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엘로이 슈와츠 Elroy Scwartz

감독
허브 월러스틴 Herb Wallerstein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Lyle Waggoner....Steve Trevor
리처드 이스트햄....블랑켄쉽 장군
Richard Eastham....Gen. Blankenship
비어트리스 콜린....에타 캔디
Beatrice Colen....Etta Candy
존 데블린....켈러 소령
John Devlin....Major Keller
마리아 그림....리디아 모레노
Maria Grimm....Lydia Moreno
커트 로웬스....S.S. 장군
Curt Lowens....S.S. General
찰스 맥컬리....맥컬리 대사
Charles Macaulay....Ambassador McCauley
마리사 페이번....마리아
Marisa Pavan....Maria
네헤미아 페르소프....모레노 교수
Nehemiah Persoff....Prof. Moreno
아르만도 실베스트르....안토니오 크루스
Armando Silvestre....Antonio Cruz

시놉시스
1942년 8월, 포트 프레이저 무기 실험 시설. 블랑켄쉽 장군, 트레버 소령, 다이애나, 에타는 모레노 교수라는 과학자가 고안한 407공식으로 처리한 특수 타이어의 내구성 테스트를 참관하는 중입니다. 이 공식으로 처리된 고무는 존재하는 어떤 물질보다 강한 내구성을 띄게 됩니다. 블랑켄쉽 장군에 따르면 모레노는 중립국인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미국에게 그 기술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트레버는 공식을 받으러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고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다이애나도 따라나섭니다.

다이애나와 트레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고 맥콜리 대사가 그들을 맞이합니다. 대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나찌 스파이들고 부글거리는 위험한 곳이라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독일 SS 본부에서는 트레버 소령과 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스파이들을 보내 외딴 길의 모퉁이에서 지키게 하고 있었죠. 둘을 살해하면 죄를 아르헨티나 농민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게 일이 번지면 두 국가간의 친목이 악화되고... 어쩌구 저쩌구. 하여간 스파이들은 차를 세워 소령과 대사를 끌어내지만 잽싸게 원더우먼으로 변신한 다이애나가 그들을 막아냅니다.

트레버 소령과 다이애나, 대사는 모레노 교수의 저택에 도착합니다. 모레노 교수는 조수인 마리아, 딸인 리디아, 마리아의 약혼자인 칼 켈러를 소개합니다. 스위스 수출업자로 위장한 이 남자는 사실 SS에서 파견한 독일군 소령이었죠.

저녁식사가 끝난 뒤 온갖 일들이 벌어집니다. 리디아는 소령을 유혹하고 다이애나는 안토니오 크루스라는 전형적인 라틴 바람둥이의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켈러가 마리아의 묵인 하에 407 공식을 강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문제는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원더우먼. 켈러는 부하들에게 이번엔 엉겁결에 당하지 말고 대비하라고 명령합니다.

켈러의 암시에 말려들어 트레버와 리디아는 밤 산책에 나섭니다. 기다렸던 나찌 스파이들은 그들을 습격하고요. 크루스와 함께 방에 있다가 납치현장을 목격한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서 달려갑니다. 하지만 뒤에서 몰래 다가온 나찌 스파이 한 명이 클로로포름으로 그녀를 기절시키죠.

다음 날, 와인 창고에 갇혀 있던 트레버가 깨어납니다. 그는 결박당한 원더우먼이 옆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걸 보고 다가가 그녀를 깨웁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원더우먼은 트레버와 함께 밖에서 지키고 있던 보초들을 유인해 가둔 뒤 와인 창고에서 빠져나옵니다.

그러는 동안 켈러는 본색을 드러냅니다. 그는 리디아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공식을 내놓고 미국에는 가짜 공식을 넘겨주라고 모레노 교수를 협박합니다. 마리아는 켈러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에 떨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모레노 교수의 방에 몰래 들어온 트레버는 교수에게 공식을 넘겨주지 말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는 동안 원더우먼은 마리아한테서 리디아가 어디에 감금되었는지 알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거기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트레버에게 설득된 모레노 교수는 켈러에게 가짜 공식을 넘겨줍니다. 하지만 같은 분야에서 연구한 적 있던 켈러는 거기에 속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교수는 진짜 공식을 넘겨줍니다. 트레버는 중간에 뛰어들어 켈러를 저지하려 하지만 켈러의 부하들에게 잡히고 맙니다.

교수와 마리아를 제거하려는 스파이를 막은 원더우먼은 스파이로부터 리디아의 감금 장소를 알아냅니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도착한 원더우먼은 막 리디아를 총으로 쏴 죽이려는 나찌 스파이를 막아냅니다. 원더우먼의 다음 목적지는 트레버와 공식을 가져가기 위해 유보트가 도착한 해안. 원더우먼이 유보트의 승무원들이 던진 수류탄들을 막아내는 동안 트레버는 켈러를 쓰러트립니다.

다이애나와 트레버는 공식을 가지고 워싱턴으로 돌아옵니다. 트레버는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원더우먼이 그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고, 다이애나는 아마 여성의 직감 때문일 거라고 대답합니다.

'Formula 407'
이 에피소드의 제목 'Formula 407'은 고무를 강철보다 강하게 만들 수 있는 특수 공식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른 뭐였어도 이야기 전개가 바뀌진 않았을 거예요. 'Formula 407'은 순전히 트레버와 다이애나를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끌어오고 나찌와 원더우먼이 싸울 무대를 만들 위한 핑계입니다. 모범적인 맥거핀인 것이죠.

왜 부에노스 아이레스일까? 일단 린다 카터의 스페인어 실력을 써먹고 싶어서였겠죠. 카터는 에피소드 전체를 통해 스페인어라곤 단 한 마디밖에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몽땅 영어만 쓰지만요. 그래도 배우가 잘하는 장기가 있다면 어딘가에 써먹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여기서 진짜로 중요한 건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는 공간이 이 에피소드의 분위기에 썩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Formula 407'의 설정은 거의 18세기 프랑스 희곡 같아요. 켈러는 마리아를 유혹하고, 리디아는 트레버를 유혹하고, 크루스는 다이애나를 유혹하는데, 사실 켈러는 마리아를 사랑하지 않았고, 리디아에 대한 트레버의 관심은 피상적이며, 트레버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원더우먼인데, 그 원더우먼은 사실 트레버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다이애나로 변장한 상태고...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배경을 선택하는 건 당연했지요. 물론 독일군 스파이들이 공공연하게 활동하는 공간이라는 점도 좋았겠고. 후반부의 진지한 액션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연애소동으로 끌고가도 재미있었을 거예요.

언제나처럼 무능한 나찌
이번에도 나찌 스파이들은 설정과 어긋나는 무능함을 과시합니다. 1시간 안에 원더우먼에게 패배하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지요. 이런 텔레비전 시리즈에 등장하려면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조건이겠지만.

일단 이 사람들은 손발이 맞지 않습니다. 이들의 계획은 자기네들이 진짜 공식을 갖고 미국인들에게 가짜 공식을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그 계획이 성공하려면 그 미국인들이 아무 일도 당하지 않은 채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요. 그런데 다른 한 편에서는 전혀 다른 목적 때문에 트레버와 대사를 암살하려 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렇다고 두 패거리가 전혀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 뒤의 계획도 수상쩍습니다. 모레노 교수의 저택에 들어가기 위해 마리아를 유혹한 건 그만큼 켈러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정체를 밝혔다면 차라리 교수의 오른팔로 함께 일한 마리아로부터 공식의 정보를 얻는 게 훨씬 빠르지 않았을까요? 괜히 교수의 딸을 이용해 교수를 협박하는 것보다는요. 그리고 미국을 속일 생각이었다면 왜 공식을 가져갈 스티브 트레버를 함께 납치한 걸까요?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공식을 가져가면서 교수에게 한 시간의 여유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괴상한 건 이들이 원더우먼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원더우먼을 잡기 위해 상당히 공들인 준비를 했으면서 일단 잡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식이잖아요. 심지어 그들은 원더우먼을 제대로 결박하지도 않습니다. 손목만 가느다란 로프로 대충 묶어놓았을 뿐이죠. 나중에 깨어나면 어쩌려고?

클로로포름
네, 이번에도 원더우먼은 클로로포름을 맡고 기절합니다. "또 클로로포름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그런데 사실 그럴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원더우먼] 시리즈에서 클로로포름은 단 네 번 사용되었습니다. 그 중 원더우먼이 피해자였던 건 단 두 번이었고 둘 다 모두 1시즌에 몰려 있지요. 6,70년대 액션 시리즈의 관습을 고려해보면 [원더우먼]에서 클로로포름은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벤저]의 타라 킹이나 [바이오닉 우먼]의 소머즈가 훨씬 자주 클로로포름에 당했지요.

원작만화에서도 클로로포름은 마취가스를 쏘거나 뒷머리를 때려 기절시키는 설정보다 훨씬 드물었습니다. 사실 말이 되지 않지요. 원더우먼처럼 힘이 센 주인공이라면 클로로포름을 들이마시기 전에 악당들을 밀치면 끝일테니까요. 그래도 'Fausta, the Nazi Wonder Woman'에서는 함정에 빠지고 자기 올가미에 묶여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라도 있지만 'Formula 407'엔 그것도 없습니다. 원더우먼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힘을 쭉 빼고 스파이의 품에 몸을 맡긴 채 얼굴을 덮은 손수건에 적셔져 있는 클로로포름을 들이 마십니다.

이런 억지 설정과 드믄 횟수에도 불구하고 [원더우먼]에 클로로포름이 매번 등장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그만큼 이 설정이 시청자들을 강렬하게 매료시켰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그런 '잦은' 설정에 대해 불평하는 시청자들도 알고 보면 은근히 그런 변태스러운 설정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죠.

잠자는 미녀 깨우기
클로로포름 설정은 보통 본디지 페티시를 자극하는 결박 장면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에피소드에서는 그게 좀 다릅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설정에 가깝지요. 카메라는 잠든 원더우먼의 전신을 보여주지만 결박당한 손목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예의바른 나찌 스파이들은 닫힌 문 뒤에서 두 주인공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있고요. 먼저 정신을 차린 트레버가 원더우먼을 깨우는 장면도 거의 왕자의 키스처럼 설정되었죠.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키스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게 당연했어요. 하지만 당시엔 다들 지나치게 이르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2시즌부터 무대를 70년대로 옮길 걸 알았다면 정말 키스까지 갔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원더우먼이 간신히 깨어난 뒤에도 분위기는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그 뒤에 원더우먼과 트레버가 주고받는 대사들은 마치 밤을 같이 보낸 두 연인들이 나누는 대화같죠. 위험하고 다소 변태스러운 폭력이 엉뚱하게 친근한 두 사람의 로맨스의 계기가 되는 겁니다. 아마 전편에서 트레버가 안드로스에게 밀린 걸 보상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넣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구식 코미디 같은 이번 에피소드의 설정과 맞기도 하고.

한 가지 덧붙일 게 있다면 여기서 원더우먼 복장을 입고 길게 누워 잠든 린다 카터의 모습이 고전적으로 아름답다는 거겠죠. 거의 조르조네가 그린 [잠자는 비너스]처럼요. 그렇다면 이게 이 에피소드가 덜 음탕하다는 증거가 될까요? 아뇨, 아마 조르조네가 그만큼이나 음탕한 남자라는 증거겠죠. :-P

안토니오 크루스
안토니오 크루스라는 캐릭터가 주목받아야 할 유일한 이유는 그가 다이애나의 아름다움을 눈치챈 몇 안 되는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애까지 하죠. 아마 이 에피소드에서는 '다이애나가 군복대신 다른 옷을 입었다'라는 핑계로 이 설정을 정당화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그걸 여러분이 꼭 믿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이 에피소드에서 크루스는 다이애나의 안경까지 벗기려 합니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로 그 사람 앞에서 안경을 벗어요. 만약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충분했고 작가나 감독이 공식적인 꽈배기 코미디를 만들 작정을 했다면 이야기가 조금 더 재미있게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다이애나에게 푹 빠진 라틴 바람둥이'라는 설정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을 거고요. 하지만 그 뒤로는 이야기가 너무 직설적인 스파이 액션물로 흘러가고 크루스는 그 장면 이후 등장도 하지 못합니다. 에필로그를 보면 다이애나가 자길 따돌렸다는 걸 알아차리고 화가 나서 그냥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만. (05/06/13)

DJUNA

기타등등

이번 에피소드엔 에타가 이병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런데도 자막에서는 에타가 여전히 상급자처럼 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