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폴 두보프 Paul Dubov
그웬 바니 Gwen Bagni

감독
스튜어트 마골린 Stuart Margolin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Lyle Waggoner....Steve Trevor
리처드 이스트햄....블랑켄쉽 장군
Richard Eastham....Gen. Blankenship
비어트리스 콜린....에타 캔디
Beatrice Colen....Etta Candy
제임스 올슨....보탄
James Olson....Wotan
바바라 앤더슨....매기
Barbara Anderson....Maggie
빅터 아고....제이슨
Victor Argo....Jason
데이빗 크라이어....행크
David Cryer....Hank

시놉시스
1942년 9월 북대서양. 연합군 함정이 미해변에 접근하는 잠수함을 사냥 중입니다. 잠시 뒤 잠수함의 파편과 기름이 떠오르고 함정은 잠수함이 침몰했다고 보고합니다.

잠시 뒤, 워싱턴 D.C.의 정보부엔 두 가지 정보가 날아듭니다. 하나는 나찌 최고 첩보원인 보탄이 24시간 후 워싱턴에 도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체사피크만에서 독일군 잠수함이 침몰했으며 생존자는 없다는 것이죠.

잠수함 침몰이 위장된 것이라고 판단한 트레버는 다이애나와 함께 버지니아 해안으로 달려갑니다. 그들은 잠수함과 함께 무사히 도착한 보탄과 일행을 발견합니다. 다이애나가 블랑켄쉽 장군에게 연락하는 동안 트레버는 스파이들과 한판 붙습니다. 원더우먼으로 변신한 다이애나는 보탄과 몸싸움까지 하지만 총에 맞을 위기에 빠진 트레버를 구출하기 위해 그를 포기합니다.

몇 시간 후, 워싱턴 D.C. 다이애나와 에타는 조폐공사 앞에서 길거리 사진사의 호객 행위에 말려듭니다. 사진을 찍고 카페로 들어간 다이애나는 에타에게 사진사의 눈이 굉장히 익숙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는 보탄이었어요.

일주일 후, 베를린. 보탄은 미국 문화에 정통하도록 교육받은 스파이들을 선별 중입니다. 그는 자기가 워싱턴에서 사진을 찍은 커플과 닮은 두 사람을 선택해 성형수술을 명령합니다.

몇 주 뒤, 에타는 사진사가 돈만 받고 사진을 안 보내준다고 화를 냅니다. 에타는 다이애나를 끌고 사진사가 준 주소로 찾아갑니다. 현상소 주인은 사진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둘을 조용히 쫓아냅니다.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현상소 주인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안에서 무전기를 발견한 원더우먼은 주인을 올가미로 잡고 트래버를 부릅니다. 이야기가 조폐공사로 흘러가자 원더우먼은 '돈을 만드는 곳'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트레버는 금요일 아침 아홉 시에 조폐공사 견학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날 밤 나치 정보국. 보탄의 계획이 드러납니다. 그는 조폐공사 직원인 행크 밀러와 그의 약혼자인 매기 롤린스로 완벽하게 변장한 스파이들을 이용해 2달러짜리 조판을 훔칠 생각입니다. 나찌가 제작한 2달러 위폐가 미국에 퍼지면 엄청난 경제 혼란이 닥칠 것입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미국측 스파이가 무전으로 그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중간에 발각됩니다.

워싱턴에서는 스파이가 보낸 '보탄, 2달러'라는 정보의 의미를 해독하려 하는 중입니다. 비밀을 알아내려다 꼬박 밤을 샌 트레버는 원더우먼과 데이트를 하기위해 허겁지겁 나서고 다이애나는 2달러 지폐의 토머스 제퍼슨 초상을 바라보다 보탄의 계획을 알아냅니다.

원더우먼과 트레버 소령은 조폐공사를 방문합니다. 행크 밀러는 카페 주인인 약혼녀 매기를 소개시켜주고 원더우먼은 매기가 내민 메뉴에 사인을 해줍니다. 그들이 돌아가자 원더우먼은 슬쩍 위폐의 가능성을 흘리고 트레버는 드디어 보탄의 계획을 알아차립니다.

돌아온 매기 로빈스는 새로 고용한 직원이 카페 문을 닫자 놀랍니다. 항의하던 매기는 자기랑 약혼자랑 똑같이 생긴 독일군 스파이와 마주칩니다. 새로 고용된 직원은 물론 변장한 보탄이었고요. 보탄은 매기를 협박해 약혼자에게 전화를 걸게 합니다. 곧 진짜 두 사람이 감금되어 있는 동안 가짜들은 조판 강탈 작전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귀찮게도 가짜 행크에겐 트레버가 붙여준 경호원 댄 플레처가 따라붙죠.

샌드위치를 시키기 위해 카페로 들어온 다이애나는 자기가 사인해준 메뉴가 내팽겨쳐져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직원의 눈을 보고 그가 보탄이라는 걸 알아차린 다이애나는 카페를 떠나 원더우먼으로 변신합니다. 댄 플레처의 목소리로 뭔가 수상쩍은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린 원더우먼은 다시 카페로 돌아가 가짜들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하지만 보탄은 인질로 원더우먼을 위협해 팔찌를 빼앗고 감금합니다.

트레버가 가짜 매기한테서 댄 플레처에 대해 묻는 동안 가짜 행크는 조판을 금고에서 훔쳐냅니다. 그는 결박된 플레처를 시한폭탄과 함께 남겨놓고 자리를 뜹니다.

조판을 챙긴 보탄이 떠나자 원더우먼은 부하 스파이로부터 총을 빼앗고 그를 무력화시킵니다. 원더우먼은 매기와 행크를 탈출시키고 블랑켄쉽 장군에게 사정을 알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는 동안 트레버는 치통을 앓는 가짜 밀러를 치과로 끌고 갑니다. 치과의사는 가짜 밀러의 충치가 쇠로 떼워져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당시 독일에서는 물자가 부족해서 쇠로 충치를 떼우는 일이 흔했다고 하더군요.

가짜 매기를 지하실로 유인해 올가미를 건 원더우먼은 보탄이 조판을 잠수함이 기다리는 스미스 포인트로 가져갈 거라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원더우먼은 가짜 매기를 감금하고 스미스 포인트로 달려갑니다.

다시 카페로 돌아온 트레버는 가짜 행크와 함께 지하실에 내려왔다가 싸움에 져 감금됩니다. 하지만 스파이들이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트레버는 간신히 자물쇠를 풀고 지하실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합니다.

스미스 포인트에서 원더우먼은 막 떠나려는 보탄과 일행들을 발견합니다. 가짜들을 먼저 올가미로 잡은 원더우먼은 왕관을 던져 달아나는 보탄의 고무보트를 터트립니다. 보탄이 트레버와 플레처가 죽었다고 말하자, 원더우먼은 허겁지겁 조폐공사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트레버는 혼자 힘으로 시한 폭탄을 해체하는 데 성공한 뒤였죠.

사건 이후 2달러 지폐의 발행은 중단됩니다. 트레버는 자기가 한 일까지 포함한 모든 공적을 원더우먼에게 돌리고 에타는 자기도 원더우먼처럼 되고 싶다며 부러워합니다. 다이애나는 그런 에타에게 "I think the most we can do is try to be the best women we can possibly be"라고 대답합니다.

'Last of the Two Dollar Bills'
'Last of the Two Dollar Bills'는 앞의 에피소드인 'The Pluto File'과 크게 다를 게 없는 70년대식 스파이물입니다. 앞의 에피소드에 대해 제가 늘어놓은 불평 상당수는 이 에피소드에도 먹힙니다. 수퍼영웅이 맡은 사건치고는 스케일이 작고 현실적이며, 원더우먼 역시 너무 소극적으로 굴고 있지요.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The Pluto File'와는 달리 꽤 재미있습니다. 단순하고 밋밋했던 전편과는 달리 비교적 내용이 알차지요.

우선 스파이물의 이야기가 썩 잘 되어 있습니다. 'The Pluto File'의 팔콘과는 달리, 보탄은 꽤 능력있는 인물입니다. 변장한 부하들을 이용해 2달러 조판을 훔쳐낸다는 그의 계획은 조금 환상적이지만 [원더우먼] 세계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습니다. 많은 원더우먼 악당들이 그렇듯, 그도 지나치게 일을 헐겁게 처리하지만 어쩌겠어요. 한 시간 안에 이야기를 다 끝내야 하는데.

이 에피소드의 시대적 분위기도 재미있습니다. 한동안 잊혀졌던 다이애나/원더우먼의 캉디드식 좌충우돌도 다시 살아납니다. 다이애나는 못 알아듣는 속어들을 배우기 위해 미국 속어 사전을 숙독하고, 원더우먼은 인쇄된 종이가 돈 역할을 하는 바깥 세상의 자본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물론 2달러 지폐 발행 중지라는 큰 사건을 허구의 스파이 물과 연결시키는 수법도 나쁘지 않아요.

로맨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놀라운 건 로맨스의 힘이 은근히 강하다는 것입니다. [원더우먼] 1시즌은 어떻게든 원더우먼과 스티브 트레버의 관계를 로맨틱하게 만들려 노력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죠.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그렇게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아기자기한 로맨스의 느낌이 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정신사나운 삼각관계입니다. 다이애나는 스티브를 사랑하지만 스티브는 다이애나의 또다른 분신인 원더우먼을 사랑하지요. 다이애나가 안경을 벗고 바라보는 동안 꾸벅꾸벅 졸고 있던 트레버가 깨어난 뒤 원더우먼과 약속했다는 걸 기억하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부분이 그래요. 아마 이런 식의 분위기를 잘 유지했다면 설득력 있는 로맨스가 하나 나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린다 카터는 이런 스토리 라인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고, 스티브 트레버의 아들이 뒤를 이은 2시즌부터는 로맨스 자체가 불가능해져버렸죠.

이 에피소드의 장점 중 하나는 트레버가 그렇게까지 무가치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소만 달콤한 운좋은 얼뜨기로 그려지는 1시즌의 많은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이 에피소드의 트레버는 그럭저럭 자기 역할을 합니다. 바보처럼 나찌 스파이에게 당하기도 하고 괜히 영웅처럼 굴다 스파이들을 체포할 기회를 놓치기도 하지만, 원더우먼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탈출에 성공하고 괜찮은 추리로 나찌 일당의 음모를 밝히기도 하죠. 여전히 지나치게 잘 봐주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후반부의 폭탄 해체 장면이 특별히 더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아마 이 에피소드의 각본가들은 로맨스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트레버의 가치를 조금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보다 얌전한 위기
지금까지 나왔던 원더우먼의 위기 상황은 거의 하나였습니다. 나찌 일당이 마취가스나 클로로포름으로 원더우먼을 마취시킨 뒤 꽁꽁 묶는 거죠. 이번 에피소드엔 다른 위기상황이 나옵니다. 악당들은 인질을 이용해 원더우먼을 협박하고 감금합니다.

이런 식의 위기 상황은 사실 원작에서도 꽤 흔했습니다. 에타 캔디와 할리데이 걸즈가 툭하면 인질이 되어 원더우먼을 위기에 빠트렸지요. 그래서 원더우먼의 가장 큰 적수는 이들이라고도 합니다만.

보탄은 원더우먼에게 "Because I leave no loose ends. Ever"라고 외칩니다만, 사실 그도 원더우먼을 굉장히 건성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원더우먼을 감금한 뒤 그가 한 일은 원더우먼의 팔찌를 빼앗고 감시할 부하를 하나 붙여준 것 뿐입니다. 여전히 원더우먼은 초인적인 힘의 소유자인데 말이죠. 왜 그는 원더우먼의 벨트를 빼앗지 않았던 걸까요? 아직 나찌는 벨트의 힘에 대해 잘 몰랐던 걸까요? 문책당할까봐 걱정한 케셀만 대령이 벨트에 대해 슬쩍 거짓말을 했던 걸까요?

악세서리들
"Sex and the City"에서 캐리는 원더우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Ooh, with the bracelets and the tiara. I used to love that even her accessories had superpowers." 이번 에피소드는 캐리도 좋아할 것 같군요. 원더우먼의 모든 악세서리들이 총출동하니까요.

가장 주목할만한 건 원더우먼의 왕관이 처음으로 무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보탄이 달아나려 하자 원더우먼은 왕관을 던져 보탄의 보트를 터트리죠. 솔직히 별로 믿음직스러운 장면은 아닙니다. 원더우먼은 왕관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대로 던지는데 이건 그렇게 공기역학적으로 잘 먹히는 모양이 아니죠.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건 어림도 없고요. 결정적으로 아무리 힘을 주어 던졌다고 해도 그런 모양으로는 보트를 터트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원더우먼의 올가미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군요. 정말 깁니다! 이렇게 긴 줄 몰랐어요. 일단 원더우먼은 가짜 매기와 가짜 행크를 올가미로 잡아 묶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 끝을 던져 엄청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보탄까지 잡죠. 원더우먼의 올가미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길이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모양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팔찌는 소극적인 역할밖엔 못합니다. 나중에 되찾긴 하지만 원더우먼은 협박에 못이겨 팔찌를 빼앗기니까요. 팔찌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비슷한 이야기를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참, 한 가지 더. 원더우먼은 트레버와 데이트를 할 때 오래간만에 정장을 입고 나옵니다. 정장이라고 해봐야 짧은 스커트를 입고 망토를 두른 것이지만요. (05/05/05)

DJUNA

기타등등

근데 당시 2달러 지폐의 발행 중지에 대한 보다 상세한 자료를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신지요? 지금도 유통되고 있으니 영구정지된 건 아닌 것 같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폐를 불길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회고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설마 이야기 전체가 픽션? 하여간 정보를 가지고 계시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