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브루스 셸리 Bruce Shelly

감독
잭 아놀드 Jack Arnold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데이빗 헤디슨....에반 로블리
David Hedison....Evan Robley
줄리엣 밀즈....캐스린 여왕
Juliet Mills....Queen Kathryn
존 콜리코스....오릭 대사
John Colicos....Ambassador Orrick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주니어
Lyle Waggoner....Steve Trevor Jr.
노먼 버튼....조 앳킨슨
Norman Burton....Joe Atkinson

시놉시스
에반 로블리라는 거물 도둑이 플로리다에서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다이애나는 그것이 남편의 사후 말라카라는 소국의 군주가 된 미국인 출신 캐스린 여왕이 가져온 왕관을 훔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애나와 스티브는 보석과 여왕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여왕이 머물고 있는 영사관에 파견됩니다. 다이애나는 하녀로 변장해 취직하고 스티브는 미국-말라카 문화교류협회의 회장으로 변장해 들어가죠.

다이애나는 죽은 왕의 친척이라는 디아스 백작에게 차를 가져 갔다가 그가 바로 에반 로블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가 여왕을 만나러 떠나자,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습니다. 로블리는 클락 스코트라는 IADC 요원으로 변장해 여왕의 비밀을 캐내고 있었지요. 그는 도청장치를 찾는 척하면서 여왕이 보석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냅니다.

로블리의 음모를 알게 된 스티브는 구매자 행세를 하며 그의 객실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를 수상쩍게 생각한 로블리는 스티브를 마취 가스로 기절시키죠. 보석도둑 로블리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스티브는 지하실에 감금되고, 다이애나는 로블리의 정체를 여왕에게 알리려다 대사에게 발각되어 달아납니다.

밤이 되자,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여왕의 침실로 들어갑니다. 여왕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원더우먼은 보석을 지키기 위해 비밀 금고가 있는 곳으로 가지만 이미 보석은 털린 뒤였죠.

원더우먼은 로블리가 머무는 객실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보석은 로블리에게도 없었어요. 로블리가 아까 훔친 왕관은 가짜였습니다. 로블리는 원더우먼에게 사면을 대가로 모든 음모의 정체를 밝힙니다. 사실 이 범죄의 진짜 음모자는 오릭 대사였습니다. 로블리를 시켜 왕관을 훔쳐 그 핑계로 여왕을 왕좌에서 쫓아내려는 것이었지요.

로블리, 원더우먼, 스티브는 대사가 지하 보안실에 숨겨놓은 왕관을 다시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냥 들어갈 수는 없어요. 최첨단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서 바닥을 밟기만 해도 독가스가 올라오니까요. 스티브가 망을 보는 동안 로블리와 원더우먼은 보안실로 들어갑니다.

원더우먼 올가미에 매달려 금고를 뜯는 동안 스티브를 인질로 삼은 오릭 대사가 들어옵니다. 아직도 허공 중에 매달려 있던 원더우먼은 왕관을 던져 오릭의 손에 들려있던 권총을 떨어뜨립니다. 스티브는 대사를 제압하고 원더우먼은 왕관을 되찾습니다.

오릭의 음모는 발각되고 여왕은 왕좌를 지킵니다. 사면을 받은 로블리는 여왕의 방에 들어와 그녀를 유혹합니다.

'The Queen and the Thief'
'The Queen and the Thief'는 케이퍼물입니다. 6,70년대엔 이런 식의 가벼운 범죄물들이 유행이었지요. 매력적이고 살짝 무도덕적인 범죄자들이 엄청난 돈과 보석을 훔친 뒤 행복하게 살았다...식의 이야기 말이에요. 신사 도둑인 에반 로블리의 등장부터 그런 설정의 바탕이 되어줍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올곧기가 그지 없는 원더우먼이 도둑질이라는 행위에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거기엔 철저하게 완벽한 핑계가 있습니다. 그 보물은 다른 사람이 고결한 여왕님을 몰락시키기 위해 미리 훔친 것이었거든요.

보안 장치를 피해 공중에서 보물에 접근하는 방식은 당시에도 그렇게 드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멋이 있지요.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황금 올가미에 거꾸로 매달려 곡예를 펼치는 린다 카터의 모습이 무척 섹시하니까 말이죠. 네, 이 시리즈는 그만큼 피상적입니다. 모르셨다고 우기지 마세요.

에반 로블리
이 에피소드에서 에반 로블리는 신사 도둑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이런 장르에서 '신사 도둑'이란 딱지를 붙은 친구들은 진짜 악당인 경우가 별로 없어요. 도덕적으로 아슬아슬한 구석이 있긴 해도 여자들에게 친절하고 매력적인 인간들이죠. 이 에피소드에서도 에반 로블리는 지금까지 지은 죄의 대가를 감방에서 치르는 대신 한 나라의 여왕에게 수작을 걸면서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 역시 굉장히 대리만족적인 남성 판타지죠.

문제는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의 매력의 약발이 엄청 닳았다는 것입니다. 현대 시청자들에게 로블리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행동이 지나치게 느끼하죠. 요새 그런 식으로 여자들에게 접근했다간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 여자들이 임산부처럼 헛구역질을 하는 꼴을 보게 되었을 겁니다. 로블리의 느끼함은 아마 그 동안 세상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증거일 거예요.

다이애나와 스티브
다이애나와 스티브는 오래간만에 진짜 스파이처럼 행동합니다. 신분을 위장하고 적진에 들어가지요.

스티브가 하는 짓을 보면 그냥 한숨만 나옵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어요. 애써 신분을 위장해서 들어간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것도 자기가 한 일은 아니죠). 그럼 뭐해요? 하루도 지나기도 전에 로블리에게 첫눈에 발각되어 기절당하고 꽁꽁 묶여서 지하실에 끌려가는데. 간신히 구출된 뒤에도 한심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능력도 없어서 남들이 열심히 도둑질을 하는 동안 망을 보고 있다가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대사의 인질이 되지요. 이런 친구에게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

바보같기 짝이 없는 스티브와는 달리 다이애나는 훨씬 실속있습니다. 로블리의 정체와 음모를 알아내고 여왕도 거의 설득할 뻔하며 정체가 발각된 뒤에도 탈출에 성공하죠. 물론 종종 원더우먼으로 변신해야 했지만요. 꼭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막판 도둑질 장면을 제외하면 이 에피소드에서 원더우먼 변신은 서스펜스를 오히려 떨어뜨립니다. 다이애나 혼자 힘으로 일을 해결했다면 더욱 흥미진진했을 거예요.

여기서 제가 언급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이 에피소드에서 하녀로 변장한 린다 카터가 원더우먼으로 변장했을 때보다 훨씬 예쁘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2시즌부터 작정하고 옷 갈아입히기 전략을 동원했다면 어땠을까요?

언급할 필요가 있는 배우
줄리엣 밀즈는 배우 존 밀즈의 딸이고 헤일리 밀즈의 언니입니다. 노엘 카워드와 데이빗 린의 고전 [토린 호의 운명 In Which We Serve]에서 케이 월시의 딸 역으로 데뷔를 했지만, 국제적인 스타가 된 건 동생 헤일리가 먼저죠. 그래도 줄리엣의 경력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줄리엣 밀즈 팬들은 이 사람을 70년대 시트콤인 [Nanny and the Professor]의 유모 역으로 기억할 거예요. (06/02/15)

DJUNA

기타등등

이 에피소드는 다이애나가 가장 실없는 이유로 원더우먼이 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순전히 직장에 빨리 출근하려고 변신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