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켈레 소아비 Michele Soavi

주연
휴 콰시....거스 신부
Hugh Quarshie....Father Gus
아지아 아르젠토....로테
Asia Argento.... Lotte
토마스 아라나....에반
Tomas Arana....Evan
바바라 쿠피스티....리사
Barbara Cupisti....Lisa
표토르 샬리아핀 주니어....주교
Feodor Chaliapin Jr.....The Bishop
로베르토 코르빌레토....헤르만
Roberto Corbiletto....Hermann
안토넬라 비탈레....신부복 모델
Antonella Vitale....Bridal Model

로테와 거스 신부

앵커 베이의 [교회] DVD는 다리오 아르젠토 콜렉션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미켈레 소아비입니다. 아르젠토는 이 영화에서 제작과 각본에만 참여했을 뿐이지요. 그러고보면 소아비는 비교적 운이 없는 사람입니다. 꽤 재능있는 감독이고 괜찮은 컬트 히트작도 몇 개 만들었는데도, 명성은 훨씬 떨어지는 감독인 람베르토 바바에도 미치지 못하니까요. 때를 늦게 만났기 때문일까요? 그럴지도. 하지만 아무리 이탈리아 호러가 한물 갔다고 해도 왜 이 사람의 최근 경력이 이렇게 시시한 걸까요? [델라모르테 델라모레] 이후 필모그래피에 괜찮은 극장용 영화 몇 편만 더 추가했어도 지금처럼 아르젠토나 바바의 이름에 끌려다니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에요.

괜히 남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본론으로 넘어가죠. [교회]는 유령을 다룬 고풍스러운 단편들로 유명한 M. R. 제임스의 [The Treasure of Abbot Thomas]를 비공식 원작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영화의 무대는 아마도 독일인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이탈리아인들의 인구 비율이 높고 모두 입과 발음이 살짝 따로 노는 영어를 구사하는 독일이지요. 이 도시엔 영화의 무대가 되는 거창한 성당 건물이 하나 서 있는데, 무지막지한 프롤로그를 보면, SS의 선조쯤 되는 잘나빠진 기사들이 학살한 악마 숭배자들의 시체 위에 세워진 모양입니다. 당연히 시대가 현대로 넘어가면 야심찬 사서 한 명이 등장해 성당 지하 묘지의 입구를 열어놓죠. 누군가 막지 않으면 그 구멍을 통해 올라온 악마의 기운이 성당 밖으로 새어나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뭐,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날 판입니다. 악마 숭배자들이 미쳐 날뛰는 성당 안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성당의 거스 신부와 성당 건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성구보관인의 딸인 로테뿐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에 [데몬스 3]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되었는데, 아무 상관없는 영화에 숫자를 붙여 속편으로 위장하는 건 이 동네에선 당연한 관례이니 화내거나 놀랄 일도 아니죠. 닫힌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악의 기운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이 조금 닮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제목만 믿고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어요. 람베르토 바바의 악명높은 시리즈와는 달리 [교회]는 고어페스트라고 불릴만한 영화가 아니니까요. 가끔 나오는 몇몇 잔혹한 장면들은 창의적이지만 (지하철 충돌 장면이나 잘려나간 남편의 머리로 종을 쳐대는 할머니를 보세요) 소아비는 자극보다는 음침한 분위기 위주로 영화를 끌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제공하는 건 피의 축제가 아니라 중세풍의 배경 속에서 히레오니무스 보쉬의 그림에 나올 것 같은 미친 이미지를 뿌려대는 것입니다.

소아비는 성공했을까요? 글쎄요. 반반입니다. 그는 영화에 상당히 강렬하고 묵직한 이미지를 부여할 줄 압니다. 불길한 고대의 미로와도 같은 고딕 건물 속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십자가, 천천히 자기 심장을 뜯어내는 남자의 이미지, 여자 희생자들을 강간하는 악마와 같은 이미지들이 천천히 펼쳐지는 것이죠. 하지만 마치 난도질 호러 영화인 것처럼 시작했다가 분위기만 잡고 있으니 중간에 힘이 빠지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실제보다 느리고 헐겁게 느껴지며 스토리나 자극 면에서 충분한 수준에 오르지 못합니다. 이탈리아 호러 영화 특유의 헐렁한 플롯과 바보스러운 대사, 엉터리 더빙(사실 이 영화의 더빙은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습니다)은 나름대로 매력적이지만, 과연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얼마나 플러스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미켈레 소아비의 대표작으로 [교회]를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 호러 팬들에겐 [아쿠아리스]나 [델라모르테 델라모레] 같은 영화들이 훨씬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겠죠. 저 역시 그 영화들이 더 맘에 들고요. 그러나 [교회] 역시 지나치기엔 아쉬운 장점들이 꽤 많은 영화입니다. 물론 똘망똘망하고 귀여웠던 어린 시절의 아지아 아르젠토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런 장점들 중 하나겠지요. (02/10/28)

DJUNA

기타등등

주교 역을 맡은 표토르 샬리아핀 주니어는 전설적인 러시아 베이스 표토르 샬리아핀의 아들입니다.