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브루스 셸리 Bruce Shelly
데이빗 케첨 David Ketchum

감독
배리 크레인 Barry Crane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Lyle Waggoner....Steve Trevor
리처드 이스트햄....블랑켄쉽 장군
Richard Eastham....Gen. Blankenship
비어트리스 콜린....에타 캔디
Beatrice Colen....Etta Candy
린다 데이 조지....파우스타 그라블스
Lynda Day George....Fausta Grabbles
보 브룬딘....케셀만 대령
Bo Brundin....Col. Kesselman
크리스토퍼 조지....로작
Christopher George....Rojak
킨 커티스....뮐러
Keene Curtis....Mueller
제프 쿠퍼....찰스 스코트
Jeff Cooper....Charles Scott

시놉시스
1942년, 나찌 일급 정보부 본부. 베르히테스가덴에서 보낸 히틀러의 밀사인 파우스타 그라블스가 도착합니다. 파우스타는 원더우먼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필름을 틀어준 뒤, 총통의 명령을 전달합니다. 그건 원더우먼을 납치해 독일로 끌고와 그 힘의 근원을 밝히는 것이었어요.

몇 시간 뒤, 워싱턴 D.C. 청소부로 변장한 파우스타는 트레버 소령의 사무실로 잠입해 마취 가스로 그를 기절시켜 납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다음날 아침, 파우스타는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트레버가 갇혀 있는 창고의 위치를 알려주죠.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소령을 구출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파우스타는 원더우먼의 올가미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걸 역이용하기로 결정합니다.

얼마 뒤 워싱턴의 연방공무원에게 채권을 파는 행사가 열립니다. 그 행사를 주최한 에드워드 브라운 대령은 사실 나찌 스파이인 뮬러였지요. 파우스타가 가면을 쓴 원더우먼으로 변장하고 기다리는 동안 진짜 원더우먼이 나타납니다. 진짜 원더우먼이 역기를 들려는 순간 함정문이 열리고 원더우먼은 밑으로 떨어집니다. 밑에서 기다리던 나찌 스파이는 클로로포름으로 원더우먼을 제압하고 황금올가미로 묶습니다. 원더우먼은 황금벨트의 비밀을 털어놓고 정신을 잃습니다.

에타와 함께 채권 판매 행사를 구경하던 소령은 파우스타가 진짜 원더우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뒤를 쫓습니다. 하지만 소령이 간신히 그들을 따라잡았을 때 원더우먼은 이미 독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 뒤였죠.

트레버는 원더우먼을 구출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블랑켄쉽 장군에겐 휴가간다고 속이고 영국으로 날아가 OSS 요원인 친구 찰리 스코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스코트의 도움으로 독일에 도착한 그는 로작이라는 요원의 도원을 받는데, 사실 그는 게쉬타포의 이중 스파이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원더우먼이 비밀 기지에 도착합니다. 파우스타는 황금올가미와 황금벨트의 신비한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케셀만 대령은 믿지 않습니다. 그는 취조실에서 파우스타를 비웃다가 그만 벨트를 원더우먼에게 빼앗깁니다. 힘을 되찾은 원더우먼은 케셀만과 그의 부하들을 제압한 뒤 전투기를 탈취해 독일에서 빠져나옵니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만난 여자 지하 요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로작을 따돌리고 뒤늦게 본부에 잠입한 트레버 소령은 케셀만과 파우스타를 을러대다 잡히고 맙니다. 따라온 로작은 그를 죽이려 하지만 파우스타는 소령을 원더우먼을 다시 잡기 위한 미끼로 쓰자고 제안합니다.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온 다이애나는 소령이 자기를 구하려다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독일로 날아갑니다. 소령이 갇힌 감옥은 케셀만이 고안한 양쪽 벽이 좁아지는 함정이었지만 원더우먼과 소령은 별다른 어려움없이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파우스타가 만든 물탱크 함정에 빠지고 말죠. 계획은 성공했지만 케셀만은 그 공로를 독차지하기 위해 파우스타를 죽이려 합니다. 파우스타는 원더우먼과 소령을 탈출시키고 원더우먼은 케셀만과 그의 부하들을 파우스타의 함정 속에 던집니다. 소령은 파우스타를 나찌와 싸우는 지하 조직 요원에게 소개시켜주고 원더우먼과 함께 독일을 떠납니다.

워싱턴에 도착한 다이애나와 트레버 소령은 새 요원인 파우스타로부터 첫번째 보고서를 받습니다. 이를 보고 다이애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Maybe all women can do wonders if put to the test."

파우스타
파울라 폰 귄터 남작부인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타는 원작 만화에서 따온 나찌 악당입니다. 파우스타가 전쟁 채권 판매 행사에서 원더우먼을 납치하는 에피소드 역시 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Wanted by Hitler, Dead or Alive] (Comic Cavalcade #2 Spring 1943)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이고요. 단지 디테일은 조금 다릅니다. 만화 쪽이 조금 더 이치가 맞지요. 원작에서는 파우스타가 다이애나 프린스의 아파트에서 원더우먼의 옷을 훔쳐와 원더우먼으로 행세합니다. 원더우먼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옷과 가면으로 변장한 뒤 파우스타와 맞서다가 황금올가미에 걸리죠.

1시즌 처음 세 편에 나오는 여자 나찌 스파이들은 조금씩 급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파우스타는 그 절정입니다. 한마디로 빠지는 구석이 없어요. 머리 좋고 엄청 힘도 세고 미인이기까지 하잖아요. 물론 악당도 아닙니다. 조국을 위해 열심히 싸우는 애국자일 뿐이죠. 파우스타가 원더우먼에게 진 건 그 사람의 실력이 딸려서가 아닙니다. 케셀만과 같은 바보들이 계속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원더우먼 납치작전은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 때문인지 원더우먼은 파우스타를 적수로 여기지 않습니다. 성차별주의자 나찌들 사이에서 정직하게 자기 일을 하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성으로 보죠. 원더우먼은 파우스타와 싸우는 대신 계속 자기 편에 들어오라고 설득합니다. 결국 에피소드 끝에서 파우스타는 원더우먼의 편이 되는데, 그건 이 에피소드에서 원더우먼이 거둔 가장 큰 승리입니다. 무척 [원더우먼]적이고 (원작 스토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윌리엄 모튼 마스턴적이기도 해요. 설득은 폭력보다 우선해야하고, 어리석은 전쟁은 몽땅 남자들의 잘못이라는 말이니까요. :-)

클로로포름, 결박, 납치, 감금...
이 에피소드가 인기있는 가장 큰 이유는 원더우먼이 겪는 위기의 강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원더우먼이 겪는 위기가 어떤 순서대로 진행되는지 한 번 읊어볼까요? 원더우먼은 함정에 빠지고 약물에 중독되고 자기 올가미에 묶이고 나찌 스파이의 명령에 굴복하다가 결국 기절합니다. 그 뒤 다시 결박되어 독일로 납치되고 다시 한 번 올가미의 명령에 복종하다가 결국 변태 나찌 아저씨의 고문대에 묶이지요. 이 문장들만 읽어보면 거의 SM 포르노의 줄거리를 요약한 것 같지 않습니까?

실제로 이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에로틱한 함의를 품고 있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나찌 스파이의 품 안에서 신음하며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거나, 자신의 올가미에 묶인 채 꼼짝 못하는 원더우먼의 모습을 무척 섹시하다고 여겼습니다. 후반에 등장하는 복잡한 함정들은 앞에 나오는 것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변태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케셀만과 파우스타는 원더우먼을 잡는 목표보다 그 복잡한 과정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고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는 진지한 서스펜스 물보다는 과장된 역할극에 가까웠습니다. 심지어 어느 장면에선 원더우먼 자신도 그 역할극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탈출 직전의 그 긴박한 순간에 파우스타를 직접 사슬로 묶어주는 원더우먼의 행동은 일종의 답례처럼 보이지 않나요?

재미있는 건 클로로포름, 사슬, 밧줄, 고문대, 함정, 나찌 군복들로 구성된 이 SM쇼가 70년대 페미니스트 모험극이라고 할 수 있는 원래의 이야기와 어떤 저항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작가들과 감독들은 자기네들이 얼마나 모순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주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해요. 어느 장면에서나 정직하고 진지해보이는 린다 카터의 직설적인 연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드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스티브 트레버
이 에피소드에서 위기일발의 상황에 빠지는 건 원더우먼뿐만이 아닙니다. 트레버 소령도 마취되고 납치되고 결박되어 상자 속에 갇혀 미끼가 되지요. 원더우먼과는 달리 이 불쌍한 아저씨는 그 고생을 하는 동안 제대로 주목도 받지 못합니다.

원더우먼이 납치되자 그는 구식 남자주인공이 되고 싶어 안달입니다. 직접 독일로 날아가 원더우먼을 구출할 계획을 세우죠. 머리 속으로는 비비안 리를 품에 안은 클라크 게이블처럼 폼을 잡으며 기절한 원더우먼을 안아드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원더우먼은 그의 도움없이 혼자 탈출해버렸고 그는 나찌에게 잡혀 다시 한 번 원더우먼의 미끼가 됩니다. 페르세우스의 도움을 기다리는 안드로메다처럼 감옥에 꽁꽁 묶인 채로요.

그게 너무 불쌍했는지, 작가들은 이번에도 트레버 소령에게 자비를 베풉니다. 우리가 안 보는 동안 케셀만 대령의 금고에서 나찌 이중 첩자 명단을 훔쳤다고 우기는 거죠. 근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원더우먼 몰래 그런 짓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잖아요. 아무리 케셀만이 바보라도 해도 트레버가 맨손으로 극비 서류를 꺼낼 수 있을만큼 금고를 소홀하게 관리했을 것 같지도 않고.

히틀러
이 에피소드에서 히틀러는 드디어 원더우먼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납치계획을 승인합니다. 여기서 히틀러에게 정보를 주는 건 원더우먼의 활약을 찍은 필름인데, 사실 파일럿 프로그램의 필름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나찌 스파이가 이런 식으로 편집된 영화 필름을 찍는 건 사실 불가능하지요.

그렇게 길지도 않은 필름을 여섯 시간 동안 봤다니, 히틀러는 조금 응큼했던 것 같습니다. 연합군의 선전이나 사기보다는 손바닥만한 옷을 입고 방방 뛰는 예쁜 여자라는 점에 더 시선이 갔겠죠. 현실도피적인 판타지 영화를 좋아했던 그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에바 브라운 몰래 비밀 시사실에서 원더우먼 자료 영화를 돌려보는 히틀러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나요?

히틀러가 원더우먼의 존재를 쉽게 인정했던 건 그의 신비주의적 성향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파우스타가 중간에 히틀러와 직접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면 케셀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황금올가미와 황금벨트
나찌 정보부의 정보력은 얼마나 되었던 걸까요? 1편과 2편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황금 올가미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파우스타는 미국에 올 때까지 거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분명히 폰 귄터 남작부인이나 토르가 중간에 정보를 보냈을텐데 말이죠.

재미있는 건 황금올가미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역습용 무기가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원더우먼을 납치하고 힘을 빼앗는 데엔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 도착한 파우스타가 원더우먼한테서 얻은 정보들은 원더우먼이 자발적으로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는 것들뿐입니다. 사적인 로맨스를 위해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 빼면 원더우먼은 지나칠 정도로 순수하고 솔직합니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수단으로 황금올가미를 쓰면 결과는 당연히 하찮을 수밖에 없지요.

이 에피소드는 원더우먼이 황금벨트를 잃고 힘을 빼앗기는 첫번째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황금벨트가 원더우먼에게 힘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파라다이스 섬밖에서도 이전의 힘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두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황금벨트가 원더우먼에게 힘을 준다면 원더우먼은 도구 사용자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죠. 하지만 벨트가 원더우먼의 원래 힘을 보존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힘의 주인은 여전히 원더우먼이죠.

원더우먼은 자신의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마치 파라다이스 섬의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들리지 않나요? "On Paradise Island, there are only women. Because of this pure environment we are able to develop our minds and our physical skills unhampered by masculine destructiveness."

역사 이야기
트레버 소령이 원더우먼을 구출하러 택시를 징발하려 하자 택시 운전사는 트루먼 상원의원을 태우러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트루먼 상원의원은 나중에 FDR의 뒤를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해리 S. 트루먼입니다. 그는 당시 국방계획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지요.

독일 장면에서 케셀만과 파우스타는 베르히테스가덴이라는 지명을 언급합니다. 그곳은 히틀러의 알프스 별장이 있던 곳으로, 그는 전쟁 내내 그 곳에서 머물렀습니다.

OSS (Office of Strategic Service)는 진주만 침공 이후 루즈벨트에 의해 창설된 전략정보국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자, 이 기관은 확대 개편되어 지금의 CIA가 되었습니다.

전쟁 채권 판매 행사(bond rally)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흔했던 행사였습니다. 당시 발행되었던 [원더우먼] 만화책을 보면 구석에 '승리를 위해 전쟁 채권과 우표를 삽시다'와 같은 문구들이 쓰여져 있었어요. 원더우먼이 나서서 직접 채권을 홍보하는 만화책도 나온 적 있었답니다.

몇가지 신경 쓰이는 것
이 에피소드의 각본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설정입니다. 채권 판매 행사를 열자마자 원더우먼이 자발적으로 참가해 함정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거든요. 너무나도 말도 안 되어서 오히려 우리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텔레비전 세계의 논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소령을 구하러 다시 독일에 온 원더우먼이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세요. 스턴트 더블인 게 분명합니다. 몸매 차이가 뚜렷하거든요. 스턴트 더블 쪽이 훨씬 건장한 편이죠. 하긴 린다 카터의 몸매를 모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요.

다이애나는 이번에도 두 차례 원더우먼으로 변신하는데, 여전히 팔찌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05/02/11)

DJUNA

기타등등

한국 DVD 자막에서는 에타가 다이애나의 상급자처럼 행세합니다. 하지만 에타는 private이고 다이애나는 yeoman이니 상급자인 쪽은 다이애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