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피플의 저주 The Curse of the Cat People (1944) * * *

감독
귄터 폰 프리치 & 로버트 와이즈
Gunther Von Fritsch & Robert Wise

주연
앤 카터....에이미
Ann Carter....Amy
시몬느 시몽....이레나
Simone Simon....Irena
켄트 스미스....올리버 리드
Kent Smith....Oliver Reed
제인 랜돌프....앨리스 리드
Jane Randolph....Alice Reed
이브 마치....캘러핸 선생
Eve March....Miss Callahan
줄리아 딘....줄리아 파렌
Julia Dean....Julia Farren
엘리자베스 러셀....바바라
Elizabeth Russell....Barbara

1.

발 루튼한테는, 호러 영화 제작자에겐 아주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결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속편을 죽도록 싫어했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한 번 들여다 보세요. 속편은 [캣피플의 저주] 하나 뿐입니다.

이 영화 역시 발 루튼이 자발적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캣피플]의 성공에 고무된 RKO에서 돈 좀 다시 벌어보라고 밀어붙인 것이죠. 루튼은 이를 박박 갈면서 어떻게 하면 이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캣피플의 저주]라는 거창한 제목을 척 걸어놓은 다음 (그는 이 제목도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합니다) 전작에 출연했던 시몬느 시몽, 켄트 스미스, 제인 랜돌프를 모아놓고 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RKO에서는 한동안 흐뭇했겠지요. 아마 '이레나의 유령이 다시 돌아와 앨리스를 덮치려고 하는데 올리버가 그걸 막는다' 정도의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랬을테니, 그들이 이 영화의 내용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겠어요?

2.

만약 제목과 시몬느 시몽이라는 이름, 광고 카피("The Beast-Woman Haunts the Night Anew!" & "Strange Adventures in Evil!")만 보고 영화관에 들어온 관객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정말 어리둥절했을 겁니다. 일단 이 영화에는 '캣피플'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 처음에 한 번 나오다 마는 고양이는 내용과 아무 상관없고 [캣피플]에서 고양이 여인 역을 연기했던 엘리자베스 러셀을 바바라 역에 기용한 것도 순전히 사람 속이는 짓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닙니다!'

이 자칭 속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올리버와 앨리스는 결혼해서 에이미라는 딸을 두었습니다. 에이미는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외로운 몽상가인데, 어느 날, 맛이 살짝 간 왕년의 여배우 줄리아 파렌한테서 소원을 들어주는 반지를 하나 받습니다. 에이미는 친구를 보내달라고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은 정말로 이루어져 그 아이 앞에 상상 속의 친구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상상 속의 친구가 바로 이레나였던 거죠. 올리버는 상상 속의 친구에 빠진 에이미를 걱정하고, 에이미를 질투하기 시작한 줄리아 파렌의 딸 바바라는 결국...

서스펜스도 있고 으스스한 장면도 있으며 누가 발 루튼 영화가 아니라고 할까봐 분위기도 죽이지만, 영화는 공포영화와 상관없습니다. '상상 속의 친구'라는 소재를 아이들의 시점에서 상당히 깊이있게 다룬 판타지 영화죠.

심리학에 대한 루튼의 관심은 이 속편에서도 이어집니다. 전작에서 저드 박사가 정신분석 강의를 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유치원 교사인 미스 캘러핸이 아동심리학 강의를 합니다. 그것만으로 모자랐는지, 루튼은 아동심리학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며 그 사실성을 검증하라고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다들 내용은 만족스럽지만 그 끔찍한 제목을 어떻게 할 수 없겠냐고 입을 모았다더군요. :->)

3.

이 영화는 로버트 와이즈의 공식적인 감독 데뷰작입니다. 원래 감독인 프리드리히 폰 프리치가 스케줄에 맞추지 못해 제작사의 애를 먹이자 편집 기사였던 와이즈가 그 뒤를 이은 거죠. 과연 어디부터가 폰 프리치가 감독한 부분이고 어디까지가 와이즈가 감독한 부분인지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꼭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죠. 이 영화는 와이즈의 영화라기보단 발 루튼의 영화니까요. 그러나 종종 덜컹거리는 영화의 흐름은 감독 교체와 스케줄 지연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오리지널 [캣피플]만큼 독창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캣피플의 저주]에도 훌륭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에이미가 다리에서 '머리없는 기사'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장면은 아주 강렬합니다. 미친 여배우 줄리아 파렌 역의 줄리아 딘이 보여주는 으스스한 연기도 좋고요.

4.

이 영화를 편히 감상하려면 전작인 [캣피플]을 무시하는 게 낫습니다. 전편과 비교는 엉뚱한 기대만 부풀릴 뿐이니까요.

그러나 전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편의 서글픈 괴물이었던 이레나가 이 영화에서는 외로운 소녀의 친구 겸 수호천사로 등장하니까요. [캣피플의 저주]라니, 참 배은망덕한 제목이 아닌가요? 세상에 이렇게 착한 저주가 어디 있어요? (99/01/15)

D&P


기타등등

1. 이 영화에서, 에이미가 생일파티 초대 편지들을 '마술 우체통'에 넣는 에피소드는 발 루튼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위험한 아이였군요.

2. 발 루튼은 이 영화의 제목으로 [Amy and Her Friend]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마케팅 담당자가 반대해서 끝끝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