lyle Waggoner....Steve Trevor Jr.

시놉시스
중국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게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거였죠. 수상쩍게 생각한 IADC에서는 사태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캘리포니아의 바하에 다이애나를 파견합니다. 이미 그곳엔 데이빗 프루잇이라는 정보원이 파견되었다가 실종된 적 있지요. 화산 폭발이 미국의 음모라고 생각한 중국에서도 메이 링과 린 완이라는 스파이를 파견해 다이애나를 미행하게 합니다.

다이애나는 프루잇이 실종된 낡은 호텔로 찾아가 그가 마지막에 머물렀던 방에 투숙합니다. 다이애나가 프루잇의 실종을 설명할 단서를 찾는 동안, 호텔 주인인 코빈은 그의 보스이고 이 사건의 진범인 채프먼 교수에게 연락합니다. 채프먼은 코빈에게 다이애나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침대 장식물에서 프루잇이 남긴 지도를 발견한 다이애나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방을 나서려고 하지만 바로 발밑에서 열린 함정에 빠지고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점점 좁아지는 함정벽을 밀어내고 탈출합니다.

이번엔 소련에서도 불가능한 화산이 폭발합니다.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수상쩍은 노란색 광선이 목격되었고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소련에서도 쌍둥이 스파이 둘을 바하에 파견합니다. 그러는 동안 채프먼은 세 번째 목표를 정합니다. 그곳은 납치된 프루잇의 고향인 메릴랜드였지요.

프루잇의 지도를 따라 채프먼의 아지트가 있는 산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메이 링과 린 완을 만납니다. 두 여자들은 몸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다이애나는 둘의 포로가 되지요. 다이애나는 어떻게든 미국이 이 음모와 관련이 없다고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도 조금은 넘어갑니다. 그들은 다이애나를 남겨두고 채프먼의 아지트를 향해 올라가고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중국인 스파이들을 러시아 스파이들이 위협하는 중간에 끼어들지요. 그리고 이들 모두는 산 위에서 그들에게 총을 들이대는 채프먼 부하들의 표적이 됩니다. 스파이들은 포로가 되고 원더우먼은 달아납니다. 달아난 원더우먼은 다시 다이애나로 변신해 코빈에게 잡힙니다.

슬슬 채프먼의 정체와 그의 의도가 드러납니다. 사실 다이애나와 채프먼은 몇 년 전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채프먼은 정부를 위해 일하는 과학자였거든요. 하지만 정부의 전쟁놀음에 진력이 난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이용해 세계에 평화를 주려고 합니다. 그가 만든 인공 화산으로 중국과 소련과 미국의 정부를 협박해 영구적인 평화를 이룩하려는 속셈이었지요. 채프먼은 텔레비전 생중계로 전세계를 협박하고 블랙힐에 또다른 화산을 만듭니다.

코빈을 설득하다 간신히 달아난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채프먼에게 달려갑니다. 채프먼은 원더우먼을 동의를 구하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세 나라 정부는 채프먼의 협박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를 응징하려 하고 있고요. 채프먼은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세계를 화산으로 만들기 위해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원더우먼은 화산을 만드는 레이저를 온 몸으로 막아냅니다.

사건은 해결되고 채프먼과 코빈은 체포됩니다. 중국측 스파이들의 보스인 민대령의 레스토랑에서 중국인 스파이들과 다시 만난 다이애나는 메이 링과 린 완이 결혼을 약속하고 스파이 생활에서 은퇴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The Man Who Made Volcanoes'
'The Man Who Made Volcanoes'는 전환기적인 에피소드입니다. 여기서부터 많은 게 바뀌었지요. 스티브 트레버는 조 앳킨슨의 자리를 물려받았고 이제 다이애나는 스티브의 방해 없이 혼자 뜁니다. 앳킨슨은 이번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퇴장해버렸고요. 음악과 타이틀 시퀀스도 만화의 흔적이 지워진 보다 평범한 것으로 바뀌었고 노랑색 만화칸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개선일까요? 일단 별 쓸모가 없었던 조 앳킨슨과 스티브 트레버를 치워버린 건 잘한 일이었습니다. 다이애나한테서 안경을 벗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 사람의 미모를 과시하게 한 것도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거고요. 변신의 쾌락은 좀 떨어졌지만 스티브가 현장에서 사라졌으니 그런 내숭은 더 이상 필요가 없잖아요.

문제는 이 시리즈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리얼리스틱'해졌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만화 같은 시리즈라면 그 만화 같은 면을 적극적으로 끌어 안아야 하는 겁니다. 다행히도 2시즌엔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만화 같은 에피소드들이 꽤 됩니다.

채프먼 교수
채프먼은 전형적인 미친과학자입니다. 자신의 발명품을 이용해 전세계를 협박하는 정신병자지요. 단지 그는 악당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는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화산을 터트리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세계에 평화를 주기 위해 세계를 협박하는 거지요.

채프먼 교수의 주장과 입장은 '핵억제력'에 대한 일반적인 옹호론과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이 에피소드는 그에 대한 비판으로 기능하고 있죠. 채프먼은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그가 마지막에 한 일은 지구를 인공화산으로 멸망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채프먼이 어떻게 화산을 만드냐고요? 핵발전소에서 만들어낸 엄청난 에너지로 노란색 레이저를 발사하는 거랍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됩니다. 일단 직진하는 레이저로 소련이나 중국의 과녁을 명중시키는 건 불가능하지요. 게다가 레이저에 맞았다고 멀쩡한 땅이 갑자기 화산이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걸 다 인정한다고 쳐도 50초만 발사되면 전세계를 화산으로 만든다는 그 정체불명의 광선은 어디로 쏘아야 하는 걸까요? 그걸 온 몸으로 막아내는 원더우먼의 행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스파이들
많은 사람들이 냉전시대엔 적국을 사악한 악당으로만 묘사한 작품들만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경우는 오히려 드물어요. 특히 [원더우먼] 시리즈가 나온 70년대에는요. '데탕트'라는 단어를 기억하세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그 증거가 보입니다. 중국 스파이들과 소련 스파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들은 악당이 아닙니다. 자기 임무에 충실한 애국자들이지요. 원더우먼의 도움 아래 이들은 채프먼과 맞서는 동지가 됩니다. 그 뒤로 한 일이 별로 없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개념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잘 관리되지는 않았어요. 이 에피소드의 중국과 러시아 스파이들은 모두 기가 막힐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스테레오타입입니다. 일단 스테레오타입이라 웃기고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각본 때문에 또 웃기는 거죠. 특히 중국 스파이를 연기한 두 동양인 배우들은 낯뜨거웠을 겁니다. 그 동안 세상 많이 좋아졌어요. 완벽해진 건 여전히 아니지만.

다이애나와 원더우먼의 모험
다이애나는 'I Do, I Do'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갑니다. 안경은 가끔만 쓰고 쓸모 없는 스티브는 치워버렸으며 둔버기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며 다이애나인 상태에서 몸싸움도 합니다. 다이애나가 메이 링과 뒹구는 장면은 순전히 눈요기용이지만요.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코빈의 호텔 장면은 조금 복고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점점 좁아지는 함정은 1시즌의 나찌 악당들이 만들었을 법한 장치죠. 그래도 어떻게 보면 1시즌 때보다 더 잘 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더우먼을 그런 함정에 떨어뜨리는 것보다야 다이애나를 떨어뜨려 윈더우먼으로 변신하게 한 뒤 함정을 박살내는 게 더 논리가 맞는 이야기잖아요. 단지 이 설정엔 몇 가지 구멍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더우먼이 다가오는 벽을 막아내는 동안 가방 근처에서 가스 비슷한 것이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마취 가스일까요? 원래 각본엔 있었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액션이 또 있었던 걸까요? 코빈이 다이애나가 죽은 줄 알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아침에 당당하게 호텔 정문으로 걸어나오는 다이애나의 여유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코빈의 설정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는 비교적 동정적인 악당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아무리 위에서 시킨 짓이라 해도 여자를 함정에 빠트리고 벽으로 뭉게는 건 그런 캐릭터에 맞지 않거든요. 사실 그건 채프먼 교수의 캐릭터와도 맞지 않습니다.

언급할 필요가 있는 배우
채프먼 교수를 연기한 로디 맥도웰은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나 [Lassie Come Home]과 같은 고전 할리우드 영화의 아역 배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실패한 수많은 동료들과는 달리, 맥도웰은 이후에도 꾸준히 성실한 경력을 이어갔죠. 비슷한 나이 또래였던 나탈리 우드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미모도 갖추지 않았으면서 말이죠. 아마 요새 관객들에게 그는 [프라이트 나잇] 시리즈의 흡혈귀 사냥꾼으로 잘 알려져 있을 거예요. 그가 실력있는 사진작가였고 그의 친구들을 찍은 몇 권의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는 점도 언급해야 할 것 같군요.

민대령을 연기한 필립 안은 안창호의 아들입니다. 한국인 부모에 의해 최초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1935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아시아인 역할을 맡아 성격파 배우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가 연기한 역은 노골적으로 뻔뻔스러운 동양계 스테레오타입들이 많았지만 시대가 시대였으니 어쩔 수 없었겠죠. 그의 가장 유명한 역은 [쿵후] 시리즈의 마스터 칸입니다. 그의 동생인 안필선도 배우입니다. (06/03/17)

DJUNA

기타등등

채프먼 교수는 다이애나를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다이애나가 다시 바깥 세계로 돌아온 게 최소한 2년 전 일이라는 말이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시계가 후르륵 돌아가며 시간이 빨리 흘렀다는 말이죠. 아마 'I Do, I Do' 전후일 겁니다. 그 때부터 분위기가 슬슬 바뀌기 시작했으니까요.

다이애나는 두 번째로 변신하기 전에 일단 결박을 풉니다. 왜요? 팔을 휘두르지 않아도 변신할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